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싶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대가 10인의 꿀팁
라라윈 책읽기: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싶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대가 10인의 꿀팁
작년 말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링크)>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집도 좀 치우고, 관련 서적들을 샅샅이 훑어 읽고 있습니다.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 정리의 기술 69, 심플한 정리법, 하루 15분 정리의 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등에 이어, <미니멀 라이프 연구회>에서 펴낸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로 유명한 블로거 10명의 집 사진과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하게 된 계기, 방법, 장단점 등에
대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같은 책을 보았으면,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이 익숙하거나 식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주자로 소개된 것이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의 유루리 마이씨이고,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 나왔던 히치씨, 오후미씨 등이 또 소개됩니다. 처음 후루룩 넘겨보고는, '에이,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집이 또 나오잖아' 라며 약간 실망했습니다. 게다가 10명이나 소개되다 보니, 한명당 할애되는 지면이 적어, 다소 감질납니다. 사진도 좀 더 보고싶고,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말을 꺼내다가 마는 느낌이라 감질납니다.
대신 이 책을 읽다보니,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일본의 단샤리 운동(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 집착을 버리고 비우는 운동)에 대해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10명의 집은 제각각 다르게 꾸며져 있지만, 인터뷰 내용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우니 마음이 편해지고, 생활이 편해졌다" 는 것 입니다.
가지고 있는만큼 마음이 쓰이고,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집을 비웠을 뿐이나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와 닿는 말은 "쓰지 않는 물건이 끊임없이 말을 건다" 는 부분이었습니다.
제 책상 서랍에는 와콤 타블렛이 있으나,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림 그리겠다고 갤럭시노트도 샀으나, 게임기로 쓸 뿐, 역시나 그림을 그리지 않지요. 너무나 새것인 와콤 타블렛을 볼 때면, "그림 그려야 하는데..." 라는 부담을 느낍니다. 입지 않는 옷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은 옷들이 꽤 되는데, 볼 때마다 저걸 언제 입긴 입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도 마찬가지이고요. 사 놓고 안 읽었다는데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즉, 사서 쓰지 않는 것은 돈이 아까운 것보다, 계속해서 마음에 부담이 되고,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음은 각각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대가들의 집을 보며 느낀 점들 입니다.
유루리 마이 블로그 http://nannimonaiblog.blogspot.jp/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1, 2에 이어 일본에서는 4편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분의 집 사진을 보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고,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가야할 방향은 이거다! 싶었어요. 그래서 번잡할 때면 이 분 블로그에 가서 정화되는 집 사진을 보곤 했는데, 요즘은 블로그에 집 사진은 거의 안 올리고, 책 광고만 올리시는 듯 합니다.
이 책을 보니, 예전에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1, 2>에 나왔던 것과 인테리어가 다소 바뀌었고 아들이 태어나서 아이 살림이 아주 조금 늘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최근 집 사진을 보러 갔으나 여전히 책 광고만..... 어쩌면 유루리 마이씨 집이 너무 유명해져서 여기저기 잡지에 소개되고 계속 책을 내니까, 블로그에는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잡지나 책에 사진을 올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하기 블로그 http://www.ohg.jp/archive 모노클로 가계부
작은 빌라 정도의 친근한 크기의 집인데, 참 깔끔했습니다. 특히나 저희 집 문과 너무나 똑같은 현관이었는데 - 좁은 현관에 철문 - 현관의 잡다한 것을 싹 치우고 신발 한 켤레만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분은 이혼 후 힘들 때, 단샤리를 하면 운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더 집을 깨끗히 치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단샤리라고 하는 것 같으나, 한국 풍수지리도 약간 비슷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어느 책인지는 이제 기억이 안나나, 집에 물건을 쌓아두면 물건에서 안 좋은 기운을 뿜기 때문에, 풍수에 매우 안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라타 마키코 블로그 http://kurashimania.blog.fc2.com/
정리에 대한 이야기보다 남편에게 결혼하자고 졸랐다는 이야기가 더 쏙 들어왔습니다. 결혼만 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허영심도 심해서 남자가 부담스러워 했는데, 정리를 시작하면서 검소해지고 남자친구 집까지 정돈해주는 모습에 반해 남자도 결혼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주인장 얼굴이 나와 있는데, 주인장 부부가 미남미녀 부부라 화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분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특징은 잘 꾸미고, 옷이나 신발도 꽤 가지고 있고, 소품도 있지만, 정리를 참 잘 했습니다.
