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백만년, 뒤끝이 남는 심리적 이유

라라윈 심리 분석 : 뒤 끝 백 만년이 되는 심리적 이유는 뭘까?

뒤끝 백만년.
무슨 일이 지나고도 빨리 못 잊거나, 잊을만하면 다시 이야기를 꺼내면 "뒤끝있다, 뒤끝 길다, 소심하다, 쪼잔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주위에서는 빨리 잊으라며 압박을 가하지만, 정말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사골뼈보다 더 진하게 몇 년을 우려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스로도 뒤끝 백만년처럼 굴지 않으려고 애를 써 봐도, 뒤끝 백만년이 남는 일들이 생기는 심리적 이유는 뭘까요?


뒤끝 풀기, 뒤끝, 뒤끝 남는


1.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나의 피해

예전에 버스에서 사람들 등에 떠밀려 나오면서 버스카드를 찍지 못하자, 다음 환승에서 1600원이 찍히는 것이었습니다. 800원 더 내는 것이지만 왜 이리 억울한지.. 잘못 찍히거나 정황을 신고하면 환불해 준다고는 하지만, 그 전화를 하는 핸드폰 비용도 500원은 들 것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버스카드 800원 정도는 비용도 적고 잠시 지나면 하루 정도 기분 꿀꿀한데는 일조할 지 몰라도 곧 잊혀지지만, 그 금액이 커질수록 속상합니다. 특히나 아직도 뒤끝이 남는 것은 차 테러입니다. 제 차 뒷문짝을 살벌하게 긁고 도망갔는데 수리하러 갔더니 뒷문, 뒷판까지 긁어놓아서 수리하려면 몇 십만원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긁어도 속상할 판에 누군가 긁고 말없이 도망간 것을 보니 지금도 차 뒷문을 볼 때면 울컥합니다. 정신건강을 위해 날씨 따뜻해지면 판금 도색을 해서 봐도 생각이 안 나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물질적 피해도 금액이 커질수록 뒤끝이 길어지는데, 그나마 물질적인 피해는 물질로 해결은 됩니다. 아까워서 그렇지 내 돈을 들여서라도 고치면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 복구하기는 했어도 어쨌거나 원상복구를 하긴 했으니까요.

그러나, 정말로 뒤끝 백만년이 되는 것은 정신적인 피해입니다.
예를 들어 말이 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목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막 내뱉는 친구 옆에 있으면, 못 들을 말에 마음이 다칩니다. 잘못이라면 말 못가리는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는 것 뿐, 험한 말을 들을만한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막말을 들으니 억울해집니다. 연애도 비슷합니다. 나의 죄라면 상대를 좋아한 것 밖에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상대가 나를 이용하거나, 관리할 때 정말 억울해집니다.
이런 정신적인 피해는 아무도 보상해주지를 않습니다. 내가 정말 잘못해서 상처받고 속상했다면 내 잘못도 있으니 좀 간안을 할 수 있지만, 죄라면 사람들을 좋아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하려고 한 것 밖에 없는데 상처받는 것은 아무도 수습하고 보상해 주지를 못합니다. 상처입은 가슴은 어떻게 원상복구 되지를 않기에 뒤 끝 백만년이 갑니다.


2. 아무도 몰라주는 답답한 나의 마음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 재수가 없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은 일들을 겪고 나면 너무 너무 속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어도 속시원히 욕을 퍼붓고 풀릴 때까지 이야기 할 곳도 없다는 것이 더 괴롭습니다.
구구절절 꽁시랑 거릴 수 없을 때도 많고, 친한 친구라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삼세번" 이기 때문에 뒤끝 백만년으로 끊임없이 궁시렁 궁시렁 거리면 다들 싫어하거나, 이제 그만 좀 하라며 말을 못하게 하거나, 유체이탈해 버립니다. 듣고 있는 척 하면서 딴짓을 하고 표정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죠. ㅡ,,ㅡ;;;

물론 속 시원히 풀 곳이 있으면 뒤끝이 남을 일도 없지만, 이렇게 크고 작은 일들을 말할 곳도 없고, 답답은 하고, 풀리지도 않으면 아주 아주 오래갑니다.

이런 면에서 블로그가 아주 유용하기도 한데, 황당하고 억울한 사연을 공유하면서 빨리 뒤끝없이 사건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도 소심해서 억울한 일 겪으면 블로그에서 미주알 고주알 이르기를 좋아합니다. ^^;;;;

- 차를 들이받더니 차 한 대 사준다는 아줌마
- 치한으로 오해 받아보니, 남자심정 이해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크게 되기도 하고, 반대의견을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 덕분에 제가 잘못 생각하고 성급하게 울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게시판에 답답한 마음을 고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치듯이 마음에 담아두어 병나는 것이라도 출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같이 블로그나 트위터 페북을 하는 친구라거나 뻔히 이야기를 하면 자기 이야기인 줄 알 것 같은 것은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냥 혼자 꾹꾹 눌러 매실이 쪼그라져 엑기스가 빠질때까지 삭히듯이 삭혀야 되니 참 괴롭습니다.


