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마련한 재난가방 준비물
라라윈 1년만에 마련한 재난 가방 준비물 (비상가방 체크리스트 파일 포함)
작년 경주 지진 이후 재난가방을 꾸려야 겠다고 마음 먹고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참 시간은 잘 갑니다. '꾸려야지, 꾸려야지' 하다가 수능 연기라는 사태까지 발생한 포항 지진을 보고서 다시금 아차, 싶었습니다. 이러다 훅 가는거겠죠.
한 해동안 못한 일들 때문에 답답한데 쉽게 끝낼 수 있는 재난가방 준비라도 끝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가격대비 허접한 재난가방?
비상담요부터 검색하다보니, 이제는 재난가방 세트를 많이 팔고 있었습니다. 2~3만원대면 별 고민없이 샀을지도 모르나, 재난가방 세트가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8만원에서 12만원, 20만원이 훌쩍 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성품을 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먼지차단 마스크 1개, 알콜솜 3장, 밴드 1개, 반창고 2개 이런 식인데, 알콜솜이나 밴드 같은 것은 무척 싼데도 1~3개 밖에 안 들어있고, 전반적으로 1~2천원짜리 싸구려 들을 모아 놓은 재난가방이 태반이었습니다. 재난가방 세트 구성이 알찼다면 고민없이 세트 하나를 샀을텐데, 구성이 너무 허접한 느낌이라 결제할 마음이 나질 않았습니다.
다만, 여러 재난가방 세트를 살펴보노라니 무엇을 꾸려야 할지 감이 잡혔습니다. 몇 군데의 재난가방 구성품을 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재난가방 준비물 체크리스트
위의 비상가방 체크리스트 엑셀 파일이에요. 필요하시면 다운받아서 쓰세요.
20171225_재난가방체크리스트.ods
20171225_재난가방체크리스트.xlsx
재난가방 세트 구성품 세 개를 비교해 보니,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필수, 선택, 선호 물품으로 나누었습니다.
* 재난가방 필수 준비물
1. 배낭 - 있는거 썼어요. 편해서 종종 썼으나 지금은 안 쓰는 배낭에 담았어요.
2. 마스크 - 샀어요.
3. 비상담요 - 샀어요. (- 비상담요 구입 후기)
4. 우비 - 1회용 우비가 하나 있어서 담고, 제가 사놓은 패션 레인코트도 담았어요.
5. 장갑 - 2켤레가 들어 있어 하나 남아있던 코팅장갑과 다이소에서 샀던 니트릴 장갑 한 봉지를 넣었어요.
6. 손전등 - 샀어요. (- 자가발전 led 랜턴 후기)
7. 휴대용 구급함
8. 비상식량 - 주문하려고 보니 비상식량 가격이 비쌌습니다. 1일분 식량이 2만원 ~ 3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독일 NRG-5, 미국 캐나다 메이데이 레이션인가가 유명한 듯 합니다. 독일 NRG-5는 보존기간이 20년이고 필수 영양소가 전부 들어있다고 해서 결제할까 했는데, 2만원짜리 하나가 1일분이라고 해서 그만두었습니다. 일본식 롤링스톡제를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재난가방에 비상식량을 넣어두면 유통기한이 지나 못먹게 될 수 있고,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식품들이라 입에 안 맞을 수 있으니 차라리 평소 먹는 것들 중 비상식량이 될만한 것들 일부를 조금 더 사서 비축하는 방식을 쓴다고 합니다. 저도 영양갱, 에너지바 같은 것들을 문가에 재난가방이랑 같이 두고, 다 먹으면 조금 더 사다두려고 합니다.
* 생존가방 선택 준비물
1. 멀티툴 (호루라기, 만능칼 등) - 샀어요. SOS 키트라고 만원에 팔고 있었어요. (- SOS 키트 멀티툴 박스 후기)
2. 헬맷, 보안경 - 자전거 탈 때 쓰는 것을 재활용했어요. 원래 자전거 헬맷과 고글은 신발장 근처에 두어서, 재난가방도 그 근처에 두고 자전거 탈 때도 쓰고, 위급시 쓰고 나가려고요.
3. 휴지
4. 물티슈
* 재난가방 선호 준비물
선호 물품은 저의 취향대로 챙겨본 것이에요.
1. 이어폰 - 재난상황에서는 라디오 청취를 하라고 하는데, 휴대폰 라디오를 들으려면 이어폰이 필요해서 챙겨뒀어요.
2. 외장하드 - 충격방지 외장하드에 주요 파일들 담아 뒀어요.
3. 핫팩 - 저에겐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싸 놨어요.
4. 위생용품 - 생리대, 수건 등은 일본 방재 책자에서 봤던 것 같아요. 필요할지도 몰라 몇 개 싸 놨어요.
주섬주섬 꺼내서 가방에 넣어보니 생각보다 부피가 작아서, 굳이 배낭에 싸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좀 더 작은 봉다리 하나에도 쏙 들어갈 것 같아요. 그래도 넉넉하게 배낭을 준비해두면 지갑, 노트북까지 넣어서 나가기 편할 것 같습니다.
휴대용 구급함 물품 체크리스트
1. 소독 와이프 - 소독용 알콜과 솜 따로 챙기는 것보다 낱개 밀봉된 소독솜이 훨씬 편합니다. 100개 들이 한 상자에 1~2천원 밖에 안 해요.
2. 알콜 와이프 - 안경 닦이로 유명한 그것 입니다. (낱개 밀봉되어 있어서 편해요)
3. 진통제 - 타이레놀과 이지엔6 두 종류를 준비했어요.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이지엔6는 이부프로펜 성분이라는데, 타이레놀은 주로 두통 생리통에 먹고, 이지엔6는 아파서 통증이 느껴질 때 효과가 좋았습니다.
4. 반창고 종합 - 80매 짜리 한 상자 샀어요.
5. 나비형 반창고 - 동네 약국에서 안 팔았어요. 미드 같은 데서 많이 봐서 하나 사 놓고 싶었는데...
6. 압박붕대 - 하나 샀어요.
7. 연고 - 후시딘고 박트로반 샀어요. 연고는 거의 안 써서 약사님 블로그를 보고 골랐어요. 후시딘은 후시딘산 나트륨 단일 성분이고 항생 작용이 뛰어 나대요. 마데카솔은 항생 진균 작용보다 새살 돋는 역할이라 재난대비용 구급함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뺏어요. 박트로반은 처음 들어보는데 병원에서 가장 많이 처방하는 연고래요. 역시 항균 항생 연고라고 하길래 하나 사 봤어요.
재난가방 준비 비용
재난가방을 꾸리기 위해 새로 산 것은 SOS 키트, 자가발전 led 손전등, 비상담요, 약 입니다.
9,300 + 3,000 + 2,700 + 배송비 3,000 = 18,000원
구급함 (비상약, 밴드 등) 21,400원
총 39,400원 들었어요.
재난 가방 준비 소감
지진을 겪으며 재난 대피 가방 하나 싸두려고 마음만 먹고 1년이 흘렀던 터라, 드디어 가방을 꾸리자 홀가분했습니다. 미션 하나 클리어한 기분!
어설프게나마 재난 대비 가방을 꾸려놓고 보니, 재난가방을 어떻게 싸면 될지 감이 잡혔습니다. 처음엔 뭘 넣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거든요. 우선 싸 뒀으니 나중에 살펴보면서 약 상자는 버리고 알맹이만 플라스틱 함에 넣는다거나, 넣는 위치를 바꾼다거나 하는 소소한 보완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신발장 근처에 재난가방을 준비해 두었더니, 마음이 좀 더 편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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