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학생에게 욕을 가르치는 이유

요즘 아이들의 너무나 조숙한 거친 말투를 듣다보면 놀라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학원에서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 듣다가 흠칫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욕에 대한 이야기 이다보니, 오늘은 X와 같은 순화나 자체 검열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유치원생: (자기 형하고 싸운 뒤) 쌤~ 저 미친쌔뀌가요~ 깝쳐요! 패주세요!
초등학교 2학년: (학원에서 좀 더 배우고 가라고 하자) 아~~ 존내~ 쒸팔! 짜증나! 이런 미치겠네~"

욕쟁이 할머니도 울고 갈 걸쭉한 입담을 가진 녀석들이 많아서,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되나, 고심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마파도


solution1.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르쳐주기

처음에는 무조건 가르치고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욕을 할 때마다  혼내면서 왜 욕을 해서는 안되는지 훈계를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나름대로 욕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 부모님도 욕을 하셔서
아이들이 욕을 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부모님들도 가만히 안 계십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욕하지 말라는 말조차 욕으로 하는 부모님들도 계셨습니다. "이 개새끼야! 어디서 욕을 하고 지랄이야? 저 새끼는 어디서 못된것만 쳐 배워가지고!"  (부모님을 보고 배운 듯 합니다..ㅡㅡ;;;)
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계속해서 "미친년아~" "개새끼야" 라고 하길래, 친구에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부모님도 서로 그렇게 부르신다고 합니다. ㅡㅡ;;;
아이의 이야기인 즉, "우리 아빠는요, 새벽에 술 쳐먹고 들어와서, 2단 옆차기로 엄마 옆구리를 발로 까면서 "미친년아~" 라고 하고, 엄마는 울면서 "이 개새끼야~ 나가 디져버려!" 라고 해요.. 엄마 아빠도 그러는데 그게 나쁜 말이에요?" 


2. TV나 매체에서 욕을 하니까
요즘은 방송의 각종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여과없이 욕이 나옵니다.
노홍철씨의 별명은 '똘아이'이며, 노래말 가사가 '미쳤어' 이고, 자막에서도 '미친거 아냐' 등이라는 말들이 거침없이 나옵니다. 연예인들의 욕설논란은 이제는 익숙합니다. 그렇다보니 어린 아이들은 방송에서 하는 말은 욕이 아닌 줄 알기도 합니다. 그래서  "똘아이야~" "미쳤어~" 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선생님은 TV도 안 보세요?" 라며 쏘아붙입니다. ㅡㅡ;;;


3. 욕을 해야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아이가 될 수 있어서.
초등학교 1학년: 형, 형은 언제부터 욕을 했어?
초등학교 5학년: 응~ 난 1학년 때부터 했지~
초등학교 1학년: (존경의 눈빛으로) 우와~ 쩐다! 형~ 처음에 욕은 어떻게 시작해야돼? 난 아는게 없어.
초등학교 5학년: (의기양양하게) 난 존나부터 시작해서, 형들한테 배웠어..
                         하나하나 하다보면 금방 늘어. 너도 곧 잘 하게 될거야...
그 둘의 분위기는 마치 언제 재테크를 시작했냐는 질문에 고등학교때부터 라고 대답하는 달인을 보며 존경의 눈빛을 보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아이들 사이에는 욕을 적절히 잘 구사하는 것이 잘 나가고 멋져 보이는 일 인 것 같습니다.


4. 자기 방어를 위해.
욕을 하면서 거칠게 굴면, 다른 아이들이 덜 괴롭힙니다. 아무래도 수더분하고 착하게 울기나 하거나, 어른들에게 고자질을 하는 것으로는 또래의 드센 아이들 사이에서 버티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겁이 많고 약한 아이들일수록 빨리 욕을 배우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보다, 아이들에게는 욕을 하는 이유가 더 중요하고 컸던 것 입니다.
그래서 욕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가르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ㅜㅜ




solution2.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것을 고치기 위해, 욕을 할 때마다 때려주기

아이들에게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것에 실패하고 생각한 것이 행동교정이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욕을 추임새로 사용하는 것을 고치기 위해, 아이가 욕을 할 때마다 입을 한 대씩 때려줬습니다. (살짝 톡 건드리며 주의만 준거에요.. 전 폭력교사는 아니에용...^^;;)
그러나, 그냥 선생인 제 앞에서만 아주 약간 주의할 뿐, 학원밖을 나가는 순간......
친구들에게 "거기서~~~ 개새끼야~~~~"를 외치며 해맑게 뛰어나갑니다. ㅡㅡ;;;;;
결국 이 방법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solution3. 욕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도록 욕 가르치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차라리 아이들에게 욕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도록 가르치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좆과 씹

