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진동소리 환청 벗어나는 방법
라라윈 건강관리하기 : 휴대폰 진동소리 환청 해결
언제부터인가 진동 소리 환청에 시달렸습니다. 실제로는 전화가 안 왔고, 진동이 안 울리는데 어디선가 지이이잉 지이이잉 소리가 나는 것 같았어요. 예민해져 있어서인지 제 핸드폰 진동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남의 핸드폰 진동소리에도 민감해지고, TV나 영화에서 진동소리 날 때도 놀랐습니다.
어떨 때는 자려고 누웠을 때, 조용한 곳에서, 어디에선가 지이이이잉 우우우우웅 하는 진동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옆방 테이블 위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설마 층간소음으로 이웃집 사람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리나 싶어, 벽이나 바닥에 귀를 대보면 아무 소리도 안 났어요.
진동소리 환청을 듣는 정도가 점차 심해지자 불안해졌습니다. 너무 예민하거나 뭔가 정신에 이상이 생기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찾아보니, 휴대폰 환청을 듣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진동불안(vibranxiety), 환상 진동(phantom vibrations)으로 연구도 많았어요. 연구에 따라 결과가 좀 다른데, 환청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하는 사람은 68%, 85%, 89% 등으로 꽤 많았습니다. 벨소리가 안 울리는데 울리는 것처럼 느꼈다거나 진동이 안 울리는데 진동소리 환청이 들리는 것 같은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다 경험해 본다고 합니다.
문제는 빈도인데, 얼마나 자주 휴대폰 진동소리 환청을 느끼는지 조사해보니, 매일 휴대폰 환청을 겪는 사람이 13%정도라는 연구도 있고, 30%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진동소리 환청을 듣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 상당수가 겪는 일 이었습니다.
제가 미치거나 예민한 것이 아니라 많이 겪는 일이라니 좀 위로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진동소리 환청을 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일 뿐,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해결책은 딱히 없었습니다.
고민하다 제 나름대로 생각해 낸 방법은 '무음'이었습니다. 진동소리가 들리는 것이니 진동을 끄면 진동 환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음 단점 & 문제점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려니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무음으로 해 놓으면 문자나 전화가 와도 모를테고, 그래서 중요한 연락을 놓치면 큰 일이 날까봐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온 무음에 관련된 글을 다 읽고 내용분석했어요. (연구방법 배운걸로 잘 써먹고 있습니다 ㅋㅋㅋ)
무음 반대파
무음 반대파는 '나는 절대 무음을 하지 않으며, 무음인 사람 정말 싫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무음 극혐
- 무음 해 놓는 것들은 무음 때문에 중요한 전화 놓치고 땅을 치고 후회 해야 함
- 무음 해 놓을거면 전화를 왜 갖고 다니냐?
등등의 격한 반응이었습니다. 무음 반대파는 휴대폰이 타인을 위한 서비스이며, 무음으로 해 놓는 것은 배려가 없는 이기적 행동이라고 간주했습니다. 무음으로 해 놓는 사람들로 인해 답답하고 짜증이 나므로, 무음 사용자들을 저주했습니다. 무음으로 쓰는 사람들은 '중요한 전화를 놓치고 땅을 치고 후회를 해 봐야 한다' '무음으로 쓰는 사람 전화는 일부러 씹는다. 그래야 전화 안 받는게 얼마나 짜증나는지 알지.'라며 무음으로 쓰는 사람을 저주했습니다. 무음 사용자와 원수라도 진 듯 격렬한 반응인 사람이 많아서, 무음반대파 의견을 종합해보면 무음으로 바꿔보려는 것이 패륜적 행동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무음파
무음 반대파는 '나는 무음이 아니지만 무음으로 쓰는 사람이 싫다'는 관찰자 입장이고, 무음파는 실제로 무음으로 사용중이니 사람들의 입장이었습니다.
- 진동소리 극혐 (책상 위에 진동모드로 얹어 놓고 회의 들어가면 개짜증남)
- 카톡 PC버전으로 해결됨 (어차피 요즘은 전화 안 걸고 카톡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음)
- 무음으로 해 놔도 다 보임(사무직인 경우 모니터 아래에 핸드폰 놓으면 전화올 때 화면이 켜지기 때문에 잘 받게 됨. 화장실이나 회의 들어갈 때 핸드폰 놓고 가면, 진동소리였어도 못 받기 때문에 똑같음)
다만 무음파는 업종 제약이 있었습니다. 운전, 영업 직종인 분들은 무음 사용이 어렵고,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무직들이 무음이어도 큰 문제가 없는 편이었습니다. 책상 앞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는 무음이 낫다는 의견도 상당했어요.
