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중에 여유생기면 정말 잘해줄게! 그런 날이 올까?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내가 나중에 여유생기면 정말 잘해줄게! 그런 날이 올까?
헤어지고 나서 쉽게 잊을 수 있던 경우 중 하나는 '내가 나중에 정말 잘 해줄게' 라는 말만 하다 끝난 경우였습니다. 늘 말로만 나중에, 언젠가, 잘 되면, 여유 생기면 해 달라는 것을 다 해주겠다는 둥, 정말 잘 해주겠다는 둥 공수표를 남발했고 실제로 챙겨주거나 잘해준 것이 없다 보니, 헤어지고 나서 그립거나 떠오르는 것이 없어 쉽게 잊혀졌습니다.
쉽게 존재감이 사라졌던 그 사람은 늘 결의를 했습니다.
"내가 나중에 잘 되면 정말 잘 해줄게!" 라고요.
그런 날은 오지 않았죠.
지금 못 해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
처음에는 나중에 잘 해주겠다는 말이 좋았습니다. 대체로 현재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할 때 그런 말을 했거든요. 생일 날 선물을 못 사줘서 미안하다면서 나중에 생일 선물 좋은 것을 사주겠다고 하고, 제가 데이트 비용을 내면 미안하다면서 나중에 자신이 취업하면 잘 해주겠다고 하고, 뭔가 못 해줄 때 '나중에 내가 여유생기면 정말 잘 해줄게' 라는 말을 했습니다.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현재 못 해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약속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생각했었죠.
그러나 늘 지각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다음에도 또 지각하고 미안할 짓을 하는 것처럼, 일종의 입버릇이자 자기 포장이었습니다. 현재 여자에게 잘 못 해줘서 모양 빠지는 것 같으니까, '나중에 잘 해줄게' 라는 말로 때운 겁니다. 정말 미안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상관리' 였습니다.
나중에 잘해주겠다며 속물 만들기
지금 생일선물 챙길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차를 사달라거나, 명품을 사주길 바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어도 '나중에 잘 해줄게'라고 계속 공수표를 날리다 보니 점점 내용이 세졌습니다.
TV에서 여자친구 선물로 명품백을 사준다 이런 내용이 나오면, "내가 나중에 잘 되면 너도 명품백 사줄게. 내가 성공하면 10개 사줄게." 이런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었습니다.
남 앞에서는 더욱 대단했습니다. "내가 나중에 여자친구 차 한 대 사줄려고. 글쎄 여자애니까 준중형차 ㅇㅇ 모델 같은거 하나 뽑아주려고." 같은 이야기를 더없이 진지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속 모르는 남들은 남자친구가 굉장히 잘 해주는 줄 알며 부럽다는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저는 남자친구에게 차 까지 사달라고 할 정도로 속물같은 여자가 되었죠.
뭘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바란 것이 없는데도 '나중에 내가 잘 되면 잘 해줄게' 라는 말을 되뇌이다 보니, 살이 붙기 시작한 것 입니다. 명품을 사주겠다, 차를 사주겠다, 했으니 계속 사귀었다면 나중에 집도 한 채 사줬을 듯 합니다. 말로.
대체 언제 여유로워지는 걸까?
더 사귀었으면 정말로 그 남자가 잘해주는 날이 왔을까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바쁜 일이 있으면 "이번 달에 너무 바쁘니까 이번 달 지나고 보자." 라고 미뤄두는 사람은 다음에도 또 바쁘기 십상입니다. 바쁜 일은 끝났지만 또 다른 바쁜 일이 생깁니다. 안 바쁘면 불안하거나 이상해 하며 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여유를 만들겠다고 작정을 하지 않는 이상 늘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에서 벗어나긴 힘들 겁니다. 아마도 나중에도 바쁠거에요.
반면 여유를 짜내는 사람은 늘 여유를 짜냅니다. 이번 생일에는 밥 한 끼 사줄 여력 밖에 없으면 밥만 사고, 다음 생일에 선물 사줄 수 있으면 사주고, 오늘은 1시간 밖에 못 보면 1시간만 만나고, 시간 있을 때는 더 보고. 그 때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사람은 늘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나이 몇 살 정도가 되면 여유로워진다는 공식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은퇴하면 여유로워진다거나, 몇 살 정도 지나고 어느 직급 정도 되면 여유로워 진다거나... 그러나 지금은 글쎄요.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여유생기는 그 날' 이라는 것이 있긴 한 걸까요?
나중에 여유생기면 잘 해주겠다는 사람은 지금은 거르고, 나중에 만나봐도 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 "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야"라고 철벽치는 사람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는 방법
- 이번이 마지막 연애라고 생각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