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밤에 운동하기 좋은 곳, 불광천
라라윈 운동 노오력: 여자 혼자 밤에 운동하기 좋은 곳, 불광천
북한산 둘레길은 참 좋은데, 시간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제 해가 빨리 지니까 6시 이전에 산에서 내려오려면 적어도 4시쯤에는 가야 하는데 평일 4시에 운동이라... 참 꿈같은 이야기 입니다. 6시만 넘으면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니, 여자 혼자 밤에 운동할만한 좋은 곳이 없나 찾았습니다. 이래서 직장인들은 헬스나 요가를 끊을 수 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깜깜해서 밖에서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는 좀 무섭지만, 실내에서 운동하고 요가하는 것은 무섭지 않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이마트 은평점 가는 길에 불광천에 들러보았습니다. 불광천 입구에서 살짝 본 다음, 무서우면 바로 돌아 나올 생각이었습니다. 정찰 삼아 가본 것인데 안 무서웠습니다. 가로등도 빼곡하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아서 괜찮았어요.
자전거 탈 때는 해질 무렵이면 무서운 느낌이 들어 열심히 페달을 밟아 돌아왔는데, 걸어보니 그리 무섭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 탈 때도 밤에 차길에서 타야 되는 것이 무서웠지 불광천에서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조명이 은은해 예뻤어요.
무엇보다 밤에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 무섭지 않았습니다. 연령층도 무척 다양해요.
밤에 불광천에 빛이 반짝이는 것, 새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며 걸으니, 시골 어딘가라도 온 듯 마음이 편했습니다.
동화책에 나오듯 돌다리를 건너서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자전거 탈 때는 분수쇼 해도 그냥 쌩하니 지나쳤는데, 불광천에서 걷기 운동을 하니, 분수쇼를 천천히 즐길 여유가 있어 좋았습니다. 밤에 반짝이는 것이 참 예뻐요.
동네를 걸을 때는 '운동했다'는 기분이 덜 드는데, 불광천을 걸으면 1km 밖에 안 걸었어도 '운동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불광천에 가기까지 걷는 것, 불광천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것도 전부 걷기 운동인데, 이상하게 불광천에서 걸은 것이 진짜 운동한 것 처럼 느껴져요...
헬스클럽 오가는 것은 운동같지 않고, 헬스클럽 안에서 운동한 것이 운동 같은 것과 비슷했습니다.
불광천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와 두레 생협, 작은 골목 시장을 들를 수 있습니다. 불광천에 여자 혼자 밤에 운동해도 좋을만큼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이유가, 이마트와 시장 접근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동가기 정말 싫은 날은 '장보러 가자. 가는 김에 운동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줍니다. 반대로 이마트와 장보기 좋은 가게들과 너무 가깝다는 것이 독이 되기도 합니다. 참새 방앗간처럼 운동하고 자꾸 뭘 사들고 와요..... ㅠㅠ
[운동 노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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