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탐구/읽을거리 즐기기

남친 군대갈때 꼭 읽을 책, 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

라라윈 2018. 1. 30. 22:34

라라윈 읽을거리 즐기기 : 남친 군대갈 때 꼭 읽어볼 책, 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

지난해 말부터 국방일보에 연애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군대는 어떨지, 군대간 남친과의 연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군대에 관한 책들을 잔뜩 빌려 읽었어요. 그 중에 군대간 남친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은 단연코 <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였습니다.

예전에 책 쓰셨을 때도 재미나게 읽었던 책 입니다. (2009/11/11 - 군대이야기, 남자를 알고싶은 여자의 필수도서) 그 때는 악랄가츠님 블로그에서 매일 군대이야기를 읽던 때라서, 블로그에서 읽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아는 분이 책을 낸 것이 신기하고 좋기도 했고요.

2009년에 나온 책이니 벌써 10여년 가까이 됐는데, 지금 다시 읽었더니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가볍게 몇 쪽 읽고 자려다가 클클거리며 재미나서 더 읽고, 흥미진진해서 읽다가, 새벽에 눈시울이 벌개져 울먹였습니다. 읽다보니 여친두고 군대간 남친 마음이 어떨지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왼쪽이 종이책 표지이고, 오른쪽이 이북 표지입니다. 이북표지가 칙칙하다고 속지 마세요. 내용은 엄청난 필력의 무협소설작가 진신마님의 <마님되는법> 못지 않게 찰지고 웃깁니다. 웃다가 짠해지고 눈물이 날 뿐......



군대 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처음 군대라는 낯선 환경에 뚝 떨어지게 되면 제 아무리 눈치 빠르고 빠릿빠릿한 사람이라 해도 어리버리 바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훈련소에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어찌 가는지도 모르다가 자대배치를 받게 되면 시어머니 수 십명과 함께 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숨만 쉬어도 갈구고, 서 있어도 혼나고 앉아 있어도 혼나니 정말로 어찌해야 될 지 모르는 지옥같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남친 군대가면 허전하고 힘든데, 군대간 남친은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그런데 웃기게) 읽다보면 눈물이 핑 돕니다.


이제는 너무 늦은 이야기지만, 선배와 친구들이 군대에서 편지쓸 때 답장 좀 해 줄 걸.... 또 편지썼네 하면서 씹었던 것이 몹시 미안해졌습니다. 고참들에게 엄청나게 갈굼 당하면서 솔로인 여자애 있다고 편지 썼을지도 모르는데.....



일말상초, 남친은 군대에 적응하고 여친은 혼자인 것에 적응하고...

일병 말 상병 초. 군화와 고무신들에게 마의 구간이라고 하는 그 때에 가츠님도 피할 수 없는 이별을 겪으셨다고 합니다. 군대에서 여친에게 전화하니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고, 나갈 수도 없고, 외출 신청해도 안 되고, 아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답답해서 죽을 것 같고....

군대에 있을 때 차이면 사회에서 차이는 것보다 이중고, 삼중고 일 것 같습니다. 전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찾아가서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고참들은 일말상초 실연 당할 때 어떤 심정인지 너무 잘 알기에 묵묵히 지켜봐주고, 서로를 이해해주는 무거운 공기가 흐릅니다.



군인 리더십, 어른이 되는 과정

상병, 병장 쯤 되면 되게 편해지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각각 엄마 역할, 허리 역할, 리더 역할을 잘 해내야 원활히 돌아가기에 한 역할에 좀 적응되나 싶으면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고, 한 역할에 적응될 무렵이면 새로운 역할을 맡아 적응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음 써 주고 통한다고 생각했던 부하가 갑자기 다른 세상 사람이 되는 슬픈 일을 겪게 될 수도 있고,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요..


가끔 군대 다녀온 분들이 '군대는 회사 신입사원부터 회장님까지를 다 경험하고 오는 곳이야. 숨만 쉬어도 갈굼 당하던 상황부터 자신이 왕이 되어 다 부리는 상황까지 압축적으로 겪어보는 것인데,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지.' 라는 말을 하시곤 했는데, 책 읽으며 무슨 이야기인지 간접체험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악랄가츠님의 군대이야기를 다시 읽다보니, 다시금 군생활 해주시는 장병들께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나이에 세상 철없이 모태솔로 탈출할 궁리나 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그 때 군대에서 울면서 편지 쓰던 선후배 친구들이 이제는 애 아빠인데..)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군 생활할 때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할 걸... 미안해집니다. 가츠님처럼 필력과 입담을 겸비하지 못했기에 친구들이 해주는 군대 이야기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거든요. 자기가 군대에서 이런 것도 해 봤다며 자랑조로 말하면 허세 같았고, 군대에서 힘들어 뒤질것 같다고 넋두리를 하면 지루했고요... 이제 보니 군대에서 겪은 재미있기도 하고 고되기도 했던 경험을 나누고 싶었던 것일텐데, 들어주는 것 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참 미안해 집니다. 군발이라 놀리고 답장 안 한 것은 더욱 더 미안하고요.......


그 때는 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처럼 군생활의 입대부터 제대까지를 굉장히 재미나고 생생하게 그리는 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이 책은 남친 군대갈 때 꼭 읽어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군대간 남친 심정을 짐작할 수 있어요..



- 군대다녀오면 무조건 '아저씨'라고 부르는 이유는?

- 군대를 기다려주고 제대하면 헤어지는 이유는?

- 왜 여자들이 군대얘기를 싫어한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