3. 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뒤끝이 오래가는 이유 중 하나는, 풀리지도 않고 응어리 진 일을 무조건 잊어버리고 넘어가야 된다는 강박 때문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잊으려고도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으면 쉽게 별 일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데,
무서운 장면이나 더러운 장면을 보고 나서
"빨리 잊어버려야지. 빨리 잊어버려야지.."
할수록 그 장면이 더 생생하게 새록새록 떠오르듯이,  잊으려고 하는 뒤끝 백만년 사건은 점점 더 뇌에 콕 박혀서 오히려 더 떠올라 버립니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백만년이 못 되기에 백만년까지 가지는 않지만, 뒤끝의 유통기한은 정말 엄청납니다. 십수년 가뿐히 넘기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뒤끝 백만년짜리 일들은 수시로 일어나는데, 친구 사이에서 회사 동료 상사 뿐 아니라  애인이나 가족과도 예외는 아닙니다. 친하고 좋아할수록 달라붙어 겪는 사건도 많기 때문에 수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잊혀지지 않는 것 입니다.
다만 그것을 유머로 승화하여, "초등학교 때 동생이 싸우고 나서 내 숙제를 감춰서 엿 먹었지, 하하하." 등으로 지난 이야기로 넘어갈 수도 있고,  "니가 중학교 때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찝적거렸잖아. 이 삐리리야."라며 술만 먹으면 십 수년 전에 중학교 때 이야기를 하며 지금도 멱살잡이를 하는 친구들도 있을 뿐 입니다. ㅡ,,ㅡ;;;
죽일놈의 기억력, 무시무시한 뒤끝이죠.


4. 뒤끝 있으면 안 좋다는 사회적 압박

뒤끝을 남기면 그 사람이 나쁘거나 부족한 사람 취급을 당합니다. (일의 종류와 피해 상처의 강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주위에서는 털어버려라, 뒤끝 백만년 나쁘다, 그러면 안된다라고 합니다. 물론 뒤끝 때문에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이기에 애정어린 조언이기는 한데, 뒤끝이 남아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그런 주위의 압박 때문에 더 괴로워집니다.
뒤끝 백만년으로 지난 일을 못 잊고 꽁시랑거리거나, 말은 안하지만 표정이 굳고 마음에 파도가 일고 있는 자신을 보면 스스로도 이 모습이 참 싫습니다.
'왜 난 쿨하게 잊어버리지 못할까. 그냥 넘어가지 못할까.
내 성격이 문제인걸까. 나 이렇게 소심 쪼잔 꽁한 사람 아니었는데.... ㅠㅠ'
등의 스스로에 대해 평가절하를 하게 되고, 우울해지기 때문에 점점 더 안 좋은 생각들이 물밀듯이 올라오면서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뒤끝,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뒤 끝 백만년은 주위 사람도 피곤하지만,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괴롭습니다.
뒤끝 백만년 될 것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면, 인터넷 게시판에라도 답답한 속을 털어놓아보거나 (단, 악플 때문에 더 괴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뒤끝을 잊을 만한 다른 일을 찾는 등의 방법들도 있는데,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불편한 심정부터 떨쳐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사와의 관계, 애인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상호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렇게 한 것은  정말로 나도 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도 원치않는 차사고처럼,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재수없게 겪게 되는 일들도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고 있거나, 그 억울함에 충분한 위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길게 남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애인이 바람난 경우가 대표적 케이스라고 하는데, 애인이 바람이 나면 주위에서는 그 사람이 나쁘다며 위로도 해주지만, 남자(여자)가 어떻게 했길래 바람을 피우냐며 책임을 원래 애인에게 돌리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애인이 바람난 사람은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면서도 풀리지 않는 억울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심리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애인이 바람이 난 것은, 버스 잘 타고 가고 있는데 차 사고가 난 것 처럼, 지하철에서 재수없게 이상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재수없는 일이었던 것 뿐 입니다. 애인이 신경을 덜 써줘서, 애인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바람을 피웠다고 하는 식은 바람피운 사람들의 책임회피일 뿐이지 그런다고 모두 바람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자신이 애인에게 신경을 덜 써줘서 그랬나 하면서 괴로워 하다가, 왜 이런 배신을 겪어야 하는지 뒤끝 백만년 고뇌하다가 하노라면 결국 상처만 천만년이 가도록 남게 됩니다.

뒤끝이 남는 일들을 겪을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스스로라도 자신을 도닥이고 " 그럴만하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겪으면 그럴 것이다. 내가 문제가 아니다." 라는 힘을 주는 것이 뒤끝을 빨리 풀어버리는 지름길 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라도 힘을 주면 아무도 이해못해주는 혼자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달래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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