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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폴리스라인 분위기 & 광화문 촛불집회 시간 깨알팁

라라윈 2016. 11. 29. 00:23

라라윈 특별한 날 기록 : 청와대 앞 폴리스라인 분위기 후기 & 광화문 촛불집회 시간 위치 깨알팁

따땃한 집에서 뒹굴대노라면 나가기 귀찮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이 집에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 결국 실시간 광화문 상황 중계를 들여다 보고 있게 되어서, 그러느니 나서서 촛불집회 나오는 편이 몸은 피곤하나 마음이 편하네요.



광화문촛불집회 시간 & 위치 정보

촛불집회 오기 전에 광화문 촛불집회 시간이 몇 시인지, 몇 시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열심히 찾아봤었는데, 몇 번 와보니 의미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6시에 행진 시작이라고 쓰여 있어도 3~40분씩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앞의 행사 발언이 좀 더뎌지거나, 행진 시작하려고 대열 갖추고 선두차들 정렬하는 것, 안내해서 움직이는데 모두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좀 늦게 가도 이승환 콘서트가 안 끝나고 아직도 진행되고 있어 몇 곡 듣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고, 늦게 도착했어도 행진도 참여할 수 있고, 구호도 외칠 수 있습니다. 또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치열하게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밤샘 집회 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촛불집회 시간이 몇 시에 끝나는지 걱정할 필요없이 나오면 됩니다.

다만 이번에 알게 된 것은 추운 몸을 녹이며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이 먹고 싶으면 9시 전에 빠져 나와서 간식을 먹는게 좋을 듯 합니다. 9시 반 넘어서 나왔더니 배화여고 근처까지도 사람들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결국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먹었습니다. 경복궁역, 서촌 인근에서는 9시 반 이후에 술집 외에 가볍게 국수 한 그릇 먹기는 힘들 것 같고, 가볍게 국수 한 그릇 따끈하게 먹기에는 종각과 종로2가 3가 쪽이 좋을 듯 합니다.

광화문 촛불집회 어디서 내리는지 물어보시곤 하는데, 청와대 근처로 가고 싶으신 분들은 경복궁역에서 내리는 것이 좋고, 광화문 행사를 보고 싶은데 광화문, 을지로 입구역이 통제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시면 안국역을 강추합니다.

휴대폰은 콘서트 무대 바로 앞 같이 수십만명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잘 안 터지는 것 같으나, 행진하는 곳이나 구호 외치는 곳 등에서는 잘 터졌습니다. 한국의 통신망 만세!



광화문 광장과는 조금 다른 청와대 앞 폴리스라인 분위기

경복궁역에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길은 여러 이유로 자주 다니는 길인데, 촛불집회에서만은 가기가 힘든 길이었습니다. 5차 촛불집회에서도 해지기 전까지만 행진이 허용된다기에 포기하고 왔는데, 경복궁역에 내리자 마침 청와대 앞으로 행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배화여고를 나와서 이 곳은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한 길인데,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겠다는 마음으로 걸으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선두차량의 선창자 분은 리듬을 잘 타시며 힙합 스타일 '그네아웃을 부르시는데, 듣기에는 유쾌하고 좋은데 박치인 저는 따라하기가 힘들었습니다. ㅠㅠ



이 차는 곧 멈추어 자리를 잡고 공연을 했고, 곳곳에서 무리를 지어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사물놀이 판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끝이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조금 더 가다보니 이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한참 아래에 쳐 놓은 폴리스라인 코 앞까지 다다랐습니다.



폴리스라인 앞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폴리스라인의 경찰들을 등진 채, 근처의 트럭 무대를 바라보며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한 무리의 경찰들이 빠져나가려고 하자, 질서있게 길을 비켜주기도 했습니다. 잠시 동안은 유쾌하게 "경찰들은 퇴근하라. 퇴근하라"를 외치기도 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였습니다.



그러나 폴리스라인 코 앞은 쉽게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누군가 경찰에게 달려들거나, '불복종' '불복종'을 외치면 갑자기 경찰들 쪽으로 몸을 돌려 경찰과 대치하는 분위기가 생겨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폴리스라인 바로 앞은 조용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한 마디씩 하는 것이 잘 들렸습니다.

KBS 기자가 촬영을 하자 어떤 분이 "KBS는 찍어도 내보내지도 않을꺼면서 뭘 찍어? 불 꺼!" 라고 하시자, KBS 기자는 바로 카메라 조명을 끄고 카메라를 내렸습니다. 바로 옆에 SBS도 조명을 켜고 촬영을 했는데, "SBS 니네는 요즘은 괜찮아." 라며 사람들이 별 말없이 중립적인 반응이라 계속 조명을 켜고 촬영을 했습니다. KBS 기자한테 계속 뭐라 하거나 해코지를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모두 조용하다보니 한 두 사람의 의견도 부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조용하다보니, 어떤 분이 나서서 리액션을 하면 대리만족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차에서 혼잡하다고 안내 방송이 나오면, "야 이 시키들아. 니들이 차를 빼면 되지, 니들만 비키면 하나도 안 혼잡해. 차 빼. 니들이 숫자가 더 많아. 아 숫자는 우리가 많구나. 미안, 차 뺴고 퇴근해라." 라며 속사포랩처럼 조목조목 말씀하시면, 조용히 있다가 키득거리며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재미난 점은 이렇게 속이 후련히 말하시는 분이 누구실까 두리번 거리면서 찾아보면 인상이 더 없이 순둥순둥한 아저씨 들이셔서, 아재 랩퍼들의 저력을 느꼈습니다.

