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철학/생각거리

"같아요" 말투 싫은 이유 vs 쓰는 이유

라라윈 2018. 11. 9. 22:16

라라윈 생각거리 : "~ 같아요" 말투에 대한 입장차이

"~ 한 것 같아요" 라는 어미에 질색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는 ~ 같아요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 같아요 쓰는 사람 정말 싫다는 말씀에 뜨끔했어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인데 어떤 포인트에서 그렇게 싫으신지 여쭤보니, ~ 같아요 라는 말투를 싫어하시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같아요 말투가 싫은 이유

1. 자신없어 보인다.

똑 부러지게 말을 못하고 말 끝마다 ~ 같아요, 라고 하는 것을 보면 자신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말끝을 흐리는 느낌도 들고요. 뭔가 흐리멍텅하게 넘어가려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도 하십니다.


2. 책임 회피이다.

"~다." 라고 확실하게 말을 못하고 "~ 같다" 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책임지기 싫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행위로 보인다고 합니다. "~다." 라고 말하면 문제가 생긴 경우 책임을 져야 하지만, "~ 같다"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라서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피할 수 있어서 자꾸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하셨습니다


3. 유체이탈이다.

"맛있어?" "맛있는 것 같아요." "아파?" "괜찮은 것 같아요." 라고 하는 것을 보면 주체성이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괜찮으면 괜찮은 것이고, 좋으면 좋은 거지 괜찮은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라고 하면 대체 누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아냐며 답답하다고 하십니다. 자신만 아는 감정, 상태조차 "좀 슬픈 것 같아요. 기쁜 것 같아요. 아픈 것 같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관찰자로 다른 대상을 관찰해서 (친구가) 슬픈 것 같아요. (저 사람 표정이) 기쁜 것 같아요. (강아지가) 아픈 것 같아요. 라는 표현이라 유체이탈 화법으로 들린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리더의 유체이탈 화법에 경악하던 분들이 많아, 유체이탈처럼 들리는 표현이 더 싫으신가 봅니다.



한 마디로 종합하면, ~ 한 것 같아요 라는 말투를 많이 쓰는 사람을 보면, 자신없고 흐리멍텅하고 답답하게 느껴져 싫으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추측이니 같다가 올바른 사용)



같아요 말투를 쓰는 이유

의식하고 '~ 같아요' 라고 한 것은 아니나, '~ 같다' 라고 하는 상황과 대상을 떠올려 보니 '~ 다.' 라고 자신있게 말 못하고 '~ 같다'라고 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1.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싫다.

"지금 몇 살이지?" 이럴 때 "서른 살인 거 같아요" 라고 하진 않습니다. 제 나이를 말한다고 상대가 기분 나쁘지는 않으니까요.

대체로 상대가 언짢을 가능성이 있거나, 자칫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상황에서 "~ 같아요" 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요즘 애들은 길 다닐 때도 죄다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다니더라. 문제야. 문제."

"애들만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애들만 그러는 건 아니죠." 라고 딱 잘라서 말하면 상대방이 기분 상할 수 있으니까요. 편한 상대라면 "애들만 그러냐? 어른도 그러지 ㅋ" 이럴 수 있는데, 불편한 상대일수록 조심스럽게 여지를 두어 말하는 것 입니다.


2.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다.

의견,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싫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맛집에 데려간 분이 "어때 맛있지?" 라고 할 때, "저는 맛 없네요."라고 말하면 삐치시기도 합니다. "맛 없어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면 '내가 맛집이라고 소개 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보통 예의상이라도 괜찮네요. 이래야 되는거 아냐? 참 말을 어째 저렇게 밉게 하냐' 라며 일반적인 대인관계의 규칙을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절하 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막상 자신과 상당히 다른 사람을 맞닥뜨리면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건 개인의 수용성 차이도 있고, 사회적으로 우리는 '짜장면 통일' '다 똑같이' 이런 문화였기 때문에 다른 의견, 다른 취향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로 다른 취향, 다른 의견, 다른 감정을 말할 때는 단호하고 자신있게 말하기 보다 "~ 한 것 같아요" 라며 누그러트려 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말 한 마디에 무한 책임을 묻는다.

이건 소수의 고약하신 분의 경우입니다. 대답 잘못하면, 뒤끝 작렬이신 분들이 일부 계십니다.


예를 들어, "대학로에 떡볶이랑 피자 파는 집 어디더라?" "동쇠 아저씨요." 라고 대답하면 "돌쇠 아저씨인데 네가 동쇠 아저씨라고 해서 내가 헷갈렸다"며 성질 폭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뒤끝있는 분도 있고요.

"지난 번에 쟤한테 물어봤는데 돌쇠 아저씨를 동쇠 아저씨라고 해서 내가 헤맸잖아. 모르면 모른다고 하던가."

(대체로 이런 분이 모를 때 모른다고 해도 화 내십니다. 성의 없다고... 모르면 찾아보는 성의라도 보이라고...)


책임 떠넘기시는 분도 있고요.

"어떻게 하는게 나을거 같아? 네가 보기에는 어떤게 나아 보여?" 하신 뒤에 "전 저게 좋아요" 라고 한 경우 "쟤가 저게 낫다고 해서 저걸로 했다가 망했잖아. 재 때문에.." 이러시기도 합니다. (선택은 본인의 책임입니다만..)


실수나 틀림을 용납 안 하시고 무한 책임추궁 하시는 분인 경우에, 확실히 아는 것일지라도 반드시 "~ 같아요." 라고 해야 합니다. 아닐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이고요.


한 줄 요약하자면, "~ 같아요" 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이유는 심리적 안전감을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실수하거나 틀릴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받아 줄 것 같지 않을 때 말끝을 흐리며 "~ 같다" 라고 합니다.



제가 "~같아요" 말투를 즐겨쓰는 사람이라, 좀 더 상세히 같아요 말투를 쓰는 이유를 쓰고 보니, "~ 같아요" 말투를 극혐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 비겁한 변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두려워서 말끝을 흐리는 것이니 자신없고 우유부단한거라고 하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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