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말 한마디에 울컥, 내가 예민한걸까?
별거 아닌 말에 상처 받을때
어떤 때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울컥에서 그치지 않고 별거 아닌 말이 가슴에 남아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면 사소한 말 한마디도 못 넘기는 사람의 잘못일까요? 그냥 너무 예민한걸까요?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을 좀 해 보았습니다.
혼자 예민한 사람되기 딱 좋은 상황
먼저 예를 하나 봅시다.
길에서 마주친 일본인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이 친구의 일본어를 칭찬해주었습니다.
"일본인이세요? 일본어를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친구는 일본인에게 일본어 칭찬을 받고 몹시 신이 나 있었습니다. 저도 거들어서 "맞아, 너 일본어 정말 잘해!"라며 칭찬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치. 너는 아리가또 할 때 억양이 이상해서 딱 한국인 티 나더라."
이러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제 앞으로 가는데, 순간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칭찬을 해줬으면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될 일이지, 저를 깍아내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니가 정말 일본인 같았으면 일본인이냐고 묻지도 않았어. 바보야.'
울컥한 제가 예민한걸까요? 친구가 잘못한걸까요?
이렇게 그 순간만 떼어서 전하는 순간, 듣는 사람은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뉩니다.
"맞다, 굳이 칭찬해주는 사람을 디스할 필요는 없다. 그 친구 인성쓰레기." 라는 입장과 "네가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 그거 한마디 했다고 마음에 담아두고 꽁하기는. 친구면 그 자리에서 말했으면 되는거 아니냐? 니 성격 더 이상" 이라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질문하는 것은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 사소한 말로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는 점 입니다. 그래서 두번째 반응(니 성격이 더 이상)에 한 번 더 고뇌합니다. '정말 내가 예민하거나 이상한건가 '하고요. 첫번째 반응(니 친구 인성 쓰레기)도 괴롭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내 친구인데 내가 사람보는 눈이 그렇게 없는건가? 아니면 끊어야 할 인간관계를 구분 못하고 휘둘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은 이러나 저러나 내 탓이 됩니다. 부적절한 말을 하는 친구를 사귄 것도 내 탓, 그런 친구를 끊지 못하는 것도 내 탓, 사소하지만 신경 긁는 말을 할 때 한 마디 날려주지 못하는 것도 내 탓, 이러고 나서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것도 내 탓입니다. 그리고 마음은 더 힘들어집니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채 그냥 자기비하만 남았으니까요.
가시에 찔리지 않게 니가 조심했어야지 or 그깟 가시 좀 찔렸다고 오버하기는
그러나 분석 범위를 좀 더 넓혀보니 다른 것이 보였습니다. 친구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도 울컥하거나 상처받을 때가 있는데, 유독 마음에 가시처럼 콕콕 박히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소한 가시처럼 박히는 말이 되는 것은 몇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말에 상처받는 조건
1. 나를 잘 아는 사람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말은 그리 오래 남지 않습니다. "지가 뭘 안다고 지랄이야" 라고 하면 끝이거든요. 그러나 나를 아는 것 같은 사람, 특히 친한 사람이 말하면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저 사람이 말할 정도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고요.
동시에 섭섭함도 큽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사정 또는 나에 대해 알면서 얄밉게 말하면 정말 상처가 됩니다.
길에서 미친 사람을 만나거나, 악플러가 몹쓸 말을 하고 가면 상처를 받기보다 화가 납니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이 툭 전진 말은 단순한 화가 아니라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2. 누적된 말말말
보통 웃으면서 신경 긁거나, 은근슬쩍 계속 끌어내리며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애초에 얕잡아 보고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사소한' 말로 넘어갔을텐데,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 순간부터 슬금슬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을 것 입니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밑작업이 충분하게 되어 있었던 거지요. 물이 찰랑찰랑한데 마지막 물 한 방울을 떨어트린 것 뿐이지요.
그리고 이미 임계치를 넘어 버렸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사소한 말 한 마디 한 마디, 별거 아닌 말이 다 신경에 거슬리고 불쾌합니다.
3. 상처 준 사람의 무심함
말을 한 사람은 그것을 잘 기억 못하거나,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예로 돌아가자면, "네가 예전에 일본인이 칭찬했을 때 그런 소리를 했었지. 그래서 상처받았지." 라고 할 경우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라고 하거나, 되레 "근데 그건 사실이잖아 ㅋㅋㅋㅋ" 같은 식으로 응수하기 쉽습니다. 여기에 한 마디 더해 "우와 진짜 소심하다. 그런걸 다 담아두고 있네.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네." 라거나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 다 신경쓰면서 세상 어떻게 살아? 피곤하게 산다." 라고 합니다.
결국 상처 받은 사람만 바보되는 결말이 되고, 이 무심함에 한 번 더 상처가 됩니다.
길 가다 마주친 도를 아십니까 같은 사람, 커피숍에서 우연히 본 사람이 한 마디 하는 것까지 가슴에 켜켜이 담아두고 있다면, 조금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범위를 넓혀 생각해 봤을 때, 가까운 사람에게만 이런 증상이 있다면 예민해서가 아닐 겁니다. 마음이 힘들어서 신호를 보낸 겁니다.
'내가 예민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신호에 귀 좀 기울여 줄래? 힘들어서 신호 보낸거야. 둔탱아.'
라고요. 감각은 상대가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을 교묘하게 비틀고, 사소한 말들, 자존감을 깍아내리는 말들을 통해서 당하는 사람을 망가트리는 것 입니다. '내가 예민한건가 내가 좀 이상한거가' 하는 의심은 시작일 뿐 입니다. 결론은 내가 예민하든 사람보는 눈이 없는 내 잘못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판단력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고, 점차 심리적으로 너덜너덜해집니다.
그럼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 심리는 뭘까요?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상대가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소시오패스 같이 느껴질 수 있으나, 꼭 소시오패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좋은 보통 사람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방향성이 긍정적이면 좋으련만 부정적인 말들에 사람들이 더 쉽게 반응하고, 부정적인 말을 통해 상대의 자존감을 깍아내릴수록 휘두르고 조종하면서 영향력을 더 강하게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