히지 블로그 http://minimarisuto.jp/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도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선두주자이자, 대단한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되었던 그 분입니다. 진짜로 집에 별거 없고, 쇼파침대로 쓸수 있는 접이식 매트리스만 있습니다. 이 분 때문에 에어리 매트리스가 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팔랑거려서 침대를 버리고 에어리 매트리스를 살까 싶어 검색해보니 에어리 매트리스 가격이 50만원이었습니다. 게다가 무게는 6.7kg 정도 된다고 합니다. 매일 접어서 정리했다가 다시 펼치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무게이고, 가격은 더 부담이 되어 포기했습니다.
아즈키 블로그 http://watasinokurasi.hatenablog.com/
4인 가족의 집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어린 두 자녀의 방이었습니다. 스스로 치운다는데, 엄마보다 딸래미가 더 미니멀리스트라고 합니다. 부내 펑펑나는 집이 아니라, 한국의 흔한 빌라와 비슷한 곳 같은데, 정말 깨끗하고 소박하게 치워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카구치 유코 블로그 http://ameblo.jp/refresherssakaguchi/ 책에 적힌 것은 이 주소이나 블로그 없음.
이 분이 소개될 쯔음에는 정리전문가라는 타이틀이 거슬렸습니다. 아마도 일본에서 정리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열풍(?)인가 봅니다. 그래서 책에 소개된 주부 가운데, 정리전문가 자격증도 취득했다, 라는 소개를 하는 사람이 몇몇 있습니다. 정리전문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존경하나, 집 정리를 하기 위해 정리전문가 자격증을 따야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불편했습니다.
이 분의 미니멀 인테리어 스타일이 저와 안 맞아서 유독 불편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잡다한 장식물도 제 취향이 아니고, 정리 잘하는 표를 내려고, 뭔가 열 맞추어 용기를 새로 만들고... 정말로 버리고 비우는 느낌이 아니라 '난 이 정도로 깔끔해.'라고 보여주는 인상이었습니다.
이노우에 (블로그 주소 안 적혀있었음)
자취하는 직장인 남자의 원룸입니다. 고시원보다 조금 큰 듯한 원룸을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에 놀라웠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 중에 자취 경험이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맨 처음 제가 따로 나가살게 된 것은 회사에서 발령받아서 그랬는데, 그 때는 집에 침대와 5단 서랍장 딱 2개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가 놀러오면, "나같으면 이 공간을 어쩌고.. 저쩌고.. 꾸밀거고.." 이런 이야기를 귀 따갑게 들었습니다. 그 때야말로 미니멀인테리어의 극치였던거죠. 그러다가 어설프게 인테리어에 눈 뜨면서 가구를 엄청 사들이고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이사하면서 다 버리고, 나중에는 풀옵션 원룸에 가서 살았습니다. 마지막에 이사할 때는 가구가 없어서 승용차로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실수를 하기에 몇 년전 다시 독립해서 작업실을 얻으면서 또 엄청난 가구를 사들이고, 허세 인테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이사 몇 번 하면서, 지금은 있는 가구들의 상당수를 버리고 싶습니다. 다시금 승용차 하나로 이사할 수 있을 정도로 짐을 줄이고 싶네요.
이 분도 그 과정을 다 거치고 지금은 언제든 이사할 수 있을 정도로 가뿐한 살림살이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것도 아니고, 책상 위에 좋아하는 피규어도 진열해놓고, 좋아하는 것들 몇 가지는 가지고 있는데, 엄선해서 가지고 있어서 정말 깔끔합니다.