할아버지들도 멋지셨습니다. "후배들아 돌아서라. ㅇㅇㅇ기 선배다. 니들 마음 안다. 후배들아 돌아서라." 라고 하시는데 곳곳에서 "나는 ㅇㅇㅇ기다." "나는 ㅇㅇㅇ기다" 라고 외치는 전의경 선배들도 있으셨습니다.



청와대앞 폴리스라인에는 깃발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전설의 강철대오 전대협 깃발도 보았습니다. 예전에 한창 치열하던 시절에는 어떤 깃발만 봐도 흠칫하며 상대방이 쫄았다고 하는데, 전대협 깃발이 그 중 하나라 들었습니다. 서글프게도 저는 '데모 하지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하라'는 이야기를 깊이 받아들인 사람이었던터라, 학생운동하고 데모하고 시위하는 것이 나쁜 것인줄 알았는데, 이제서야 치열하게 싸워준 선배님들 덕분에 저처럼 무지한 후배도 시위 한 번 안 나가보고 공부나 하면서 편히 살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부끼는 깃발만 봐도 영광이었습니다.



아저씨들께 신문물도 배웠습니다. 바로 옆에 계신 아저씨께서 핸드폰으로 촛불을 켜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더니 하나보다는 두 개가 멋지지 라면서 다른 아저씨께서도 사진 찍으라고 들어 주셨습니다. led 전기 촛불에 이은 신문물 촛불앱이라고 합니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나이대도 다르지만, 같은 장소에 나와 있다는 공감대 만으로도 교감과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폴리스라인 앞은 광장과는 달리 누군가의 한 마디 또는 행동 하나에 갑자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경찰 쪽으로 돌진하려는 분이 있거나, 누군가 '폭력경찰 물러가라'라며 소리를 치기 시작하면 무대를 보던 사람들이 경찰 쪽으로 돌아서서 우우우우 외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찰들은 퇴근해라' 같은 유쾌한 수준까지는 동조하나, 폭력경찰 물러가라거나 경찰을 자극하는 구호는 자제시키고, 그냥 경찰에게는 관심을 끄는 분위기였습니다. 차벽일 뿐 아니라 진짜 벽 취급.....

특히 경찰쪽에서 안내방송을 하면 모두가 우우우우우우우우 라면서 그 소리를 묻어 버립니다. 어찌보면 물러서라 말아라 하며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경찰을 벽 취급하면서 자유발언 할거 하고, 노래 부르고, 구호 외치는 것이 지혜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찰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충돌이 있을 것 같아 긴장할 때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를 때는 춥지 않았는데, 정리가 되어 평온하게 자유발언을 듣고 있으려니 발이 시리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뜨끈한 국물, 우동이나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빠져나왔습니다.



일찍 문닫는 배화여고 인근 서촌 맛집들

옆으로 빠져나와 보니, 세월호 유가족들이 계셨습니다. 평소에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근처에 자주 지나다녀서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서 계시는 것을 많이 봤는데... 이 날도 계셨습니다.....



답답함과 또 다른 아린 감정이 듭니다.



금상고로케 앞에 경찰 한무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배화여고 앞의 떡볶이집이 남아있으면 떡볶이를 먹거나, 가볍게 우동이나 국수 같은 것을 먹자며 찾아 다녔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나 봅니다. 9시 30분 무렵이라 문 닫고 정리하는 가게들이 수두룩했고, 문 연 국수 / 우동집은 줄이 길었습니다. 통인시장을 거쳐 서촌을 쭉 훑으며 배화여고 입구까지 올라갔는데, 줄이 길거나 문을 닫으며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하나 사 먹기로 했으나, 편의점도 만원이었습니다.

이렇게 손님이 밀려드는 날 연장영업 좀 하시지 그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그 분들도 일 끝내고 집회 참여하고 싶으실 수도 있고, 오늘 손님이 많아 유난히 힘든 날이셨을 수도 있으니 쉬셔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뜨끈한 국물 한 그릇 먹기 위해 사직공원 인근까지 왔습니다. 도로를 걷는 기분이 묘합니다.



사직공원 앞 까지만 막고 경희궁의 아침 쪽으로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 쪽에 가면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경희궁의 아침을 향해 갔습니다.



그 와중에 발견한 MBC 중계차량입니다. 인파가 없는 사직공원 앞에 잘 숨겨두었나 봅니다......


꿀맛 컵라면

경희궁의 아침 근처의 여러 맛집과 카페도 문을 닫거나, 문을 연 집은 줄이 길었습니다. 그나마 이 곳 편의점에는 라면 먹을 자리라도 있길래 컵라면 하나씩을 사서 먹었는데, 꿀맛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난 라면이었어요.

다음 주에는 9시쯤 빠져나와서 뜨끈한 국수 한 그릇 먹어야 겠습니다.



촛불집회 후....

처음에는 촛불집회에 생전 처음 나와보니 구경꾼 같은 입장이었고, 두 번째 세 번째 오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와 종교 얘기는 하는 거 아니라는 금기 덕분에, 정치에 대해서는 무지해도 면죄를 받았습니다. 언니오빠 친구 동생들과 정치 이야기는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 덕분에 정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고 있는데, 그 덕분에 많이 배우게 되네요. 정말 '정치요정'이라는 애칭이 딱 맞으신 것 같아요. 저같은 쫄보도 촛불집회에 나올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 주시고, 정치에 대해서 공부하게 해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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