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안하면, 왜 화났는지 어떻게 아냐고?

얼마전 TV를 보다가 '연애'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남녀가 데이트를 잘 마쳤는데, 갑자기 여자가 전화를 해서 "오늘 너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 나를 화 나게 했어!"라며 뜬금없이 화를 냅니다. 남자가 왜 화가 났는지 말을 해 달라고 해도 여자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 이유를 말하지 않고 여자가 계속 화를 내니 남자는 남자대로 짜증이 나서 화를 내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에서 각색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커플들 사이에 이런 식의 다툼은 비일비재합니다.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는데 혼자 화가 나있고, 왜 화가 났느냐고 물으면, 왜 화가 났는지 모른다고 또 화를 내는 상황입니다. 화를 내는 쪽도 짜증이 나겠지만, 겪는 쪽은 난데없는 화에 아주 당황스럽습니다.



갑작스레 혼자 화를 내는 사람의 입장

1. 자신의 입장과 연인의 입장이 무조건 같다고 착각

화를 내는 입장을 들어보면 대체로 "그 정도는 기본 아니냐?" "상식적인 것 아니냐?" 라고 몰아붙이며 상대방을 닥달합니다. 즉 말을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일에 대해 실수를 했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각자의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여럿이 모인자리에서 다른 남자에게도 음식을 챙겨주는 것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남자입장에서는 다른 남자에게 음식을 챙겨주면 기분 나쁘지. 그건 기본이지. 그걸 일일이 가르쳐 줘야 아냐?) 뭘 잘못한건지도 몰라? 정말 화난다!" 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자친구만 챙기면 남자친구의 입장이 곤란할까봐 남자친구와 함께 다른 사람들도 음식을 챙겨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자친구를 위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뜬금없이 "오늘 너 때문에 화가 났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냐?" 라고 하면 모를 수도 있습니다.


2. 연인이라면, 말을 하지 않아도 알거라는 착각

가까운 사이에는 어느 정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도 있고, 상대방의 기분을 다른 사람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을 매번 다 체크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화를 내는 사람의 생각에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연인이라면 자신의 기분에 대해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눈썹 한 번 깜빡인 정도로 미묘한 싸인을 주었어도, 연인은 눈치채고 알거라고 믿기도 합니다. 


3. 연인에게는 뜬금없이 화를 내도 받아줄거라는 착각

누구에게나 이유없이 버럭거리는 스타일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타인에게 뜬금없이 화를 내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인에게만은 예외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연인에게는 뜬금없이 화를 내도 받아줄거라고 믿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화를 내는 것의 악효과

1. 상대방도 화가 나게 만들어 버린다.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화를 내는 입장에서 바라는 반응은, "내가 이걸 잘못했었지.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유도 모르겠는데, 갑작스레 화를 내면, 당황스러울 뿐 입니다.
잠시 당황스럽다가, 점점 짜증이 납니다.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화를 내는 시간만큼 짜증이 증폭됩니다. 시간을 끌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생각해봐!" 라고 하면서 전화를 똑 끊는다거나, 이유를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만큼 상대방도 화가 나게 됩니다.


2. 이미 화를 냈기 때문에, 별 일 아니게 받아들인다.

상대가 이유없이 내는 화를 받아주는 것은, 아무 죄없이 억울하게 혼나는 것과 똑같은 심정입니다. 잘못을 알고 있을 때 는 상대가 불같이 화를 낸다해도 달게 받겠지만,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할 때는 조금만 화를 내도 더 크게 당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말 죽을 죄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이유를 말했을 때, "별 것도 아닌걸로 그렇게 화를 낸거야?"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바람 피운 것이 걸렸거나, 정말 큰 실수 한 정도가 아니라면, "아까 나를 너무 배려하지 않았잖아." 따위는 별 것도 아닌 것으로 뜬금없이 화나 내는 피곤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3. 받아줘도 진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막 화를 내니까,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냥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해 받아주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자신도 화가 났어도 같이 화를 내면, 일만 커질 것 같으니까 그냥 참아주는 것 입니다. (절대 잘못해서가 아니라 넓은 아량으로 봐주는 것 뿐.)
당장은 사과도 받고, 잘못을 뉘우치는 듯이 보여 화를 낸 입장에서는 목적을 달성한 것 같을 지 몰라도, 상대방은 그저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시킨 것 뿐 일수도 있습니다.


4. 연인에게 감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콩깍지에 단점이 보이지 않을때는, 갑자기 화를 내건 뭐라고 하건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관계가 시들해져 갈 때는 그런 성격이 큰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아무 이유없이 울컥 화를 잘 내는 사람이구나..'하고 인식되면서, 헤어져야할 요인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화를 내려면?

1.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화를 내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화풀이를 하고 상대방도 화가 나게 만들 생각은 아닐 것 입니다.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고쳐주기를 바라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뜬금없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냐며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잘못한 점을 알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2.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화를 내면, 자신만 손해.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내가 왜 화가 난지 몰라? 니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 라고 했는데, 상대방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 더 속상하고 화가 커질 뿐 입니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화가 난 상태에서 잘못을 모르는 상대방때문에 한 번 더 화가 날 뿐이고, 그래서 화를 내면 덩달아 잘못한 상대방도 짜증을 내서 또 화가 나게 되고... 결국은 자신만 화가 점점 더 많이 나게 됩니다. 그러니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화를 키우기 보다, 빨리 이유를 말해주고 해법을 찾는 편이 자신의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3. 상대방의 입장부터 들어보고 화를 내야, 실수가 없다.

화가 나는 것도 입장이 달라서 그럴 때도 많습니다. 상대방은 좋은 마음이었는데도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화부터 내는 것도, 너무나 자신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했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이 되서 화를 냈는데, 알고보니 상대방은 전혀 다른 뜻이었다면, 화 냈던 것이 미안해져 버리고, 부끄러워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부터 들어본 뒤에 화를 내도 늦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그저 광고 속 노래일 뿐 입니다.
말하지 않고 화만 내면, 아무도 이유를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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