아키 블로그 http://livingsmall.blog.fc2.com/
부내나는 집 입니다. 어릴적 가족들과 유럽에서 자라 유럽 감성으로 집을 꾸몄다고 하는데, 최근에 유행했던 북유럽 느낌은 아니고, 독일 느낌이랄까, 뭔가 딱딱하고 중후합니다. 아주 깔끔하고 이국적이었습니다. 집의 크기 자체는 작은 것 같은데, (방2개, 주방겸 거실) 주방 상판, 함석 수납함, 거실의 프로젝트, 보스 스피커 등 몇 군데에 힘을 주어서 부내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돈 쳐바른 느낌은 아니고, 낡은 쇼파나 실용적인 가구들을 보면 집주인의 안목이 뛰어나 보였습니다. 고급스럽고 튼튼하고 깔끔한 제품을 잘 고르시는 분 같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작은 빌라에서도 몇 곳에만 신경을 쓰면, 이 분처럼 부내나면서 깔끔한 집이 될 것 같습니다.
모리타 사토시 (블로그 주소는 없음)
여기 소개된 10명의 집 중에 가장 화려합니다. 패션 디자이너 티가 곳곳에서 납니다. 장식물이 상당히 많은데, 화장실에 몰아두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깔끔한 인상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추억의 물건을 고이 모셔둔다는 것 입니다. 축제 때 머리에 둘렀던 띠, 롤링페이퍼 등을 잘 보관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뿌리, 근원을 떠올려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타지 생활하며 외로울때, 지칠 때, 추억의 물건을 보노라면 힘이 난다고 합니다.
오후미 <미니멀리스트의 일기> (블로그주소 안 적혀있음)
이 분의 집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은 청소를 안 하거나 어마어마어마하게 부지런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서야 제가 청소를 해보니, 바닥에 물건을 둔 것이 얼마나 거치적거리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예전에는 인테리어 삼아 바닥에 책도 쌓아놓고, 박스나 그림 같은 것을 두기도 했습니다. (꽃보다 그림,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선물) 그 때는 청소를 잘 안해서 몰랐는데, 매일 청소하기 시작하니, 바닥에 있는 것들은 정말 걸리적 거렸습니다. 스탠드, 의자, 쿠션, 카페트, 박스 등, 청소할 때 싹 다 올려놓거나 자리를 움직였다가 치우고 다시 그 자리에 놓아야 하니 아주 귀찮았습니다. 바닥에 물건을 그냥 두고 청소를 하면, 그 앞에 먼지가 뭉치고요. 그래서 이 분의 집 소개 페이지를 보며 "방석을 제외하고는 바닥에 물건을 두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쓰레기나 먼지가 줄어들어 청소하기가 편하다" 라는 문구를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방석 외에도 우측에 TV, 좌측에 바구니 3개나 있는데...
거실 외에도 방에 거울, 스툴, 이불 갠 것 등을 죽 늘어놓는 것으로 보아, 음..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부지런한 분인지, 청소를 안하고 그냥 인테리어만 하는 사람인지...
이 분의 집은 제 취향이 전혀 아니었으나, 다이어리를 쓴다는 팁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리는 안하고, 정리 책만 여러 권을 읽다보니, 기록하라는 조언이 자주 나왔습니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에서도 100일 프로젝트처럼 일기를 쓰는방법이 나왔습니다. 매일 뭘 버렸는지 적다보면, 점점 버리는 것이 줄어들고, 어느 순간에는 이걸 버릴까 말까 고민을 하고, 홀가분하게 비우게 된다고 합니다. 혼자 하기 힘들면,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카페, 미니멀리스트 카페, 정리력 카페 등에 가입해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어디선가 냉파 운동 (냉장고 파먹기) 운동을 보고, 냉장고의 재료를 하나씩 먹어 치울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년 말쯤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의 충격이 생생할 때는 매주 주말이면 청소를 했었는데... 어느덧 흐지부지해져서 다시금 카오스가 되었는데 정리를 시작해봐야 겠습니다. 정리책만 읽지 말고......정리를......
(이전 글들 보니.. 올해 2월 무렵까지 정리하고 손 놨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