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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버스 운행 멈춘 날, 북촌부터 성북동까지 강제 등산의 추억 with 아이폰 5S 카메라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이야기 : 폭설로 버스 운행 멈춘 날, 북촌부터 성북동 강제 등산 기념 후기

2013년 12월 12일...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작년에 학교에 가던 중간에 갑자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부암동으로 가려 하니 폭설로 교통 통제, 청와대로 들어가려 하니 청와대길도 폭설로 교통 통제라서 빙 돌아 다시 삼청동으로 갔는데 삼청동도 교통 통제, 북촌도 통제.. 곳곳이 통제라 차가 올라갈 수가 없어서 그냥 길에서 2~3시간을 서 있다가 결국 수업을 두 시간 가량 지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출발 전부터 눈이 많이 와서 일찌감치 출발하여 지하철을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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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안국역에 내려서 마을버스 2번을 타면 학교로 갈 수 있어서, 안국역으로 나와보니 길이 아주 깨끗했습니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안 온 줄 알고 쳐다보니... 눈 내리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종로경찰서 전경(?)분들이 눈을 치우고 있었어요. 이 모습을 보면서 다른 곳도 이렇게 빛의 속도로 제설이 되는 줄 알고 안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도착한 마을버스 아저씨는...
"눈 때문에 감사원까지 밖에 못 가요!" 라고 외치셨습니다. 종로경찰서 앞과 다른 곳의 도로 상황은 사뭇 다른가 봅니다. 감사원에서 학교까지는 산길을 꽤 걸어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지금 별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 우선 올라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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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인지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조급하게 무전이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감사원이 통제되었으니, 더 이상 올라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안국역 주변을 주춤대던 버스는 안국선원까지 조심조심 올라간 뒤에 서 버렸습니다.
"여기서 내리세요. 차 더 이상 못 올라가요."

..............!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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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앞인 안국선원은 차편이 전무합니다. 대중교통이라고는 마을버스 밖에 없고, 다시 내려가서 지하철을 타려해도 꽤 걸어야 하고, 택시는 더더욱 잡기가 힘든 곳 입니다. 정말 막막했습니다. 눈이 펑펑오는 날 트래킹화도 아닌 신발로 산길 1.5km를 어찌 올라갈지...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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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하차 당하여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안국선원 앞에 버려진 사람들은 피난행렬처럼 감사원을 향하여 기어 올라갔습니다. 방법이라고는 등산 밖에 없으니, 추위를 녹일 커피 한 잔 사들고 가려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이도에 들렀습니다. 하필 점심시간이라고 아무도 없습니다. 이미 학교 지각은 확정된 상태이고, 춥고 황망한 상태에서 힘이 되줄 향긋하고 진한 커피 한 잔이 너무 간절했어요. 그래서 카페 이도 조금 아래에 있는 고이 커피에 들러 드립 커피 한 잔을 샀습니다.
눈 때문에 마을버스가 못 올라간다며 내리라고 해서, 강제 등산 확정된 사연을 들으시더니 힘내서 올라가라고 커피를 더 진하게 더 많이 내려주셨습니다. 마음이 가득 담긴 커피를 받아들고 힘을 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눈 오는 날의 커피 향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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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북촌의 정경이 참 아름답긴 했습니다. 경사가 심해서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있다는 점과 수업 시간에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꽤 운치있는 눈 내리는 날의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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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차들은 그냥 제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용감하게 북촌을 올라온 차들은 60도에 육박하는 경사에서 끼드드득 끼드드득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는 후진과 간신히 힘을 내는 전진을 반복하며 무시무시한 곡예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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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 아저씨는 차에 체인이 있으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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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감사원이 보입니다. 아직 절반도 못 왔는데.. 눈 앞이 캄캄하던 찰라, 삼청동 쪽에서 올라온 택시가 보였습니다. 정말 반갑게 양손을 흔들며 태워달라고 했는데, 인심좋게 태워주셔서 학교 후문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아직 감사원 통제를 안해서 오긴 왔는데, 갈 수 있는데까지 가 봅시다!"
라는 택시 아저씨의 비장한 각오를 들으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더니..
"저한테 감사할 게 아니라 합승을 허락해 주신 뒤의 손님께 감사하다고 하세요"
라고 하셔서 뒤를 돌아보며 감사하다고 했더니, 응사 정우를 닮은 훈남 승객이 무심한 듯 괜찮다고 했습니다. ^^
눈 오는 날의 교통 피난객들은 서로 한 마음으로 동지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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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타고 있던 손님은 성대를 관통해서 대학로로 갈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이미 후문은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택시 아저씨와 승객은 성북동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택했고, 저는 후문 앞에서 내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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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운 좋게 택시를 탄 덕에 아직 커피도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중간에 조금 점프했으니, 다시 힘을 내서 하행길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성북동 드라이브 코스 산길로 이어지는 길은 참 가파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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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다 치우다 안 되니 진입하지 말라고 통제를 해 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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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가 있으면 정말 재미나게 1분도 안 걸려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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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눈이 잎사귀마다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이미 지각한거 포기하면 편하다는 생각에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카메라까지 꺼내어 출사 기분을 즐길 정도로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지만, 지나면서 아이폰 5S 카메라로 찰칵찰칵 담아가며 내려갔습니다. 이 포스팅의 모든 사진은 아이폰 5S 카메라 사진입니다. 화질이 꽤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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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산 속의 눈 길...
평화로웠습니다. 러브레터 같은 일본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참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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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내려온 것 같은데.. 이 길이 꽤 길었나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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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람이 보였습니다. 잠깐이지만, 혼자 눈길을 걷다가 사람을 마주치니 괜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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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는 발이 묶인 차들이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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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이 죄다 토끼소녀처럼 와이퍼를 쫑긋 세우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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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드디어 건물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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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까지도 계단의 눈을 치웠는지.. 다른 곳보다 계단 위는 눈이 얕게 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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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번 마을버스가 제설작업관계로 죄송하게도 운행을 일시 중단합니다..
네.. 그래서 제가 걸어왔지요... ㅠㅠ
눈이 와서 버스가 운행 정지하는 바람에 강제 등산을 하게 되어 막막했는데... 지나고 보니 눈 오는 날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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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집에 오는 길에 보니, 이웃집 앞에 귀요미 눈사람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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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눈사람과 토끼 눈사람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어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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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보니, 눈사람의 친구들이 몇 더 있었습니다. 이웃집에 이렇게 솜씨 좋은 분이 살고 계신지 미처 몰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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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버스 운행 중단되고, 교통 마비로 돌아다니기 힘들고..
눈 온 뒤에 며칠에서 일주일 넘게 음지는 빙판으로 눈이 뭉쳐져 꽁꽁 얼어있어 길 다니기가 참 힘듭니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은 예쁘면서도 걱정도 많이 되는데... 지나고 보면 눈 오는 날은 불편함 만큼 추억도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
(오늘 눈은 안 오고 영하 10도로 너무 춥길래.. 문득 눈 오는 날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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