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결혼식 가기 싫어지는 카톡 청첩장, 카톡 청첩장 받는 사람의 마음
무척 친한 동생이 결혼을 합니다. 이미 결혼식 소식은 오래 전에 들었고, 날짜나 시간 장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워낙 친해서 청첩장이나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는 사이인데, 결혼식을 앞두고 밥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바쁠텐데 괜찮다고 했는데, 청첩장도 줄 겸 얼굴을 보자고 하여 만났어요. 결혼 앞두고 못 본지 꽤 되었는데 오랫만에 만나 반갑기도 했고, 맛있는 것을 얻어 먹어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동생에게 격식 차린 청첩장을 건네 받고 보니... 이렇게 청첩장을 받은 것이 언제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했습니다.
결혼식을 안 다녀서 가물가물한 것은 아닙니다. 결혼식은 매년 숱하게 가고 있는데... 최근 들어 이렇게 격식을 차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청첩장은 고사하고 덜렁 카톡 청첩장 하나를 날리곤 합니다. 청첩장을 건네 준 동생에게 "나 청첩장 정말 오랜만에 받는 것 같아." 라는 말을 꺼내자, 그 자리에 있던 직장인들이 그동안 카톡 청첩장에 쌓였던 울분이 터져 나오며 카톡 청첩장 성토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카톡 청첩장에 기분이 더러웠던 것은 저 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카톡 청첩장의 유용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카톡 청첩장을 보내는 이들의 태도 때문에 카톡 청첩장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많이 상합니다.
카톡 청첩장에 마음 상했던 이유
1. 카톡이라고 청첩장을 애니팡 하트 보내듯 하는 태도
카톡 청첩장은 마치 카카오톡 게임 애니팡 하트 구걸처럼 옵니다. 전후 사정 한 마디 없이 덜렁 어느날 갑자기 링크가 날아와요. 설령 문맥 한 줄 정도가 추가 되더라도 "저희 결혼합니다." 또는 "와서 부담없이 식사 하고 가세요." 따위의 그냥 단체 문자입니다. 청첩장의 경우에는 애니팡 하트처럼 별 것 아닌 부탁이 아닙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종의 청구서로 "나 몇 일날 결혼하니 돈 들고 오셈." 이라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결혼식은 보통 주말에 하는 만큼 그 날 시간도 빼야 하고, 축의금도 준비를 해야 해서 부담되는 일 입니다. 그래서 친한 사이에도 바쁘더라도 꼭 와 달라고 "부탁"과 "초대"를 하는데, 이건 뭐 애니팡 하트 요청을 뿌리듯이 카톡 청첩장을 뿌리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최소한 카톡 모바일 청첩장 링크를 보내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저 결혼해요." 와주세요." "모바일 청첩장 보낼게요" 라는 세 마디라도 있었으면 이 정도로 불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일일이 입력하기 귀찮고, 전화 돌리기도 귀찮으니 카톡 청첩장을 살포하고 날로 먹겠다는 심보 같아 보여서 무척 이기적으로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더욱 황당하게 페이스북 청첩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일이 카톡 보내는 것도 귀찮고, (자신의 성격이 그런거 챙기는 성격이 아니라나요.. ㅡㅡ;;) 페이스북 페이지로 만들었으니 결혼식에 많이 와 달랍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청첩장을 보면서 제3자로 "결혼 축하합니다"만 남기면 되는 사람들은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칭찬을 했으나, 결혼식에 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혼식은 참여하는 하객에게 무언가 이익이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로지 신랑 신부를 위해 가는 자리입니다. 자기들 좋은 자리에 축하해주러 오라고 요청을 하면서 일일이 연락하여 초대하기도 귀찮으니 카톡 청첩장을 휙 날리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알아서 보고 오라는 그 태도가 분노를 부릅니다.
가우스 전자 성형미 과장처럼 하트 보내주고 한 방 먹이고 싶으나, 카톡 청첩장에 마음 상했다고 하트를 보낼 수는 없는 난감한 관계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냥 계속 혼자 이 사람 뭐냐고 궁시렁거리게 됩니다.
