라라윈 일상생활 이야기 : 밥벌이에 대한 고찰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솔로몬 저축은행입니다."
저와 아무 상관없는 곳에서 왠 전화인가 싶어 되물으니 대출 광고였습니다. 아침부터 대출 광고에 기분이 상해
"관심없습니다." 라고 하고 끊으려고 했더니, 수화기 너머로 나온 말은 경악할 수준이었습니다. 토씨 하나 안 빼고 옮기자면,
"이, 쌍년아. 너는 귀찮겠지만 나는 밥벌이야. 이 쌍년아."
라고 하더니 뚝 끊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여자분의 구성진 "쌰앙년아." 소리가 생생합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처럼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쌍년이라면 한 번 해보고 싶지만, 자기가 아침부터 스팸전화를 해 놓고 저더러 쌍년이라니. 아침부터 길에 서 있다가 지나던 차에 흙탕물이라도 끼얹어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이 이야기를 하니, TM하는 분들의 밥벌이를 도와줄거면 그녀들이 혼자 10초인지 30초를 이야기하고 한 건을 올릴 수 있도록 그냥 전화를 옆에 내려놓거나, 안 도와줄거면 바로 뚝 끊어버리라는 조언을 얻었습니다. 배려한다고 친절하게 전화 받아줘봤자 진드기처럼 달라붙거나 이런 말도 안되는 반응이라는 겁니다.
자신의 밥벌이라면서 구성지게 욕을 하고 끊었던 그녀를 겪은 뒤로부터는 저도 더 이상 스팸전화 하는 분들에게 친절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더니만, 친절하게 전화 받아줬음에도 쌍욕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 말을 섞지말고 그냥 뚝 끊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9시 50분.
"신한카드입니다."
전 신한카드도 안 씁니다. 이제 더 이상 친절히 대답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에 뚝 끊어버렸습니다.
그날 오후..
"오케이캐쉬백입니다."
오케이 캐쉬백은 쓰고 있으니 관심있게 받았습니다.
"오케이캐쉬백을 사용중이신 최미정 고객님, 고객님 포인트가 많이 쌓이셨어요. 포인트 사용법과 혜택을 안내를 드리려고요."
라고 하길래 귀를 기울였지요. 그랬더니..
"고객님, 신한생명에 가입하시면...."
응??? 오케이캐쉬백으로 낚아놓고 신한생명 스팸전화였습니다. ㅡㅡ;
오늘 아침 9시 20분
그런데 올해는 실적 경쟁이라도 붙은 것인지 이 여자 저 여자 아침, 오후 가릴 것 없이 전화를 해서 만기 안내를 자꾸 해주네요.
처음 한 번은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메모를 부탁했습니다.
몇 월 몇 일날 전화해 달라고. 그 날 연장하겠다고.
그러나 누가 전화를 해서 연장을 시키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지 이 여자 저 여자 계속 만기 안내를 하며 당장 연장하라고 전화질이십니다. ㅡㅡ;
너무 황당해서 잊혀지지 않는 솔로몬 저축은행 TM 하시던 분의 말처럼 그분들의 밥벌이이시니 어쩔 수 없으시긴 하겠지요. 그러나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밥벌이를 위해 남의 밥벌이는 방해해도 되는가." 라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일하는거 TM전화로 몇 분 뺏는다고 밥벌이를 못 하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씩 TM전화를 해서 방해를 하고 흐름을 뚝뚝 끊어 놓을때마다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평온하던 감정에 돌을 던지듯 짜증이 한번 울컥 올라오고, 그것을 잠재우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고..
솔로몬 저축은행이나 오케이캐쉬백으로 낚아 보험가입 시키던 신한생명같은 경우를 겪으면 "내가 받은 황당한 스팸전화" 스토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좀 더 뺏기고,
하던 일의 흐름이 뚝 끊어져 다시 예열하는 시간이 약간 필요합니다.
고작 1분도 안되는 스팸전화 한 통으로도 사람 한 명을 한 시간 이상 멍때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의 밥벌이를 방해하시고도 일말의 미안함 따위 느끼지 않는 그녀들에 대한 소심한 복수를 생각해 냈습니다.
신한생명에서 저 하나 가입 안한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만, 가장 스팸전화를 많이 해서 거기도 가입 안할겁니다. 그리고 자동차 보험도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현대해상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이카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만 계속 가입해 왔는데, 올해는 삼성 애니카나 동부화재 프로미로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좋은 자동차 보험 있음 추천해 주세요) 소심한 복수지만 남의 밥벌이는 방해하면서 자신의 밥벌이에 열심이신 그녀에게 실적이 되어 드리고 싶지 않아요.
요즘은 가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공부, 글쓰기, 일하기가 더 질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집중해서 차분히 몰두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적어도 그 때 그 시절에는 남의 밥벌이에 이용당하며 끊임없는 방해(interrupt)를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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