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휴양지 해외여행 어떨까? feat. 스쿠버다이빙 패키지

라라윈 바다건너 여행가기 : 여자 혼자 휴양지 해외여행 어떨까? feat. 스쿠버다이빙 패키지

지난 해에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뭘까' 였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쉬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어요. 따뜻한 나라의 보석같은 바다와 백사장에서 파라솔 아래 비치의자에 누워 아무 것도 안하고 열대과일 주스나 먹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휴양지 해외여행


제가 좋아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한 건을 성공하고 나면, 이런 바닷가에서 늘어져 쉽니다. 제가 좋아하는 범죄 액션 영화의 말미는 주로 이런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늘어져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이런 곳에서 의자와 하나되어 추욱 늘어져 있고 싶었습니다. 이 생각을 하다 보니, 의식의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왜 못 가는 걸까요? 그보다 쉬고 싶은 것이 우선이면 꼭 휴양지 해외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쉬면 되는 건 아닐까요?



꼭 휴양지 해외여행을 가야 쉴 수 있을까? 집에서 쉬면 안 될까?

몇 번을 시도해 보았으나, 집에 있으면 쉰다고 말하고 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정리를 하거나.

이런 일들이 끝나면, 영화나 미드를 보거나.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지막 슬그머니 일을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쉴 때 미리 좀 해 놓으면 휴일 끝나고 편하잖아요. 결국 집에 있으면 쉬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 + 일, 약간의 휴식이 되곤 했습니다.


'이번엔 정말로 쉴거야!' 라며 굳은 결심을 해도 주위에서 안 도와줄 때도 많았습니다. "연휴에 이거 해와. 많이 쉬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라거나 "연휴 내내 놀려고요? 이거 해야지. ㅎㅎㅎ" "명절 당일은 쉬고 다음날 해주세요."라며 연휴에 일하라며 압박을 줍니다.


이래서 해외여행을 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라는 것은 쉽게 이해받는 매직워드 였습니다.

연락이 와도 "지금 해외라..."라는 5음절이면 대부분 '그럼 다녀와서 얘기해요.'라며 산뜻히 미뤄주고, 나오라고 할 때 "그 때는 제가 한국에 없어서" 라고 하면 서운한 기색 없이 양해도 해주고요.

그러나 집에서 쉬고 싶어서 못 나가겠다거나, 연락 안 받으면 개념없는 인간이 됩니다........



쉬고 싶다면서 쉴 수 없는 곳만 가는 이유는 뭘까?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을 하고 쉬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꿈꾸는데, 해외여행 계획을 짜다 보면 휴양지는 어느덧 순위에서 밀리곤 합니다. 가면 많이 걷고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곳을 갑니다. 왜 맨날 피곤하고 쉬고 싶다고 하면서, 기껏 탈출해서 가는 해외여행도 절대 쉴 수 없는 할 일 많은 곳에 가는걸까요....


해외여행 가는 동안 일 못하니까 가기 전에 빡세게 일하고, 해외여행 가서는 평소의 몇 배의 체력을 끌어내서 빡세게 돌아다니고 여행 책 한 권 쓸 기세로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그렇게 돌아오면 상당히 피곤합니다. '알차고 뿌듯한' 해외여행이기는 한데, 휴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는 대체 왜 이러나 생각해 보니, 아무 것도 안 한다는 것에 공포 아닌 공포가 있었습니다.

한 시간, 아니 30분 정도 선베드에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야 좋겠지만, 3박4일, 4박 5일동안 휴양지에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하면 막막하다 못해 공포스럽습니다. 더욱이 여자 두 명이 가면, 음....... 어......... 어후..........

여럿이 몰려간다면 바닷가에서 물놀이 하고 노는 재미라도 있겠지만, 여자 둘이서 바닷가라..... 음.......

더욱이 전 수영을 못해요.


다음으로는 '알참'에 대한 강박이 있었습니다.

휴양지에 가서 멍하니 있다 오면 알차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해외여행을 쉽게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에 가서 견문을 넓혀야만 알찬 것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가서 뭘 해야만 될 것 같은 강박이죠.


