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싸우는 가장 큰 이유

결혼 25년차 부부이신 분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결혼하고 살면서 뭣 때문에 제일 많이 싸우게 되는 줄 알아?"
(알리없죠.. 전 아직 미혼인데...ㅜㅜ)
"서로 자기 비위를 조금만 맞춰달라고 싸워..ㅋ"
"우리 남편이 나한테 하는 얘기는, 자기는 조금만 살살살 기분 맞춰주면 뭐든 다 해줄 사람인데, 왜 그걸 조금 못 맞춰주느냐는거야.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거든. 나도 내 비위를 조금만 맞춰주면 나도 간도 빼줄 수 있거든. 피차 똑같은데 서로 자기가 큰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맞춰주길 바라는데 그걸 못 해주냐는 거지."

뜨끔했습니다..
결혼한 부부 뿐 아니라, 다른 대인관계에서, 연인관계에서도 그런 이유로 서운해하고, 답답해 한 적이 많았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비위를 맞춰달라는 것도 아니고, 약간만.. 아주 조금만 내 기분을 맞춰주면 나는 더 많은 것을 해 줄텐데, 그것조차 제대로 못해주는 것에 서운했던 겁니다.
이렇게 자신을 먼저 챙겨주기를 바라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조금이 아니지만, 쉬운 일이라 생각해..

말은 쉽습니다. 조금만 맞춰주면.. 기분 약간만... 취향 요만큼만...
요구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해주지 않는 상대방에게 서운해 집니다. 크고 어려운 부탁이야 못 들어 줄 수도 있지만, 작은 부탁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조차 안 해준 것으로 느껴지니까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주었다고 느끼기에 더 서운해지는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정말 조금만 맞춰주면 해결이 될까요? 그보다 더 문제는 그 조금만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조금이 아닐 수 있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포커페이스스러운  여자가 남자에게 "나 표정변할 때는 조금만 신경써주면 안돼? 그럴 때 기분 조금만 맞춰줄 수 있잖아.." 하는 이야기는 남자를 미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선 표정변화를 잘 파악하지를 못하겠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기분을 맞춰야하는 지는 당연히 알 수 없습니다.
"조금만 살살거리면.." "조금만 비위를 맞춰주면.." 하는 이야기들은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는 되지만,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너무도 어려운 뜬구름 같습니다. 


상대방을 시험하고 싶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달도 별도 따다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면 희생이 뒤따릅니다. 당장 나를 위해 쓰던 용돈을 상대방에게 양보해야 하고, 피곤해도 체력도 할애해야 하고, 신경도 써 주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마음과 생각을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주려고 하다보니, 그에 앞서 상대방이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는 사람인 지 시험해 보고 싶어집니다.
나에게 맞추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사람은, 내가 잘 해줄만한 값어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게다가 "나에게 조금만 잘해주면,." 이라는 조건에는 전제가 또 있습니다.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 기분 맞춰주는 것도 못해준다는 추리가 들어갑니다. 그렇기에 그 정도는 해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며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겁니다.


상처받기 싫어...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내 마음을 주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것을 해 주었을 때, 상대방은 그렇지 않으면 나는 상처받게 됩니다. 상대방은 아닌데 나 혼자 애쓰고 마음을 주면 결국 나만 손해인 것 입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기에, 남녀 사이는 좋을 때는 한 없이 좋지만, 졸지에 끝날 수도 있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 실속부터 챙기는 것 입니다. "니가 내 기분을 조금만 맞춰주고 하면, 나는 정말 잘 해줄텐데.." 하는 이야기는 삐딱하게 듣자면, "니가 하면, 내가 하겠다. 너 먼저 해봐라." 하는 말 입니다. 이것은 주로 신뢰가 없는 상대방이나 자신이 조금도 손해보기 싫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 입니다.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기분 상할까봐 하기 힘든 말인데도, 연인에게는 거침없이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 사람도 나를 조금 더 생각해주고 나에게 더 해주기를 바라게 되나 봅니다.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받을 생각없이 먼저 베풀라는 것은
다른 대인관계보다도 연인사이에서 더 떠올려야 할 덕목인 것 같습니다... ^^


+ 자매품: 날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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