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부터 심기가 언짢은 상태인데다가,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 할 수록 화가 날 때도 많습니다. 또는 화가 나지 않아도 화를 내야하기도 합니다. 콜센터에 전화할 때, 화가 나고 화를 내야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콜센터 상담원과 전화할 때, 점점 더 화가 나는 이유
● 전화를 거는 마음부터, "너 오늘 잘 걸렸다~"하는 결투에 임하는 자세일 때가 많아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문제를 잘 해결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만, 대체로 콜센터에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전화할 때는 꼬투리 하나 잡은 걸로 "잘 걸렸다~" 하는 심정일 때가 많습니다. 상담원이 화를 돋워서가 아니라 이미 고객 스스로가 분노게이지를 폭발시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부터가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고객님, 그 문제는 OO팀이 담당하는 것이고, 저 문제는 OO팀이 담당하는 것이거든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냥 한 회사일 뿐 이지, 굳이 회사의 세세한 구조를 알아야 할 의무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신네 회사 직원도 아니고, 회사의 담당자며 어떤 업체랑 아웃소싱 관계인지 일일이 다 알아야되냐..ㅡㅡ^)
● 탁구공처럼 여기저기로 전화를 돌리고,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게 만들어서...
"그 부분을 해결하고 싶으시면 XXX-XXXX번으로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 또는 "담당부서로 전화연결해 드리겠습니다."해서 담당부서(?)라는 곳으로 전화를 몇 번 돌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매 번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본인확인을 하고, 실컷 얘기하고 나면, 또 다른 담당자를 연결해 주어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하면 슬슬 짜증이 납니다. (고객이 탁구공이야? 이리저리 주고 받게... ㅡㅡ^)
또한 전화를 거는 것은 고객이기때문에, 그 긴 시간 이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대기하고 하는 시간의 통화료 역시 고객부담이라는 점도 화를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대신 전화요금 내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리 오래 통화하게 만드는거야...ㅡㅡ^) 가끔 연결 중 끊어져서 다시 처음부터 얘기해야 될 때는 짜증이 폭발하게 됩니다.
● 앵무새처럼 뻔한 대답으로 답답함을 가중시켜서...
수많은 고객을 상담하려면 일정한 답변의 유형이 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답변들을 들었을 때는 참 답답합니다.
"고객님, 유감스럽습니다.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이 어려우세요."
""고객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 문제는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구요."
하는 식의 대답들이 사람이 아닌 자동응답기와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답답하며 화를 북돋워 줍니다. (앵무새처럼 대답하지 말고, 해결을 해달라고.ㅡㅡ^)
● 상담원이 조금이라도 까칠하게 굴 때..
상담원일이 매우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대부분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전화를 할 때는 생떼에 가깝게 막무가내로 이야기 하는 경우도 많아 괴로우시다는 점도 압니다.
그럼에도 상담원분이 감정을 타는 것을 느끼면 고객은 또 발끈합니다. "고객님, 알았어요. 해결해 드릴게요. 그럼 되죠?" "그럼 고객님 마음대로 하세요." 하는 식으로 톡 쏘듯 얘기를 하면 고객은 화가 버럭나는 것 입니다.
이런 경우 문제해결은 관심밖이 되면서, 상담원부터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에라도 올려서 "직원교육 똑바로 하세요." 한다는 분도 계시고, 성격 격한 분은 "너부터 혼구녕을 내 주겠다!"는 자세로 "너 이름뭐야? 니 윗 사람 바꿔!"하며 화를 내시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회사로 쫓아가 그 상담원을 찾아내서 혼을 내주는 분도 계시다고 합니다. 욕을 하고 혼을 내주지 않더라도, 상담원이 짜증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 기분좋을 고객은 없겠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 분들의 감정적인 대응이 이해가 됩니다. 고객들의 황당한 요구나 화풀이에 지치고 감정이 많이 지치시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전화를 하는 당시에는 고객들도 감정적으로 살짝 흥분하고 기분이 상한 상태라서, 상담원을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원은 성인군자처럼 고객이 무슨 소리를 해도 웃으며 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까칠하게 굴면 엄청나게 분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업체에서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안 해결해 준다고 생각이 들어서..
