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철학/특별한날 기록

자치동갑국악원 가야금 연주회 참여 후기

라라윈 2018. 5. 9. 08:23

라라윈 특별한 날 기록 : 2018 자치동갑국악원 가야금 연주회 참여 후기

취미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도 어언 6년이 되었습니다. 계속 하다보니 국악전공자도 아닌 제가 가야금 연주회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느덧 세 번째 참여한 자치동갑국악원 가야금 연주회가 잘 끝났습니다.



아침 미용실로 출발 - 봄애 미용실에서 변신

아침에 일어나 제가 연주할 곡인 '아리랑'과 '숲' 집중해서 두 번 연습하고 한복을 갈아 입은 후 출발했습니다. 한복 색상을 보시면 메이크업할 때 섀도와 립스틱 색상 맞춰주시기 편할 것 같아 입고 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미용실에서 한복에 가루 떨어질까봐, 제가 불편해 할까봐 너무 신경쓰셨어요... 다음에는 입고 벗기 편한 옷으로 입고 가서 메이크업 받고 한복은 싸가서 갈아입어야겠어요.


아침부터 길이 너무 많이 막힌데다, 미용실 건물을 지나쳐 한 바퀴 더 도는 바람에 아주 머나먼 여정이었습니다. 가는 내내 녹음했던 음원 들으며 연습하고, 길 막히는 동안 시트팩 하나 얹고 있었습니다.



지난 연주회 때는 미용실에 메이크업 선생님 한 분, 헤어 선생님 한 분, 손님도 저 한 명이었는데 미용실을 이전해서 공간은 예전보다 작아진 대신 선생님들이 북적거리고 손님도 많았습니다. 김현희 맛디아 - 김의숙 헤어 메이크업 - 봄애로 세 번째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 날 드디어 이름의 궁금증 하나가 풀렸어요. 맛디아는 메이크업 실장님이 키우시는 고양이 이름이었어요. 실장님은 숙련된 손길로 화려한 메이크업을 해 주셔서 바로 변신을 했습니다.

이어서 국악한마당 등에서 헤어를 많이 해 보셨다는 진정한 한복 올림머리 장인을 만나 예쁘게 머리를 했습니다. 국악인 분들은 무대 서실 때 꼭 구렛나루를 섀도로 그리신다고 알려주시며, 저도 그려주셨는데 사진도 잘 나오고 예뻤어요. 머리도 정말 예쁘게 해 주셨습니다. 헤어 메이크업을 예쁘게 받고 변신하자, 자신감이 수직상승했습니다.


#미용실 원장님 감사해요 흐흐흑


이런 후기가 왜 나오는지 알 듯 했습니다.



리허설과 연습

공연은 5시 시작이지만 연주자들은 1시 이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립니다. 무대에 올라가기 몇 분 전까지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요.



마지막까지 확인에 또 확인하고, 한 번이라도 더 맞추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들리거나 불안한 부분들을 줄여 갑니다.



아침부터 준비하고 오느라 점심을 못 먹고 달려온 제자들을 위해 원장님께서 김밥과 떡, 음료수를 준비해 주셨고, 지아 어머님이 약밥과 잡채를 해 주셨습니다. 약밥과 잡채 둘 다 손이 참 많이 가는 음식인데, 연주회 잘 하라고 정성 가득 담아 잔뜩 준비해 주셔서 찡 했어요.


사랑 담긴 음식들로 간단히 요기하고 또 연습, 또 연습 했어요.

무대 입 퇴장 하는 연습도 수 차례 반복하고, 연주할 곡도 한 번이라도 더 타보고, 조율도 또 하고 또 합니다.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꽃단장하고 있겠느냐며, 밝을 때 밖에서 사진 몇 장 찍자고 했으나.... 결국 야외 사진은 못 찍었어요. 연습하고 리허설 여러 차례 하느라 바빴어요. ㅠㅠ 야외 사진은 4년 뒤를 기약하기로.