마지막으로 편리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아름다운 바닷가, 열대과일 쉐이크 있는 나라는 동남아, 태평양 해안의 섬 같은 곳인데,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고, 언어가 안 통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저도 영어를 잘 못하고, 상대도 영어를 못하면... 어... 음....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하면 휴양지 패키지 여행을 가야 되는데, 그것도 싫었습니다. 굳이 한국을 떠나 해외로 가는 것은 인간관계로 부터의 탈출도 있는데 낯설고 불편한 사람들과 계속 같이 다니는 것도 내키지 않았어요. 더욱이 제가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는 주로 신혼부부들 신혼여행 코스라... 거기에 여자 혼자 끼어 가기는 촘....



나는 틀렸으니 대리만족으로....

휴양지 바닷가에 가서 쉬고 싶다고 하지만, 갈 수 없는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니, 앞으로도 저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부터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 테마 기행>의 휴양지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가면 불편할 것 같은 여행지를 VJ가 보여주는 것을 보고 있으니 좋더라고요.


스쿠버다이빙 만타 가오리


특히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스노쿨링하고, 비쳐 보일 것 같은 바닷속에 들어가 만타 가오리 보는 스쿠버 다이빙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난파선에 스쿠버 다이빙해서 들어가 물고기도 보고 옛날 보물도 보는 것도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어느덧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세계테마기행> 거의 모든 편을 보았는데, 휴양지 해외여행을 가면 스쿠버 다이빙해서 만타 가오리를 보는 체험이 많았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없어도 만타 가오리 체험 다이빙은 누구나 할 수 있는걸까요? 아님 촬영하시는 카메라 감독님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이 있으신 걸까요?


이 무렵, 한나가 인스타그램에 스쿠버 다이빙 사진을 드문 드문 올리곤 했습니다. 한나의 취미가 스쿠버 다이빙인데, 한나가 올리는 바닷속 사진과 동영상이 무척 재미났습니다. 제가 못하니 누군가 휴양지 바다에서 있는 모습만 봐도 무척 좋았습니다. 무척 부러워하자, 언니도 놀러오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전 틀린 것 같은데..... 그냥 대리만족으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패키지 여행

어느 날, 또 한나의 스쿠버 다이빙 사진에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부럽다고 하니 또 밝게 놀러 오라고 합니다.

 

음.... 스쿠버 다이빙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같은데.....

십 수년 전 보라카이에서 옵션으로 100달러 정도 내고 해 봤거든요. 한 번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에도 100달러 였으니 스쿠버 다이빙을 취미로 하는 것은 굉장히 비쌀거라 생각했습니다. 얼마인지 모르니 가격이라도 알아볼까 하는 생각에 검색해 보니, 뜻밖에 다이빙 교육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습니다. (▶︎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취득 비용, 숙식제공해주는 실속 패키지)


3박 4일에 300달러(약 30만원) 정도인데, 숙식 제공입니다. 리조트에서 재워주고, 아침 점심 주고, 다이빙 교육 + 자격증 발급 비용 포함해서 4일에 300달러라니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공항에서 바로 픽업해주고 공항에 데려다 줍니다.


교육 일정이 빡빡한 것도 아니고, 개개인에 맞춰 친절히 가르쳐 준다고 합니다. 다른 분들 후기를 보니 여자 혼자, 남자 혼자 훌쩍 다녀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우선 공항에 데리러 와주고 데려다 주니 여자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고, 영어 잘 못해도 한국인 선생님들이셔서 한국어 하면 되고, 밥도 한식 위주로 주고, 필리핀 현지 식사 먹고 싶으면 저녁에 나가서 먹고 놀면 되는 듯 했습니다. 중간 중간 마사지 받고 쉬고요.


막연하게 스쿠버다이빙은 비쌀거라고 생각하다가 검색해 보니 속 시원했습니다.

비용도 괜찮고, 제가 휴양지 여행에 대해 걱정하던 것들도 다 해결이 됩니다. 할 일 없어 걱정인데 교육 받으면 되고, 대중교통 안 좋고 말 안 통할까봐 걱정인데 공항 픽업 드랍해주고,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을 딴다는 훌륭한 명분도 있습니다.

언젠가 세계여행을 떠날 때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있으면 만타 가오리도 볼 수 있을테고요.

더 없이 훌륭합니다. 스쿠버다이빙 패키지 찜.


스쿠버 다이빙 패키지라면 언젠가... 저도 휴양지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가 올해로. 

