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주선하는 사람이나 주위에서 볼 때는 둘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성격, 조건 기타 등등에서 둘이 잘 되면 좋겠다 싶어서 해 주는 것이지만, 본인들은 다릅니다. 이번에도 그랬는지, 소개받은 여자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우린 아닌거 같다."고 하고 왔다고 합니다. ㅡㅡ;;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주선자 입장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기왕이면 잘 되면 좋았는데...
그랬더니 그 녀석의 베프가 알려줍니다.
"쟤는 첫사랑 때문에 안 돼."
소개팅 시켜달라고 그렇게 조를 땐 언제고, 무슨 소리일까요?
"쟤가 처음으로 사귄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를 못 잊어서 다른 여자를 아무리 소개시켜줘도 소용이 없어."
그 첫사랑 보다 예쁜 여자, 귀여운 여자, 성격이 더 좋은 여자, 여러모로 더 나은 여자를 아무리 소개시켜줘도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친구들도 어지간히 소개팅을 시켜줘 봤지만, 어떤 여자를 소개시켜 줘도 시큰둥해서 이제는 포기한 모양입니다.
오오... 아주 낭만적입니다.
첫 사랑 때문에 6년간이나 솔로로 지내다니...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아주 현실적인데, 의외로 낭만적이고 순수한 구석이 있나 봅니다. 그보다도 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다른 여자를 돌같이 보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대단한데...+_+ )
이런 상황이면,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이길래 헤어지고도 이토록 사랑을 받는것인지 알고 싶어집니다. 좋은 점은 벤치마킹해야죠...^^
"도대체 그 첫사랑은 어떤 스타일인데?"
"예쁘장하고, 성격이 제 멋대로여서 남자를 막 지 멋대로 휘둘렀어. 좀 4차원, 똘끼있는 스타일이었지."
남자는 상당히 바른생황 스타일인데, 여자친구는 아주 자유로운 영혼이었나 봅니다. 자신과 아주 달라서 끌렸던 걸까요? '예쁘고 똘끼있는 스타일'은 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런 스타일은 많지만, 그런 여자와 사귄 남자 모두가 몇 년씩 못 잊는 것은 아니니까요.
둘이 사귈 때 아주 절절했던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궁금해서 자꾸 캐 물었습니다. (벤치마킹을 위한 학습자세)
그러나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 여자와 사귀고 있던 때에는 성격이 안 맞아서 무척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걸핏하면 싸우고, 그렇게 삐그덕대다가 헤어졌다가 또 만나고 그러다 아주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 여자와 사귀면서 너무 힘들어 했었는데, 그래 놓고 저렇게 6년째 연애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남녀사이의 일은 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서, 옆에서 보기에는 별 것 없어 보여도 그 남자의 가슴 속에는 어떻게 남아있는 지 모를 일 입니다. 어쨌거나 첫사랑만 그리워하며 30대가 되어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본인과도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역시 주위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내용이 아주 달랐습니다.
남자가 그리워하고 못 잊고 있는 첫사랑 그녀는 예쁘고, 귀엽고, 착하고, 가끔 엉뚱한 짓도 하고, 애교도 있고, 센스도 있고, 말도 잘 통하고, 잘 맞는 여자라고 합니다. 똘끼있고 제 멋대로여서 마음고생하면서 친구만나서 술 푸게 했던 그 여자는 오간데 없습니다. 가만히 보니 이름만 첫사랑과 같은 것일 뿐, 남자의 환상으로 새로 태어난 여신이었습니다. 지구별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3년, 4년, 5년, 6년 째 그 여자를 생각하면서, 이미 원래 그 여자는 없어진지 오래이고, 완벽한 이상형을 만들어 놓고 그런 사람을 현실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ㅡㅡ;;;
그렇다면 차라리 그 여자와 다시 만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다시 만나서 더 좋으면 다행이고(너무 완벽한 이상형을 꿈꾸고 있어서 그럴 일은 없을 듯), 아니라해도 환상을 깨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그 편이 남자에게 좋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다시 만나기도 겁내고 있었습니다. 한 다리만 건너면 바로 연락을 취해서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럴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그 여자를 잊고 다른 사랑을 할 마음도 없고, 그냥 자신의 마음 속에 자신이 만든 이름만 첫사랑과 똑같은 여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입니다.
첫사랑은 그냥 추억일 때가 좋을 뿐, 다시 만나면 실망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누구나 사귈때는 원수같기도 하고, 서로 힘들고 안 맞아서 헤어지기까지 하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면 나빴던 추억들은 잊어버리고, 예쁘고 좋은 추억으로만 미화해서 기억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 사람의 좋았던 점만 떠올립니다. 그렇게 추억을 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어도, 예쁜 추억 뿐 아니라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는 상대방에게 실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리워하는 기간만큼 환상이 커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첫사랑은 그냥 추억속에 추억으로만 남겨둘 때 아름다운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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