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이 구는 것이 오히려 효도라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제 앞가림을 잘 하여, 부모님께서 저에게 신경쓰시고, 해주셔야 할 일이 없도록 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에 큰 돌을 던지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평소 윗어른을 잘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잘 보살피며, 반듯한 행동으로 명망을 얻던 대기업 중역이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그의 집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평소 효자라고 소문난 그가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팔순노모에게 입을 벌리고 앉아 반찬을 입에 넣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팔순노모는 자신은 밥도 먹지 못한 채, 나이든 아들의 반찬을 챙겨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동안 그에 대해 좋게 알고 있었던 생각이 무너지며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의 철없는 행동에 심히 불편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그의 행동을 지적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있다가, 둘이 따로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000선생은 예의 바르고 효심이 깊은 분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함께 식사를 하며, 어머니에게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저도 나이가 지긋한데, 어머니께 입 벌리고 앉아있는 것이 저라고 왜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아시면서 왜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해야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자신이 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고,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제가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늘어가지만, 어머니께서 제게 해주실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들지요.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저에게 아무 것도 해주는 것 없이 짐만 되고 있다며 걱정을 하시더군요.
그러나 식사시간에 반찬이라도 챙겨주실 수 있어야, 아직도 어머니는 제게 필요한 존재라 느끼시고,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십니다.  그러니 제가 조금 불편하고 부끄러운 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에 내 작은그릇만큼으로, 그를 오해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오래 전에 읽은 글이라 출처가 가물가물합니다..ㅠㅠ


자녀가 자라서 부모님을 대신하여 일들을 처리하고, 부모님의 도움없이도 알아서 잘 해내는 것은 부모님들께 큰 기쁨일 것 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느끼시는 감정은  온전히 뿌듯한 기쁨만은 아닌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가 혼자서도 모든 것을 해낼 정도로 장성했다는 것이 기쁜 한 편, 이제 자신은 나이가 들고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초라하고 우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으로서도 서글픔을 느끼지만, 더욱이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져 버려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함과 초라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부모마음이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주고 또 주시고도, 더 베풀어주고 싶으신 것이 부모님 마음인데, 어느 덧 자녀에게 하나 둘 씩 도움을 요청할 일들이 늘어가기만 하고, 해 줄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속상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가 장성했는데도 부모에게 짐이 되며 철없이 구는 것은,  정말 철이 없는 것 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여  철없이 굴어 드릴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헤어리는 것은, 정말 철이 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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