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슬보슬 오는 날의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과 함께 왠지 모를 우울함과 감상에 젖게하는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찻집이 있습니다.
인사동의 '반짝반짝 빛나는' 입니다.
인사동에 한글로 예쁘고 특이한 이름을 지은 곳들이 많아, 이곳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켠에 놓인 자그마한 책장 가득 꽂혀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을 보니, '반짝반짝 빛나는'은 그녀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 곳 사장님은 에쿠니 가오리의 팬인가 봅니다.
테이블 위에는 방명록도 놓여있습니다. 방명록에 누군가는 오목의 전적을 남겨두었고,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되면 할일들을 20가지 적어두었고, 누군가는 그 곳에 일기를 적어두기도 했고, 감성충만 시를 남겨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여느 인사동의 찻집에서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물건들이 한가득 놓여있습니다.
이 곳에서 특징적인 것은 직접 구운 자기들 입니다. 벽면의 인테리어도 흔히 볼 수 없는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도자기로 되어 있고, 안내판이나 크고 작은 소품들도 자기로 되어 있습니다. 집도 이렇게 꾸미면 좋겠다 싶은 부러운 작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차를 주문하면 아이스홍시를 줍니다.
사각사각하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느껴지는 맛이 좋습니다.
오디빙수입니다. 오디의 새콤달콤한 맛이 잘 살아있으면서 입안에서 시원하게 사르륵 녹아내립니다.
다만 더운 날에도 양이 많아서 먹다보면 점점 으슬으슬 추워집니다. ^^;;;
검은깨 마 빙수였습니다. 고소한 재료들이 혼합된 것이라서, 먹으면 미숫가루보다 더 고소하고 텁텁합니다. 몸에는 무척 좋은 음식인 듯 합니다.
웰빙재료로 만든 것들 외에도 차와 커피도 있습니다.
쿠폰도 주는데, 테이크아웃점들처럼 10번 가면 혜택이 있나 봅니다.
의자가 넓직하기는 한데, 높이가 좀 애매합니다. 약간 낮은 편이라서 어떻게 앉아있기가 좀 그렇습니다. 혼자 몸을 파묻고 기대앉기는 좋을 것 같은데, 상대가 있으면 나즈막하면서 몸이 뒤로 파묻히는 의자에서 일부러 앞으로 숙여야 해서 좀 불편합니다. 의자가 2% 아쉬운데, 이렇게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의자마저 너무 편하면 사람들이 안 갈까봐 일부러 의자는 좀 불편하게 만든거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2% 아쉬운 의자말고, 완전히 분리된 아늑하고 편안해 보이는 방도 있었는데, 그곳은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옆 테이블에는 혼자와서 편안히 차와 함께 책을 읽고, 뭔가 쓰기도 하며 즐기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가서 분위기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인사동을 돌아보다가 혼자 가서 자그마한 책꽂이에 꽂혀있는 감성적인 책도 한 권 끄집어 내어 읽고, 직접 만든 맛있는 차도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인사동에 가면 꼭 먹게되는 항아리 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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