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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귀신에게 묻고 싶은 영화

· 댓글개 · 라라윈
이태원 살인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 시작 전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 '팩션'임이 공지됩니다. 당시의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에게는 이 영화는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 내용 그대로 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점이 있습니다. 뻔한 결론을 알면서도 전개과정이 궁금해서 또 보게 되는 인기드라마 같은 스타일입니다. 결론은 이미 알아도 그 과정을 재구성해 가는 과정이, 눈물이 맺혔다가, 울컥했다가, 피가 끓는 다양한 감정이 범벅되게 만듭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그래도 스포일 수도 있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이 뭔데?

1997년 이태원의 한 햄버거가게(알려진 패스트푸드점)에서 한국인 학생 조중필씨가 아무 이유없이 살해된 사건입니다. 용의자는 에드워드 리와 아더 패터슨이라는 미국 영주권을 가진 청소년들로, 살인동기는 '재미'와 충동적인 것이라는 충격적인 것이었고, 그들은 형사법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적어도 범인들이 공모하거나 두 사람 중 한명이 살인을 교사방조해 피해자가 살해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고,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침해를 가하지 않도록 사회생활 규범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시키지 않아 이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조씨 유족은 범인들의 출국금지가 연장되지 않은 틈을 타 출국한것에 대해 수사가 중단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었고, 양국간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사건은 제대로 수사되지 못한 채 찜찜하게 끝났고, 아직까지 공소시효가 3년 정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태원 살인사건, 장근석

ⓒ선 필름/영화사 수박, All Right Reserved


내용이 다 알려져 있는 영화인데도 볼만해

1. 전개가 빠르다.
영화는 전개가 무척 빠릅니다. 살인사건 장면을 간단히 보여주고 나서 일사천리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일부러 뜸들이고 긴장감을 조성할 것도 없이 오리무중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장면의 전개에서 다큐와는 다른 영화적인 특성이 나오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됩니다. 

2. 편안하게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용의자가 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무죄판결로 인해  반미감정이 치솟았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그러한 점에 대해 약간의 소스를 던지긴 하지만, 반미감정에 기름을 붓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덮어주며, 자녀를 잘못 키운 부모의 문제나 미국내에서의 인종차별의 문제나 여러 가지를 보여줍니다. 의도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감있게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점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3. 심리전이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재판에 관한 영화다 보니, 새로이 하나씩 드러나는 증거들로 인한 긴장감도 약간 있지만,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심리전이 흥미진진합니다.
영화의 좋은 의도에 반해, 기름값 정도만 받고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는 장근석씨의 연기는 심리전의 긴장감을 살짝 떨어트리는 감이 없잖아 있어 아쉬움이 있었으나, 정진영씨와 오광록씨의 내공에서 나오는 심리묘사가 감정몰입을 높여주었습니다.
특히 검사로서, 법을 통해 정의를 지키고자 하지만  법이라는 그물의 작은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는 악인들을 마주하게 될 때의 괴로움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검사나 변호사의 입장은 실체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회색이 아닌 흑백을 분명히 해서 한쪽 편에 서서 강하게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인간적인 고뇌도 큰 것 같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

ⓒ선 필름/영화사 수박, All Right Reserved



데자뷰가 난무해서 아쉬워

저는 범죄, 추리, 심리영화 무척 좋아합니다. +_+ 그래서 비슷한 유형의 영화들을 즐겨보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들이 너무나 많이 오버랩되었습니다.

1. 킬러들의 수다
정진영씨가 그 곳에서도 검사역할로 나와서인지, 그 때의 무뚝뚝하면서 정의감에 넘치는, 그러면서도 범죄자를 사랑으로 감싸안기도 하던 캐릭터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2. 박수칠 때 떠나라

보는 저도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처럼 굿이라도 해서 무당이 접신하여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영화 속에서도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피해자의 혼령이 보이며, 그에게 누가 범인인지를 묻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도 검사에게 사건이 종결된 뒤 피살자가 나타났던 장면이 살짝 떠오르는..

3.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은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너무나 밝혀내고 싶어하는 검사의 마음과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는 유가족의 절규가 가슴은 아프지만, 살인의 추억과 같은 긴장감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손 끝에 닿을 듯 말듯 애간장을 녹이는 추격전과 이미 잡아놓은 범인을 검증하는 것의 긴장감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4. 유주얼 서스펙트
아무래도 범죄/스릴러 영화의 가장 큰 압박 중 하나가 범인이 공개될 때의 반전일 것 같습니다.
이 영화도 그런 부분을 노린 것 같으나,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 정도의 반전은 되어줘야 반전이라 느낄만큼 반전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간 관중에게 호응을 얻기에는 너무나 미약했습니다. 아마도 대다수 관객들은 "저럴 줄 알았어.." 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ㅡㅡ;;;


이태원 살인사건, 장근석

ⓒ선 필름/영화사 수박, All Right Reserved



매력적인 점과 아쉬운 점을 고루 갖추고 있지만,
범죄 재구성 프로그램들을 즐겨보는 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화이다보니, 영화로서 즐긴 뒤에 실제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지...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처럼 귀신에게 물어서라도 범인을 알아낼 수는 없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범인을 잡아내어 처벌을 한다고해서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를 되살릴 수도, 유가족의 큰 상처를 감싸안아 줄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해도 용서의 미덕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인 것 같습니다....
제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 라라윈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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