2.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같은 카톡 청첩장
덜렁 날아온 카톡 청첩장이나 모바일 청첩장을 받고 나면, 가야 할지 말아야 할 지 난감합니다. 저처럼 소심한 영혼들은 혹시나 제가 안 가면 그 사람이 상처받을까봐 고민합니다. 저는 아니었는데 혹시 그 사람은 저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해서 보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보면, 주로 반응은 "어? 기대 안 했는데 왔네? +_+"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말은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는데, 그게 제가 와서 고마운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보통 결혼식 예약할 때 100명이나 200명을 미리 예약을 하고, 그 인원보다 적게 오더라도 그 식비를 다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머리 수 한 명 더 채운 것에 기뻐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급한 일반화 일 수 있으나 카톡 청첩장 뿌려서 간 결혼식은 대체로 신랑 신부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아마도 친구가 없어 걱정되니 아무에게나 막 카톡 청첩장을 뿌리고, 페이스북에 올려서 오라는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게 청첩장을 뿌리나 봅니다. ㅡㅡ;
3. 결혼식 끝나면 입 싹.
카톡 청첩장은 처음부터 그동안 잘 지냈냐는 짧은 안부 인사 한 마디가 빠져서 사람을 기분 상하게 하는데, 덜렁 카톡 청첩장 하나 보낸 사람들은 결혼식 이후에도 예의가 없었습니다. 보통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다녀오면 답례 문자를 보내주곤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경우는... 학교 동생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이 대전이라 가지 못했습니다. 직접 가는 친구 편에 조의금만 보냈는데 바로 문자가 왔어요. 너무 고맙다고.. 오히려 제가 못가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훈훈하게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더 기억에 남는 경우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오열했던 동생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본 상주들 중에 가장 오열했던 상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머니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힘들어 했어요. 그런데 그런 정신에 며칠 후 와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보낸 것 입니다. 친한 사이라 그런 문자 안 보내도 괜찮은데도 경황 없는 가운데 문자 보낸 것을 보니... 정말 집안에서 잘 배웠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장례식의 경우에는 초대라 하기는 어렵지만.. 결혼식의 경우에 정식으로 초대를 했던 사람들은 결혼식 참석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단체 문자일지라도 "와줘서 고맙다" "잘 살게요"라는 문자,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 일일이 인사 못드려 미안하다"는 문자 같은 것을 챙겨 보냈습니다. 그러나 카톡 청첩장 휙 보낸 사람들은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특히 답답한 경우는 축의금을 대신 보냈는데, 아무 말이 없으니 잘 받았는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되어 궁금합니다.
"축의금을 받았으면 그 사람에게 일일이 문자 한 통 정도는 보내야 되는거 아니니? 입 싹 닦고. 정말 기분 나빠."
"난 그것도 싫더라. 감사인사를 단체 카톡방에 덜렁 고맙다고 한 줄 남기고 끝내는 사람."
이라며 카톡 청첩장 성토대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퍼뜩 찔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할머니 장례식에 와준 분들께 개별 감사 문자 한 통도 안 보냈어요. 그리고 단체 카톡방에 덜렁 고맙다고 한 줄 올리고 입 싹 닦았습니다. 그 뒤에 식사 한 번은 고사하고 커피 한 잔도 안 샀어요.. ㅠㅠ
그제서야 왜 제가 친구가 없는지 알았습니다. ㅜㅜ 카톡 청첩장 보내는 싸가지를 욕하며 남 얘기 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프고 경황없는 와중에도 답례 문자를 보낸 동생을 보면서 가정교육을 정말 잘 받았다고 하게 되는데, 반대로 저처럼 답례 문자를 생략하는 것을 보면서는 분명 저보다 부모님이 욕을 먹었을 것 같아 더 송구스러워졌습니다.. ㅠㅠ
(카톡 청첩장 대량 살포하시는 분들, 결혼식에 와 준 사람에게 꼭 감사 문자 보내세요. 가정교육 잘 못 시켰다고 부모님이 욕 먹어요... ㅜㅜ )
카톡 청첩장, 단체 공지 청첩장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신랑신부보다 하객 만나러 간다.
