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의 일상 이야기: 환상적인 오픈카의 실제
그러나 집이 재벌가도 아니고 주위에 오픈카를 가진 사람도 없어 로망일 뿐이었는데, 사장님이 오픈카를 구입하셔서 오픈카를 자주 타보게 되었습니다. 벌써 오래 전 이라, 당시에는 수입차가 흔하지도 않은데다가 BMW Z3는 더 드문 차였습니다.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모두 사로잡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사장언니 집이 저희 집과 가까운데다가, 사장언니는 오픈카 자랑질을 위해 자주 태워주었습니다.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누라는 빌려줘도 차는 못 빌려준다고 하듯, 차 키를 다른 사람에게 잘 내주지 않습니다. 특히나 저의 운전실력을 잘 아는 사장언니는 평소에도 제가 운전하는 것을 보며 잔소리 100마디 하는 스타일이라서 절대 자기 차 키를 내준 적이 없었는데, 오픈카를 사더니 정신줄도 오픈되었는 지 운전을 해보라며 차 키를 내 주었습니다.
"한 번 몰아봐. 끝내 줘."
제 운전실력에 대한 불안감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나 봅니다.
그 덕분에 얼떨결에 운전석에 앉아 달려보니, 오오오오~~~ +_+
과연 성능이 감동적입니다. 엑셀의 가속되는 정도나, 밟자마자 그 자리에서 서 주는 성능좋은 브레이크가 아주 감동적입니다. 그러나 BMW의 성능에 감동하는 것보다, 이 차의 뚜껑을 열고 달려보는 것이 더욱 더 큰 관심사였습니다.
시내에서는 길 막히는데 오픈하고 달리니, 머리를 흩날리며 달리는 그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괜히 오픈카 때문에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가는데, 드디어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좋은 코스에 접어들어 차 뚜껑을 열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오~ 바로 영화에서 보던 그 상황.
머리 흩날리며, 달리는 그 아름다운 장면이죠. +_+
그. 러. 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는 여배우의 머리가 아름답게 흩날리더니만,
현실에서는 시속 50km 밖에 안 되는데 바람이 장마철 강풍처럼 휘몰아치면서 머리가 사방으로 날리고, 바로 사장언니와 저는 소위 말하는 '미친년 산발' 헤어가 되었습니다. ㅡㅡ;;;
긴 머리를 아름답게 흩날리며 오픈카를 타고 달리는 것은 다 연출된 장면이었나 봅니다.
유이는 예뻐서 이런 머리도 예쁘지만, 저의 현실은 그냥 XXX 산발..
그래도 오픈카를 탔는데,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며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로망을 버릴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머리는 계속 산발이 되어 눈 앞을 가림에도 불구하고 꾿꾿하게 타고 있었습니다.
이건 드라이브도 아니고, 바람을 맞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바람에 맞서 싸우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오픈카를 탔는데.... 참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30분 정도 달렸을까.. 머리는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더니 척 달라붙어 떡진 머리가 되었습니다.
오픈카를 타고 드라이브 하는 장면을 보면, 여주인공은 머리를 흩날리며 해맑게 미소짓는데,
현실은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머리는 완전히 사방으로 날리고 떡지며,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ㅡㅡ;;;;
그래도 괜찮아요. 오픈카를 탔으니까요.
그러나 이 오픈카는 더 큰 결함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기회가 되면 제 차는 두고 사장언니 차를 얻어타고 다녔는데, 회식이 있어 사장언니 차를 타고 함께 갔을 때 였습니다. 집에 가야 하는데, 사장언니도 같은 방향인 저도 술을 마신 상태다 보니 운전할 사람이 없습니다.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부르고 보니, 한 명은 앉을 곳이 없습니다. 저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사장언니가 술김에 마구 붙잡더니 오픈카니까 차 뚜껑을 열고 올라앉아서 가면 된다며 못 가게 붙듭니다.
결국 대리운전 아저씨가 운전하시고, 저는 조수석에 앉고, 사장언니는 그 중간에 걸터앉아 괜히 신난 척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길 막히는 시내.
사람들이 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저희는 순식간에 완전 구경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차가 달릴 때는 좀 나은데, 신호대기 중에는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ㅜㅜ
사장언니도 못 견디겠는 지 신난 척 하고 있더니만, 다음 신호대기에서 자리를 바꾸자고 합니다. ㅠㅠㅠㅠ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사장님이 그러자면 그래야죠..
아.. 조수석에 앉아있을 때도 민망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차 뒤에 걸터앉으니 민망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집까지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멀던지... 아무리 잡았어도 택시를 타고 갔어야 하는데... ㅠㅠ
차가 있고, 세컨드 카로 몰것이 아니라면 정말 불편한 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이 많이 다르듯, 오픈카도 로망과 현실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ㅜㅜ
- 예쁘고 고울 것 같은 미대생의 실체
- 스킨쉽 안해도 서운해?
'생활철학 > 생각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풍 뎬무, 30년간 비피해 없던 우리 동네에서 물난리 참사 (28) | 2010.08.12 |
---|---|
부모님이 부르시는 애칭이 따로 있으세요? (48) | 2010.06.04 |
신기한 아줌마들의 대화방식 (23) | 201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