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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가장 크게 깨달은 3가지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이야기 : 지난 한 해 가장 크게 깨달은 3가지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했던 만큼 몇 가지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1. 귀찮음을 즐기자.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은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제가 할머니를 아주 사랑하거나 끈적한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너무 고독한 마지막에 몸서리치게 두렵고 외로웠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살아 생전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자식들도 팽개쳐두고 자신의 삶을 찾으신 분 입니다. 고로 일가친척 귀찮은 경조사에 참석하신 적도 없고, 가족이라 해도 집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할머니가 신경쓰시고 해결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지... 할머니의 장례식에는 할머니와의 끈적하고 돈돈한 정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 절대 다수가 엄마 아빠를 위로하러 오신 분들일 뿐, 할머니를 추억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주로 자리를 지키기가 참 멀뚱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에 까만 상복을 입고 장례식장 입구에 쓸쓸히 덩그러니 앉아있던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페이스북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쩌고 저쩌고.. 감정 듬뿍.." 이러면 감성팔이같아 싫었는데, 못 견디게 외로우니 상주가 페이스북 붙잡고 페이스북에 대고 감성팔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말 페이스북 아니면 저와 있어줄 사람이 없게 외로웠던거지요.

저도 귀찮은 일 안하면서 저 편한대로 산 탓이고, 할머니 역시 혼자 너무 쿨하게 사신 탓 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한국식의 장례가 아니라 미국식의 추모식이 어울린 분이었던 것 같아요. 외로운 사람에게 한국식 삼일장은 너무 깁니다.

다이애나 비가 죽었을 때 영국의 우울증 지수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다이애나비를 추모하며 펑펑 울다보니, 그동안 마음에 쌓여있던 다른 우울증과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서 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너무 멀뚱하여 눈물도 나지 않던 할머니의 장례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타르처럼 찐뜩한 답답함이 남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데면데면하게 있던 것을 보며 참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쓸쓸한 장례는 쓸쓸한 뒤끝을 남겨 마음이 휑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서웠습니다.
저도 귀찮다고 가족 일을 모른 체 하고, 이웃에게 모른 체 하면.. 마지막이 이렇게 쓸쓸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스크루지의 환영이라도 미리 본 기분이었어요.

이래서 자식은 많이 낳아야해..
귀찮다고 사람사의 일을 안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든 불러만 주면 달려가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나에 대해 더 알자.


지금은 행복한 동행이 폐간되었는데, 행복한 동행의 신은경 기자님을 만나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영애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외모 뿐 아니라 마음은 더 아름다운 분이셨어요.
기자님께 배운 것이 참 많은데, 장미란 선수의 비법을 알려주신 것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자님께 배운 "장미란 선수의 비법"은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실 때도 "지금 기자님 만난 것도 다 적어놓을거에요" 라고 하셨다고..  장미란 선수는 연습하면서 손을 쥐는 법, 음식 등의 작은 변화까지 다 기록을 함으로써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있던 일들을 꼼꼼히 적어보고 있는데, 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도움이 된 것이 어떤 때에 제가 컨디션이 좋아졌고, 누구를 만났을 때 아이디어가 가장 샘솟았고, 무엇을 먹었을 때 몸이 좋았는지 등을 좀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아플 때도 적어둔 것 보면서 제가 뭘 먹고 언제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빨리 찾았어요.
매일 매일 적어 두는 것이 약간 귀찮기는 하지만, 기록하는 적성이 맞으시면 한 번 해볼만 합니다.


3. 신데렐라가 되자.


가끔은 약속 잡기 머뭇거려지는데, 할 일이 있어도 약속을 잡으면 끝날 시간 통제를 잘 못하는 탓 입니다. 다음 일이 있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을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파할때까지 남아있곤 합니다. 새벽까지 같이 앉아있다보니 친해진 분들도 많지만... 혹여 그럴까봐 애초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김민식 PD님 (http://free2world.tistory.com/)을 뵈며 배웠습니다.

통번역대학원에서 PD를 준비하시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꿈을 조율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10시면 신데렐라가 되셨다고 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할 일 함께 다 하되, 10시가 되면 사라져 스스로의 꿈을 준비하셨고.. 결국 꿈을 이루신 것 입니다.
신은경 기자님 덕분에 김민식 PD님을 뵙게 되었는데,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만남으로 기억되면서도 맺고 끊음이 분명하시다는 느낌이었어요. 저희와 만난 날도 들어가셔야 되는 시간을 미리 말씀해주셔서 그 시간 내에 무척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오늘 만남이 너무나 즐겁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내 생활을 챙기는 것이 서로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차 3차 계속 있어놓고 후회하는 날도 많기 때문입니다.. ^^;;

"아.. 나 내일 프리젠테이션 해야되는데.."
"요즘 피곤해 죽겠어."
"할 일이 너무 많아.."

라면서 앉아 시간을 보내니 모두 마음 한 켠이 묵직한 것입니다. 때로는 자신이 정한 시간을 딱 지키며 신데렐라가 되는 것도 사람과 꿈 사이를 조율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올해는
불러만 주면 어디든 빠지지 말자.
대신 제가 정한 시간이 되면 일어나자.
하루 하루를 기록하며, 누구와 만나 어떤 행복한 일이 있었는지 열심히 적자.
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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