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폰이 액정이 크고 시원스러워서 엄마가 관심을 보이시기는 했는데, 과연 잘 사용하실 수 있을까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터치폰은 화면 잠금기능이 있어서 이용전에 잠금해지부터 해야 하고, 익숙해지면 터치라 편리하지만 엄마도 편리하다고 느낄지 알 수 없고, 복잡한 사용법을 익히실 수 있을 지도 불안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시듯 SKT의 충성스러운 오랜 고객입니다. 제가 LGT의 장점을 아무리 홍보를 해도, "LG텔레콤은 잘 안 터진다, SK가 좋다. 그냥 쓰던 거 쓰련다." 하시며, SKT를 열심히 쓰셨는데, 저는 LGT였기 때문에 제가 사용하던 핸드폰을 쓰시려면 LGT로 바꾸셔야 했기 때문에 더 망설이셨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011, 017은 잘 터지는데, 016, 018, 019는 잘 안 터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랫동안 011을 고집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통화연결음에서 "띵띵띠링 띵~" 하는 생각대로 T 음악이 나오지 않는 한 통화품질로 어느 통신사를 이용하는 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어느 통신사나 통화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은 되니까요.. ^^
통신사보다도 중요한 것은 터치폰을 쓰실 수 있어야 바꿀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엄마는 금세 전화하기, 문자보내기, 사진찍기, 전화부 저장하기를 마스터 하신 뒤에 여러가지 부가기능까지 익히셨습니다. 그렇게 슬금슬금 터치폰의 매력에 푹 빠지신데다가, LGT도 장점이 많다는 것에 결국 바꾸시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엄마가 저에게 문자를 보내셨는데.. 저는 사용해 본 적도 없는 편지지 기능을 이용하셔서 컬러메일을 보내셨습니다. 터치폰 못 쓰실까봐 걱정했던 것은 정말 기우였나 봅니다.
터치에 익숙해 지시라고 터치게임을 가르쳐 드렸더니 너무나 재미있어 하십니다. 모기, 파리,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때려잡는 게임이었습니다.
며칠 뒤 밤이었습니다. 엄마가 주무신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돋보기 안경을 찾으십니다. 뭐 하시나 했더니 자기 전에 모기잡기 게임을 하신다며 안경을 찾으신거였습니다. @_@
"아이구.. 내가 60이 다되서 이게 왠 일이야.. 원래 고스톱도 못 치고, 게임하고는 거리가 먼데..."
하시더니, 저는 통과 못한 레벨까지 다 넘어가셔서 엄마가 저보다 레벨이 높습니다. ㅡㅡ;;;
더 놀랐던 점은, 어른들은 핸드폰에 별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엄마 핸드폰을 부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70이 넘으신 할아버지께서 엄마가 터치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시더니 터치폰이라며 부럽다고 하시고, 엄마가 핸드폰을 바꾸자 영상통화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컬러메일에 사진과 음악까지 첨부해서 주고 받으시는 60대 중반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컬러메일에 파일첨부해서 주고받으시는 것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또 어른들 사이에서는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으로도 자녀자랑을 하신다고 합니다.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을 잘 다운받으실 수 있는 어른들은 별로 안 계셔서, 멋진 음악을 가지고 다니는 분들은 자녀들이 그만큼 세세히 신경쓰는 효자라는 겁니다.. 그 소리에 저도 엄마가 부러워하시던 벨소리를 다운받아드렸습니다. 어차피 오즈파워팩은 벨소리, 필링이 한 곡씩 무료이고, 곡 들어보는 것도 따로 요금이 나가지 않으니까요..^^;;
어른들은 보통 통화용도로만 사용하시고, 핸드폰에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
문득 예전에 어버이날 설문조사에서 "자녀에게 받고 싶은 선물" 중에 '최신형 핸드폰'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는 응답결과를 보면서, 최신형 핸드폰 기능이 워낙 많고 복잡해서 어른들은 있으셔도 사용도 못하실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굳이 자신을 위해 비싼 최신형 핸드폰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셔서 안 사셨던 것 뿐이지, 있으면 잘 사용하실 수 있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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