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넷째 손가락 하나를 자르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검도를 배우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넷째 손가락이 없으면 검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손가락의 검을 움켜쥐고 검을 쓸 때도 있지만, 네 손가락으로 검을 꽉 움켜쥐게 되면, 손목이 경직되면서 검을 자유로이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검을 더 크게 휘두르고, 잘 베기 위해서는 넷째손가락과 새끼손가락에 힘을 꽉 주고, 검지와 중지는 그저 슬며시 얹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약지와 소지로 꽉 쥐고, 검지 중지는 그냥 감싸주기
넷째 손가락으로 검을 잡는데, 넷째 손가락을 자르게 되면 더 이상 검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보통 진검의 무게가 1~3kg에 육박하는데, 그 검을 새끼손가락 하나로 쥐고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욱이 진검승부를 할 때는, 드라마에서 보듯 화려하게 겨루는 것이 아니라, 한 두번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한 쪽이 죽거나 절단나면 끝이 납니다.
그렇기에 검을 쓰는 무사가 넷째 손가락을 잃게 되면, 검을 쥐기도 힘들고, 간신히 검을 쥔다고 해도 공격력은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 상태로 겨루게 되면 목숨까지 잃게 되어 버릴 수 있기에, 손가락을 자르게 됨으로써 무사로서의 생명이 끝이 났던 것 입니다.
오늘날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을 은퇴시키기 위해 아킬레스 건을 끊음으로써, 조직에서 은퇴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나 봅니다.
현대에는 검을 쓰지 않지만, 에도시대부터 전해져온 풍습의 의미만이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직을 탈퇴할 때, 야쿠자로서 무사로서의 생명을 끝낸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잘랐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의미가 변형되면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신의 무사로서의 자존심과 생명을 버리고,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자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손가락은 단순히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 무사로서의 자존심과 생명을 나타냈던 것인가 봅니다.
+ 검도 이야기: 해동검도와 대한검도, 뭐가 다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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