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증표를 남기는 것은 불안해서가 아닐까..

얼마 전 지하도를 건너다 정성스러운 낙서를 보았습니다. 연인인지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사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판에 대고 락커를 뿌린 작품(?)입니다.

왠지 이 앞에서 세 쌍의 커플이 키득대며 남겼을 것 같은.. 아니라면 친구 셋이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남겼을 것 같은 낙서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왜 저렇게 사랑의 증표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 연인이 되지 않은 사람과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저런 표식을 남긴 것일 수도 있고, 지금의 연인과의 관계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남겼을 수도 있습니다.

솔로의 커플기원은 불안해서가 아니겠지만, 커플들이 사랑의 증표를 남기는 것은 불안감 때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들의 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하고 싶은 것이죠. 
또한 서로의 마음을 확실하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까 불안하여 "나는 000와 커플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계속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 것 일 수도 있고,  상대의 마음이 불안해서 확실하게 못 박아두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를 믿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기원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전제는 같습니다. 사랑이 영원하지 못하며, 변할 수 있는 것이라 불안하다는 것이죠.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증표인 영수증이나 수령증의 경우에도  환불이나 교환할 생각이 아예없거나,  증표따위가 없어도 문제가 생기면 잘 처리될 것을 믿는 경우에는 꼭 받거나 챙기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때, 불안할 때, 못 미더울 때 칼같이 챙기곤 합니다.  
이렇듯 증표는 많은 경우 불안요소가 있을 때 선호되고 중시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사랑에도 증표를 남기려 한다는 것은, 불안감이 있다는 반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너무도 사랑하고 행복하더라도, 이 사랑이 얼마나 지속될 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의 사랑만은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 믿고는 싶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불안합니다. 사랑하며 느끼는 행복을 잃을까 두려운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르듯, 사랑의 증표를 남기는 방식도 가지각색입니다. 
공공장소나 기념이 되는 장소에 자신들의 이니셜을 새기기도  하고, 커플반지, 커플용품 등으로  티를 내기도 합니다. 공개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자신들의 사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보다 영구적으로 몸에 상대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의 증표들은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끝났을 때는 이러한 증표들은 고스란히 상처와 지워야 될 과거로 남습니다.
커플용품은 볼 때마다 서로가 생각나 쓰기 괴로운 물건이 되고, 인터넷 홈페이지는 폐쇄나 청소를 해야됩니다.
문신의 경우는 더 한 것 같아 보입니다. 사랑의 추억과 상처가 영원히 가슴에 남듯, 몸에 흔적이 남아있게 됩니다. 전 남편의 이름을 새겼다가 지운 안젤리나 졸리나 위노나 라이더의 이름을 와인으로 바꾼 조니뎁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헤어지고 나면  더 큰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사랑의 증표를 남기는 것은 왜일까요?

그만큼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이만큼 일을 저질렀으니(?)  쉽게 마음 변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기 위함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몸에 상대의 이름까지 새긴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을 보지 않고 그 사람에게 올인하겠다는 결심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원히 남을지도 모르는 증표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사랑도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인가 봅니다.
헤어지고 나서의 상처따위를 생각하기 보다, 헤어질 일이 없는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짧은 지하도의 곳곳에 이렇듯 많은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만큼 자신들의 사랑이 오래도록 잘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커플들이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공공장소에 낙서는...ㅠㅠ 솔로에게 공공염장이기도...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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