존나, 졸래. 존니.. 씨팔, 등으로 마구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좆'과 '씹' 입니다. 사전에서도 성기를 칭하는 비속어라고 나오는데, 원래 의미로는 수컷 쥐의 성기를 '좆'이라고 하고, 암컷 쥐의 성기를 '씹'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옛날 집에서 곡식을 훔쳐먹던 오래 묵은 커다란 쥐가, 곡식을 훔쳐 먹는 것도 모자라서 사람으로 변신을 하여, 원래 사람을 가짜라 하며 내쫓고, 자신이 그 사람인양 행세를 하였다고 합니다. 쫓겨난 진짜 사람은 여기저기를 떠돌다 도사의 도움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쥐를 쫓아냅니다. 쥐를 쫓아내고 나서, 쥐와 진짜 사람을 구분 못한 마누라(남편)에게 같이 성관계를 하고도 몰랐냐는 뜻으로 "쥐좆도 모르고 사셨소?" "쥐씹도 못알아 봤소?"하는 말을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쥐의 번식활동은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 입니다. 거기에 사람으로 변신해 배우자와 재산을 빼앗았다는 옛 이야기까지 더해져, 쥐좆, 쥐씹은 아주 나쁜 욕으로 사용되었던 것 입니다.
그래서 '좆같은 놈.'하면, 속임수로 남의 배우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놈, 쥐처럼 쓸데없이 번식하는 놈, 이성이 아니라 욕망으로 똘똘 뭉친 놈등을 두루 아울러 썼던 말인 것 입니다. 그 말이 오늘날, 좆나, 좆같은.. 등으로 변하여, 이제는 존나, 존니, 존내, 족같은.. 등으로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것 입니다.
마찬가지로 '씹할년'도 남편도 못 알아보고 성교를 하는 방탕한 여편네, 이 놈 저 놈의 씨를 받아 마구잡이로 번식하는 여편네 등으로 사용이 되다가, '씹할' '씨팔' '열여덟' '18' 등으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좆과 씹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도 많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에는 이 이야기가 제일 적당한 것 같아서 이렇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fuck you

어른들은 거의 알면서 사용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이 말이 영어 욕이 아니라 '뻐큐, 빡큐'로 적으며 순우리말인 줄 아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또한 이 말과 가운데 손가락을 번쩍 드는 행동이 같은 뜻이라는 것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ㅡㅡ;;;

엄창

'엄창'이라고 하면, '지금 이 말이 거짓이라면, 우리엄마는 창녀다.'라는 뜻으로, 그만큼 확실한 사실이라고 맹세하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은 무슨 줄임말인지도 모른 채,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엄창?"을 말하는데, 이 말이 '너희 엄마 창녀'라는 말의 줄임말이라고 하면 흠칫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욕을 가르쳐 줬더니, 아이들은 우선 놀라더군요. 욕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수업을 할 때보다 집중했습니다. (욕을 가르쳐 줄 때 수업참여도 2000%.)
"우리 선생님은 욕도 가르쳐." "우리 학원에서는 욕도 가르쳐 준다~"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면서, "선생님~ 이 욕은 무슨 뜻이에요?" 하면서 다른 욕의 뜻도 물어봐 가면서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욕의 뜻이나 정확한 표현법을 가르쳐 준 뒤에, 아이들이 욕을 잘못쓰면 지적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존나~' 라고 할 때, 옆에서 "샘이 가르쳐 줬잖아! 존나가 아니라 좆나! 라고.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좆나가 아니라 미친~이라고 해야 맞는 거지. 욕을 쓸꺼면 제대로 써." 라고 하고, "빠큐~" 라고 할 때, "빠큐 아니라고! 훡큐라니까. 발음 좀 정확히 해.." 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욕을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하던 아이들이, 욕을 하되 제대로 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욕을 적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욕의 맞춤법과 표현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더니, 아이들 스스로 자체 정화해서 "이런 삐리리야~" 라는 정도로 순화해서 쓰거나, "저 새끼가요~"정도로 욕의 강도가 많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욕을 하지 말라고 하고, 욕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가르쳐 주고, 욕을 할 때마다 혼내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욕의 정확한 의미와 맞춤법을 알려주고, 욕을 할거면 상황에 맞게 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욕을 적게 하고, 순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언어습관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 참 어렵습니다......ㅠㅠ

우리의 욕쟁이 꿈나무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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