화가 잔뜩 나있었다 해도 문제만 빨리 해결되면, 고객의 기분도 싹 풀립니다. 너무나도 친절한 고객만족 서비스.. 이러면서 칭찬도 해 주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나쁘지 않던 기분도 상하게 됩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문제들이 상담원선에서 또는 업체에서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전화를 걸때는 이 문제가 전화를 걸면 해결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는 때쓰면 어쨌거나 해줄거라도 판단했거나..) 전화를 해도 소용없을 것 같으면 전화를 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듯 해결가능한 문제라는 가정하에 전화를 한 것이다 보니, 실제로는 해결을 안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일지라도, 안해준다고 생각이 들어 화를 내게 되나 봅니다.
화를 잘 안내는 사람이라도, 콜센터에 전화할 때는 화를 내야만 하는 이유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화를 내고, 무리한 요구를 했던 것은 아닙니다.
착하고 좋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요구사항이나 불만을 제대로 해결해 주지 않고, 화를 내고 난리를 치는 고객일 수록 문제를 빨리 원활하게 해결해주는 콜센터의 응대방식때문에 사람들이 변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OO물건이 문제가 생겼어.."
"콜센터에 전화해 봤어?"
"응.. 근데 안된대.."
"그럴땐 화를 내고, 난리를 쳐야돼! 그러면 해결도 해주고, 서비스로 OOO도 더 주고 그래.."
라는 조언을 많이 듣습니다. 이런 조언을 듣고, 다시 업체에 전화해서 이번엔 화도 내고 빨리 처리해달라고 종용을 해 보면, 또 실제로 업체도 굽신대며 고객의 요구를 잘 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착하던 고객들도 배우는 것 입니다.
"좋게 말하면 못 알아듣고, 꼭 화를 내야 알아듣는구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가만있으면 안되고 보채야 뭐라도 더 주는구나.."
이런 학습을 통해 고객은 상담원에게는 못되게 굴어야 한다는 생활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상담원에게는 분노를...." 이라는 식의 고객들로 인해 상담원분들이 많이 힘드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전화해서 성희롱을 하는 경우, 그냥 심심해서 전화해서 장난치는 경우, 인격모독을 일 삼는 경우, 그냥 화풀이를 해대는 경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경우 등등 수많은 애로사항이 있으신가 봅니다.
대부분 콜센터들이 엄청난 인원이 전화를 받고 있음에도 그보다 더 많이 걸려오는 전화에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쉴새 없이 전화를 받아도, 항상 통화량이 많으니 기다리라는 것을 보면.. 전화하는 사람도 정말 많긴한가 봅니다. 그런 상담원분의 노고와 애환을 생각하면 참 안쓰럽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기도 합니다.
잘못을 한 건 업체라해도 업체라는 것은 형태가 없습니다. 불만을 제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콜센터 밖에 없는 것 입니다. 그렇다보니 콜센터 상담원 분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기 보다 '업체를 대표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업체대표'로 인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 생각이 들 때면, "업체에서 뺨맞고, 상담원에게 눈 흘긴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좋게 말하면 이야기가 잘 안되고, 또 화를 내야하고, 또 다시 미안해지는 악순환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업체도 고객이 참을성있고 좋게 이야기할 때 좀 더 귀를 기울여주고, 고객들도 상담원도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조금 더 하여 이런 악순환이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생활철학 > 생각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하는 사람의 순위를 말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이유 (22) | 2009.03.18 |
---|---|
생이별도 마다않는 아빠들의 사랑 (54) | 2009.03.11 |
로또 1등된 사람이 벌써 2000명이 넘었는데.. (40) | 2009.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