카톡 청첩장을 살포하는 신랑신부는 얄미우나, 그 결혼식에 수 년만에 만나는 친구나 아는 사람이 잔뜩 오면 그냥 동창회나 모임하러 간다 생각하고 갑니다. 지금 저의 머리 속에는 주인공 신랑 신부보다 결혼식 끝나고 우르르 커피 마셨던 기억만 소중하게 남아있는 결혼식이 꽤 됩니다. 동창회비나 모임 회비 5만원 내고 다녀왔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신랑신부가 입 싹 닦고 저의 경조사를 모른 척해도 덜 서운합니다. 어차피 그들의 결혼식보다 사람 만나러 간 거니까요. 2. 결혼식을 계기로 친해지는 경우는 없다.
카톡 청첩장이나 단체 공지같은 찝찝한 초대에도 갔던 이유는 신랑 신부와의 인간 관계 때문이었는데... 어차피 가도 안가도 인연이 끝나더라고요. 제가 갔더라도 신랑 신부가 결혼할 때만 급해서 연락했을 뿐, 그 뒤에 저와 연락하고 지내지 않기 때문에 인연이 끝나요. 학과나 회사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경우에는 제가 왔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할 때도 개인적으로 연락이 없던 사이이기 때문에, 결혼식 끝나고도 역시 연락이 없더라고요. 심지어는 친한 친구들도 결혼식 때 반짝 연락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정신 없다고 연락 안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친해도 그럴진데 개인적으로 연락하던 사이도 아닌 서먹한 관계는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해서 더 가까워지지 않아요. 결혼식 같은 빅 이벤트에도 인간관계를 잘 관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결혼식이 끝난 뒤에 사람을 챙기며 관리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었습니다.
고로, 친해지거나 현재의 관계가 깨질까봐 갈 필요는 없었어요. 어차피 우리 사이는 애니팡 하트같은 카톡 청첩장 보내는 그런 사이일 뿐이에요. 더 멀어질 것도 없어요.
3. 인간관계 정리의 계기로 좋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다급하게 친한 척 하거나 카톡 청첩장 보내면서 오라고 졸라 대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결혼식에는 안 오는 것을 보며 인간관계를 걸러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경조사를 거치면서 좋은 일에만 함께 해주는 사람, 슬픈일에도 함께 해주는 사람, 자신이 받은 것을 까맣게 잊는 사람, 자신은 받은 것도 없이 남에게 베푸는 사람 등...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카톡 청첩장에 불쾌할 때 하더라도... 그 덕분에 그 사람의 인간관계,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쉽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카톡 청첩장, 보내지 말아야 하나?
그리고... 카톡 청첩장을 날려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좀 더 작은 예식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구잡이 카톡 청첩장을 보내는 원인은 주로 친구가 없어서 였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예식장이 썰렁해서 모양 빠지고, 사람이 안 와도 돈은 내야 되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보통 축의금 받아서 예식비를 퉁치는데 예식비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의 하객의 수에 맞춰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의 기준에 맞춰 예식을 하는 것 입니다.
카톡 청첩장 받은 사람도 기분 나쁘지만, 카톡 청첩장 보낼 정도로 하객 숫자 때문에 걱정하는 신랑 신부의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이럴 바에는 좀 더 작은 예식 공간에서 가족과 친한 친구 몇 명만 불러 작은 예식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과 인간관계의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큰 곳에서 했어도 올 친구가 세 명 밖에 없었을지라도... 작은 예식이라 친구는 정말 친한 사람 세 명만 불렀다고 하면 신랑 신부도 체면이 서고, 어설픈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카톡 청첩장 같은 것을 보내어 서로 불편하게 만들 일도 없지 않을까요.....;;;;
또 다른 이상적인 대안은 축의금을 안 받는 것이었습니다. 카톡 청첩장이 불쾌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돈 때문입니다. 돈 받으려고 사람 하나 이용한 느낌 때문에 몹시 불쾌해지는데, 축의금을 안 받는다고 하면 돈으로 인한 오해는 풀리겠지요... 그러나 빠듯한 결혼 비용에서 축의금을 안 받고 결혼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받은 청첩장 때문에 봇물 터졌던 카톡 청첩장 성토 대회를 마치고 나니, 정작 저는 결혼할 때 하객 초대를 어찌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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