제가 여행정보 찾아보고 찜해 놓은 것이 스쿠버 다이빙 패키지 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딘가 좋아보이는 곳이 있으면 비행기 요금, 그 동네 호텔 요금, 주요 여행 포인트 등을 다 찾아 놓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무지개> 첫 장 읽다가, 보라보라섬 여행 계획을 세워 놓은 적도 있고요. 런던에 가서 킹스맨의 양복점과 셜록의 맨션 구경 비용과 동선도 찾아 놓았습니다.

언젠가 가게 되면 쓰려고요... 언젠가....


작년, 아는 분들의 부모님들이 여러 분 돌아가셨습니다. 예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느새 부모님들 장례식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갑작스럽게 병을 알게 되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언젠가' 라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저의 수많은 언젠가 여행 계획 중의 하나가 부모님과 해외여행이었는데, 어영부영하다 기회를 놓칠까 두려웠어요. 그래서 올해 질러보기로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언제 여유 생겨? 대체 돈이 여유있고,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날이 언제 와?

그냥 지르는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런 심정이었습니다. 언젠가로 막연하게 미뤄두던 것들을 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다시 한나와 연락이 되었고, 막연하던 휴양지 여행이 구체화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며칠 정도 계셔?"

"오픈워터 + 어드밴스드 해서 4박 5일 정도요. 펀다이빙하며 더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난 잘 못할테니 짧게 오픈워터만...."


그러자 한나는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기 전에는 저처럼 최대한 짧은 일정으로 빠듯하게 자격증 따려고 들지만, 가보면 너무 좋아서 비행기 연장해서 최대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나도 그곳이 너무 좋아서 아주 오래 있게 된 1인이고요. 

이 말을 듣고도, 아니, 한나가 그곳을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도 저는 최대한 일정을 줄여서 효율적으로 자격증을 딸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즐거운 일도 '해치워야 하는 일'처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만나는 일도 '아, 이번주에는 저녁에 한 번만 나갔다 오면 되네. 빨리 만나고 끝내야지. 다음에 미루지 말고.' 이런 식이었습니다. 좋아서 만나면서도 해치우는 일처럼 생각했나 봅니다. 오랜 세월 하고 싶었던 휴양지 해외여행이고, 해보고 싶던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코스인데도 빨리 해치울 일처럼 덤비고 있었습니다.


하루라도 줄여서, 더 빨리 빡세게 자격증을 따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아니, 애초에 저는 대체 왜 이러고 사는걸까요......


친구 만나는 시간 아끼고, 여행갈 시간 아낀다고 제가 정말로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 안 하면서도 나가 놀지도 못하는 수험생 마냥 '일해야 되는데...'라는 스트레스만 받고 있을 뿐이죠.



갑니다. 쉬러... (자격증 따러...)

대체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의 자문 끝에... 떠나기로 했습니다.

여자 혼자 해외여행도 처음이고, 패키지 여행도 처음인데, 제가 신경 쓸 것이 없었습니다. 씨홀스 다이브샵에서 안내 카톡 받고 보니, 정말 부담없이 가면 될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공항에서 내려서 어떻게 리조트를 찾아가야 되는지 찾고, 비용은 얼마이며, 밥은 어디서 먹어야 되는지 준비를 하는데, 이번엔 그냥 갑니다.


좋게 말해 준비성이 투철하고, 나쁘게 말하면 걱정이 많아서, 공항에서 픽업을 해 준다고 해도 그럼 유심 사서 전화해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공항 나가서 다이브샵 현수막 보고 직원 만나면 된다고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씨홀스 다이브샵 스쿠버다이빙 패키지


필리핀 환전을 찾아보니, 한국에서 하지 말고 100달러나 만엔짜리 갖고 가서 환전하는 것이 낫다고 하던데... 공항에서 입국료인지 750페소 (약 2만원) 내고, 디파짓 500페소 (약 만원) 내려면 미리 5천페소 (약 10만원) 정도 환전해서 가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아침 점심 다 줘서 저녁만 근처에서 사 먹으면 되니 환전 많이 안 해도 될 듯 해요. 다이브샵 근처에 맛집도 많고, 만원 추가하면 다이브샵에서 저녁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큰 걱정은 안해도 될 듯 합니다. 이제 전 래쉬가드만 사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긴 의식의 흐름을 거쳐, 이달 말에 저의 꿈이었던 휴양지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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