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연인사이에 더 어색해 지는 것은 왜 일까요?
1. 급박한 만남
예전에 영화 스피드의 마지막 대목에서 산드라 블록이 이런 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분석해보니, 위기 상황에서 맺어진 커플들은 얼마 안가 깨지던데..." 하는.
절박하고 힘든 상황속에서 남녀 둘이 있으면서, 함께 생사를 넘나들면 금세 연인같은 애정과 믿음이 생겨납니다. 영화속에서 처럼 목숨걸고 함께 뛰어다니는 것은 아닐지라도, 남녀가 덜렁 하나씩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함께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이 어려운데 챙겨주는 남자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여자도 있고, 여자가 귀한 입지조건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자가 막연히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속 의미심장한 마지막 대사처럼, 어쩌다 보니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맺어진 커플은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의 마음이나 상태와 같을 수 있습니다. 급하고 절박할 때는 상대가 마냥 좋거나, 무작정 사귀고 싶었는데, 막상 사귀고 보니 원래 좋아하던 이상형과도 너무 다르고, 만날수록 삐그덕 거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2. 서로 가식적으로 만나, 본 모습이 달라서
남녀사이에는 소위 내숭과 허세라고 하는 위장전술이 난무합니다.
평소 모습보다 더 예뻐보이고 멋져보이고 좋아보이기 위해 갖은 위장을 하는 것 입니다.
축구에는 관심조차 없는 여자가 축구광팬 남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 축구를 좋아하는 척 하거나, 레스토랑이라면 두드러기가 돋는 남자가 여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시간동안 잘 참고 있었다면, 언제까지 그런 척 해 줄 수 없습니다. 사귀고 초반까지 한동안 그렇게 원래와 다른 모습으로 위장을 할 수도 있으나, 사귀면서 편해질수록 본래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상대의 위장된 모습에 반해 사귀게 된 경우에는 상대의 본 모습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분명 축구장을 너무도 좋아하며 따라오는 여자라서 매력적이었는데, 축구보러 가자고 하면 신경질을 버럭내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수 있고, 레스토랑같은 곳을 함께 즐겨주는 남자라 좋았는데 사귀고 나니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좋다며 레스토랑은 근처도 얼씬대지 않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변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취향을 가장하는 것 뿐 아니라, 말없는 남자가 처음에는 열심히 준비해서 말을 무척 잘 했는데 사귀고 보니 말이 없어 답답할 수도 있고, 애교많던 여자가 사귀고 보니 무뚝뚝해서 속았다 싶을 수도 있습니다.
3. 너무나 안 맞는 코드
처음 상대방의 매력에 끌릴 때는, 상반되는 코드나 잘 안 맞는 부분들이 모두 극복 가능해 보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나 예전의 연인을 떠올려 봐도, 모든 것이 다 맞아서 사귀고 친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알고 지내고 가까워질수록 잘 안 맞던 부분들도 맞춰지고, 서로 다른 점은 달라서 재미있고, 비슷한 점은 비슷해서 좋아집니다.
많이 안 맞는 커플들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몇 가지 안 맞는 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극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성의 차이나, 가치관의 극명한 차이 등은 갈수록 부딪히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여자는 다른 것은 거의 못 먹고, 해산물만 좋아하는데, 남자는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남자는 찌개와 탕요리 좋아하는데 여자는 그런 음식을 싫어하거나 하는 식으로 음식취향이 안 맞으면, 커플이 만나 음식 먹는 것부터 갈 곳이 애매합니다. 한 번 정도씩은 상대방을 생각해서 싫어도 따라가 줄 수 있지만, 싫어하는 음식 앞에 앉아있는 것도 불편하고 상대방이 안 먹고 앞에 멀뚱히 앉아있어도 불편한 일입니다.
음식코드보다 더 문제는 대화코드입니다. 이야기가 재미있게 오가야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데, 도무지 대화코드가 맞는 부분이 없으면, 분명 사귀는 커플인데도 너무나 어색합니다. 하도 소재거리가 없어서 연예계 가십거리라도 이야기를 꺼내면, 한 쪽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없어서 모른다고 하고, 친구 이야기라도 꺼내서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하려해도 다른 쪽에서 남의 이야기는 흥미없다고 하면 또 대화가 단절됩니다.
산 넘어 산은 아예 다른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국회의원들 의견대립보다 더 심하게 의견이 안 맞는 경우입니다. 하다 못해 음식점에서 밥먹는 것에 대한 생각부터, 한 쪽은 음식점에서 밥 사먹는 것이 가장 돈 아깝고 안 좋은 일이라고 하고, 다른 한 쪽은 식도락을 즐기며 맛집 찾아다니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하는 식이라면 이야기를 할 수록 점점 멀어집니다.
4. 성역할 스트레스 때문에
처음부터 그저 이성적인 매력으로 끌려서 사귀게 되다보니 사귀고 나서 잘 안맞는 경우도 있지만, 사귀는 사이가 아닐 때는 이야기도 잘 주고받던 재미있고 편한 사이였는데 사귀고 나서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간혹 성역할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냥 아는 사람으로 볼 때는, 서로 간의 서열(?)이나 관계가 편했는데, 사귀는 사이가 되면 그런 부분을 분명히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는 남자니까 자기 말을 따라 주어야 한다고 하고, 자기 말을 따라주지 않으면 남자자존심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기기도 하고, 여자는 여자니까 무조건 자기에게 맞춰주어야 한다고 해서 사이가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사고를 쳐서 큰 이슈가 되었을 때, 한 명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입장이고, 한 명은 그런 짓은 절대 이해 못한다는 입장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끝내면 좋은데, 연인관계에서는 그런 생각차이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남자 말에 토를 단다고 무슨 하극상처럼 여기는 분도 있고, 자기 편을 안 들어 준다고 어린애처럼 삐지는 여자도 있습니다. 의견이 다른 것을 이야기 했다고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버리면 더 이상 다른 생각을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응.." "응.." "니 말이 맞다."라고 할 수밖에 없고,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기가 힘듭니다.
분명 사귀기로 한 커플인데도 만나서 주고 받을 이야기가 없고, 만날수록 부딪히면 참 답답합니다.
애인은 잘못 골랐다고 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고 해서, 무료반품, 무료 교환이 되는 인터넷 쇼핑몰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귀기로 했는데, 안 맞으면 참 힘듭니다. 사귀기로 해놓고 며칠 만에 헤어지자는 것이 입이 안 떨어질 수도 있고, 사귀고 보니 안 맞았지만 사귀기 전의 호감이나 좋은 감정은 좀 남아있어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나볼수록 안 맞는다고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과 기름보다도 안 섞이던 커플들도, 서로 노력하고 애쓰다보면 처음부터 잘 맞았던 커플보다 더 잘 맞는 찰떡궁합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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