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이혼, 퇴사 후 이별, 왜 그럴까?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퇴직 후 이혼, 퇴사 후 이별, 시간과 돈이 생겼어도 여유 없기 때문?
퇴직하고 나면 황혼 이혼 하시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뉴스의 뉘앙스는 남편이 퇴직금을 받아오길 기다린 다음에 그동안 모아둔 재산과 퇴직금까지 반으로 갈라 새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듯 했습니다. (한 마디도 아내가 나쁜년)
퇴사하고 나서 연인과도 깨지는 경우 또한 돈을 벌 때는 콩고물도 있고 단물도 있으니까 사귀지만, 퇴사하는 순간 백수가 되면서 별 볼일 없어지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헤어지게 되는 것은 돈 문제에 앞서, 다른 문제가 컸습니다.
미루기 끝판왕에게 닥친 심판의 날
퇴직 후, 퇴사 후 헤어지는 분들의 경우, 회사 핑계로 모든 것을 미뤄두는 경향이 컸습니다.
"내가 회사 그만두면 그 때 하자."
라면서 회사 그만두면 여행도 가고, 회사 그만두면 영화도 보고, 회사 그만두면 서로 이야기도 하고, 회사 그만두면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회사 그만두면 운동도 같이 하고, 회사 그만두면....
이런 식으로 회사 그만두고 난 이후에 할 일이 수 십 가지가 됩니다.
그 중에 상당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인데, 회사 때문이 아니라 귀찮으니까 회사 핑계를 대면서 미뤄뒀던 것 뿐 입니다. 하기 싫었던거죠.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회사 그만두고 얘기하자고 미뤄놨거나, 같이 영화보러가기 귀찮아 회사 그만두면 가자고 미뤘던 건데, 하기 싫은 일들이 회사 그만둔다고 하고 싶어지지는 않습니다.
퇴사자에게 퇴사, 퇴직은 하기 싫어서 미뤄놨던 것들, 내키지 않아 회사 핑계 댔던 것들에 대해 핑계거리가 없어진 심판의 날과 비슷합니다.
회사 그만두기를 기다리며 참던 사람의 심리
회사 그만두기를 기다렸던 입장에서는 회사 그만두면 자신과 시간을 많이 보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가 않으니 실망합니다. 그동안은 회사때문에 함께 하지를 못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이 나면 둘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시 연애 초기같이 알콩달콩할거라는 상상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면서 춤추는 것처럼요. (사진 출처 : 조지 루비 / 셔터스톡)
사진이나 드라마 같은 장면은 아니더라도, 퇴사하고 나면 지금까지의 관계가 회복되거나, 다시 처음처럼 좋아질거라 기대를 합니다. 시간도 생기고 여유가 생길테니까요.
회사 그만둔 사람의 복잡한 심리
막상 회사 그만두면 얼떨떨하고, 불안해집니다.
회사 다닐때 주말에도 뭘 할 지 몰랐던 사람의 경우, 회사 일이 없어지면 뭘 할지 막막합니다. 달달이 들어오던 수익이 사라졌다는 것, 명함이 사라졌다는 것도 불안하고요.
회사 $#^%&$*^( 이라며 욕을 했어도, 회사라는 곳에 속해 있으면 자기소개하기 편하거든요. "ㅇㅇ회사에서 ㅇㅇ 담당이다." 라면 좋은데, 나이 먹고 "저는 최미정 입니다. 지금은 놀아요." 이런 말 하려면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듭니다.
갑자기 넘쳐나는 시간 동안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차게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돈 관리도 걱정입니다. 수익이 없어지면 모아둔 돈으로 살아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안정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회사 스트레스는 일단락 되었으나, 또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밀려옵니다. 가끔은 회사 그만두고 긴장이 풀려 단단히 아프기도 합니다.
회사만 그만두면 놀러도 다니고 인간관계도 회복하고 행복할 줄 알았으나, 현실은 걱정 근심 몸살의 콜라보로 한치 앞도 막막해진 것 입니다. 이러니 연인이나 배우자를 챙길 여력이 없습니다.
참을성이 바닥나고 실망하는 연인
연인이나 배우자 입장에서는 이 쯤 되면 정말로 지칩니다.
회사 다닐 때는 회사 다니니 이해해 달라고 해서 꾹 참았는데, 이제는 시간과 여유가 있으면서 소홀하니까 폭발하기 쉽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시간 많고 돈도 있는 이 상황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텐데, 이 때조차 실망하게 되니 '희망'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헤어지고 갈라서는 분들도 많았던 겁니다. 시간 있고 돈 있어도 안챙긴다는 것은 '함께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입니다.
참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퇴사 퇴직 후에 심란한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 준다면 좋을텐데요. 하지만 이 말을 하면, 폭발하며 한 마디 합니다.
"대체 나는 언제까지 이해해야 돼? 나는 맨날 이해만 하는 사람이야? 내 입장은 언제 이해해 줘?"
퇴사나 퇴직한 사람이 그동안 인내한 사람에게 '기왕 인내한 거 조금 더 참아라' 라고 하는 것도 못된 이야기였던 겁니다.
어찌보면 애초에 '회사만 그만두면...'을 가정하고 있던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불행의 씨앗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 다닐 때 잘 지내던 커플이 회사를 그만뒀을 때도 행복하지, 회사 핑계로 소홀했던 이들이 퇴사 퇴직 후 갑자기 좋아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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