무음반대파는 무음 자체를 민폐라 여기지만, 사무직인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의 진동소리가 민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음으로 해 놓는 것이 예의일 수 있고, 업무 집중에도 무음인 편이 더 도움이 되며, 무음으로 해 놓아도 모니터 시야 반경에 핸드폰을 거치해 놓으면 다 보이기 때문에 주요 전화를 놓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무음파 입장을 정리해 보니, 저는 책상 앞에서 일하는 사람이므로 무음으로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레 며칠간 무음 단점, 무음으로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다 읽고 나서, 11월 초 무음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휴대폰 환청이 사라지는 기간
진동소리를 없앴어도 환청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분명 제 핸드폰은 무음인데도 진동소리가 나면 불안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거 아냐. 내건 더 이상 소리 안 나. 진동소리 내거 아냐' 이런 생각을 몇 번 되뇌였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진동소리에 '가끔' 놀랐습니다. 진동소리 환청까지 들릴 정도로 예민했던 것에서 많이 나아졌어요. '내 거 아닌데 여전히 이러네' 정도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점차 휴대폰을 소리나 진동으로 해 놓지 않고 무음으로 해 두어도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약속 시간에 누군가 만나기로 해서 전화를 기다릴 때가 좀 불편했습니다. 무음이니까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서 휴대폰 손에 들고 쳐다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아이폰은 무음 / 소리 또는 진동 / 소리 이렇게 밖에 안 되어서 그러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은 무음/진동/소리 설정이 쉬우니 안드로이드면 평소에는 무음으로 쓰다가, 밖에서 전화 기다릴 때만 진동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저의 강박관념이었습니다. 진동이 아니라 벨소리로 해 놔도 되는데.... 너무 오랜시간 진동으로만 써서 벨소리로 해 놓는 것이 엄청난 무개념(?)처럼 느껴졌나봐요.
어느 순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진동소리가 아무렇지 않아졌습니다. 진동소리 환청이 심하던 때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이이이잉 할 때도 신경이 곤두섰거든요. 이젠 다시 효과음처럼 들립니다.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과정 같습니다)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이상 진동소리 환청이 안 들립니다.
무음 5개월 차 긍정적 효과
11월 초에 엄청난 일이라도 되는 듯, 논문을 찾고 사람들 의견을 정리해 가면서 진동도 끄고 무음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제 다섯 달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불안하긴 합니다. 혹시 놓친 연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럴 때마다 혼자 도닥입니다.
'못 받으면 다시 걸면 되지. 필요하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도 연락하겠지. 진동소리로 해 놓았다고 전화 안 놓쳤던 것도 아닌데 뭐..' 라고요.
하루에 전화 한 통도 안 오는 날도 많은데, 대체 어떤 '중요한 연락'을 기대하기에 이렇게 연락에 집착하며 불안해 하는지 정체모를 불안감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한켠에 불안감을 가진 채로 무음을 고수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 긍정적 효과 2가지가 있었습니다.
집중력이 꽤 돌아왔고 (아직 길어야 2~3시간), 짧게나마 몰입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도 생겼습니다. 뭔가 하느라 폭 빠져서 시야 범위에 있던 휴대폰 화면이 반짝이는 것을 못 볼 때가 있어요. 전화를 놓쳤다는 불안감보다 '와! 대체 얼마만에 옆에서 화면 번쩍이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뭔가에 몰입해 보는거지?' 싶어 기뻤습니다. 마침 놓친 전화도 스팸전화여서 더 기분 좋았어요.
스팸 전화 놓칠 때면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가뜩이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집중하기까지 예열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데 뭣 좀 하려고 할 때 스팸전화가 오면 굉장히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젠 우우우우웅 하는 진동소리로 절 방해하지 않으니 짜증이 줄어들었습니다.
무음으로 해 놓아도 별 일 없고, 아직도 원인 모를 '중요한 연락 불안'을 느끼기는 하나, 진동소리 환청은 없어져 편해졌습니다. (저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진동소리를 무음으로 바꾸는 단순한 방법을 써 본 것인데, 다른 방법 아시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