드디어 본 공연

공연이 시작되면 허무할 정도로 시간이 휙휙 지나가요. 저는 3번째, 5번째 곡을 연주했는데 첫번째 곡 시작하면 벌써 세 번째 곡 연주자들을 준비시킵니다. 한 곡 당 5분~10분 사이라서 금방이거든요. 무대 밖에서 앞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노라면 두근두근거립니다.



다행히 연습할 때보다 무대에서 더 잘 맞아서 너무너무 행복하게 연주를 끝마쳤습니다. 들어주신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으나, 연주자들은 음이 잘 맞아서 행복도 최고였어요.



마지막으로 오빠생각 - 섬집아기 - 어머니 마음을 다 함께 연주했습니다. 해금 선율과 함께 다함께 연주를 하니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음치 박치의 어느덧 세 번째 가야금 연주회

어느덧 세 번째 가야금 연주회 입니다. 음치에 박치인 제가 가야금 연주회에 참여하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첫 번째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고, 두 번째는 수술 직후여서 정신이 없었고, 세 번째 정도 되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저는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급급했는데, 원장님은 왜 자비를 들여 대관을 하고, 아마추어들을 이끌고 프로들을 섭외해 연주회를 기획 감독 지도하시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어릴 적 피아노학원 연주회 하면, 학생들에게 참가비 많이 받아서 원장님들 돈 버신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치동갑 국악원 연주회는 대부분이 원장님 자비로 진행됩니다. 돈도 많이 들고, 그보다 연주회를 준비하면 몇 달간 굉장히 신경 많이 쓰고 피곤한 일인데, 원장님은 왜 그 힘든 일을 자처하고 계시는걸까요. 국악 전공자가 아닌 사람은 평생 경험하기 힘든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으신 걸까요.


조용히 도와주시며 봉사해 주시는 스텝 분들 선배님들도 고마웠습니다. 유리 부장님은 일찍 오셔서 저희 사진 찍어 주시고, 다른 선배님들은 음향, 진행 맡아서 연주회가 차질없이 돌아가도록 도와주시고, 또 다른 분들은 악기 전부 조율해 주시고.


세번째 연주회가 되니 이제서야 깊이 감사했습니다. 약간의 여유가 생겨야 감사한 마음을 곱씹을 수 있게 되네요...


연주회에 와주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미혼인 관계로 저희 집은 아이 핑계로 모일 일이 없는데, 제가 연주회를 하면 부모님은 저 어릴 적 학예회 오시는 기분인 것 같았어요. 우리 딸 자랑스럽고, 우리딸이 제일 잘하고 이런 느낌이시래요. (실제는 제가 음치에 박치라 남들보다 뒤쳐지는 걸 아시지만 모른 체 하심)

이번 연주회에는 이웃집 할머님도 모시고 오셨습니다. 무척 즐겁게 들어주셨어요.


친구들에게도 무척 고맙고요. '바쁜데 와서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됩니다.


'행사'라는 것은 번거롭지만, 추억을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어서 하나 봐요.



연주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꽃 선물 받고 행복해서 킁가킁가 꽃향기 맡다가, 유리병들 쫘르륵 끄집어 내어 잘 꽂아 두었습니다. 집에서 꽃향기가 살랑살랑 나서 행복해요.



꽃 예쁘게 꽂아두고 꽃향기 킁가킁가 거리면서 사진 주고 받고 감사인사를 나누며 온라인 뒷풀이를 했습니다.



흥분과 감격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이제 씻고 잘 시간이 되어 한복 올림머리 해체를 했습니다. 뒤꽂이와 비녀를 뺀 뒤에 실핀들을 더듬더듬 빼면 머리가 빠져요. 숨은 실핀 찾기 놀이처럼 핀들 찾아서 빼면 혼자서도 금방 해체자 됩니다. 가채는 다시 잘 정리해서 지퍼백에 담아 두었습니다. 나중에 한복 올림머리 할 일 있음 또 쓰면 돼요. 실핀도 작은 지퍼백에 담아 두었다가 다음에 머리하러 갈 때 미용실에 드리면 됩니다.

화장지우고 샤워하고 나면 특별한 날의 설레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일상 속에 돌아왔다가 연주회 사진과 동영상을 다시 주고 받노라면, 연주회 날의 설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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