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탐구/놀러다니기

다시 찾아가 실망한 유명 맛집 & 카페 세 곳

라라윈 2018. 8. 27. 00:30

라라윈 놀러다니기 : 4년만에 다시 찾은 유명 맛집 카페 대실망

최근에 제가 좋아했던 곳, 기억이 좋았던 곳들을 다시 찾아갔다가 속상함 3연타를 맞았습니다. 유명한 맛집 카페들을 몇 년 만에 다시 갔더니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ㅠㅠ



고즈넉한 수연산방이 중국인 단체관광객 명소로...

수연산방은 아는 사람만 아는 (아는 사람이 많긴 했습니다만..) 운치있는 한옥 카페였습니다. 성북동 미술관 옆이라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까다로운 위치라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어요. 몇 달 전 다시 찾아갔더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 관광오는 곳이 되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중국인 관광객 단체 관광 코스로 소개한 사람에게 분노하고 싶었어요.

한옥을 개조한 카페라 그리 크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소수의 사람들이 방에서 조용히 맛좋은 차와 한식 다과를 맛보며 운치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는데, 왁자지껄 정신 하나도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수연산방의 차와 한식 다과들은 맛있고, 일하시는 분들은 차분하고 분위기 있으십니다. 그러나 밀어닥치는 관광객들에게는 어찌 하지 못하셨습니다. 단체 관광객 가이드가 와서 "20명 자리 있어요? 저희 이미 관광버스도 멀리 주차해 놨단 말이에요. 당장 자리 없으면 그냥 기다릴게요." 라고 하며, 수연산방 마당에서 20여명의 단체 관광객들이 서서 돌아다니니 도떼기 시장 같았습니다.

수연산방에 야외 테이블도 있는데, 손님이 있거나 말거나 테이블에 남은 의자가 있으면 쓱 땡겨다가 옆에 앉아 있거나, 사진을 찍었습니다. 갑자기 낯선 사람이 와서 테이블의 의자만 방향 돌려서 옆에 앉아 있으니 몹시 불편했어요.


수연산방 직원분들은 기다리는 분들께 구수한 물(차)도 대접하고, 잠시 한 쪽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통제는 안 되었습니다....


4 년 전 : 수연산방, 한옥 고택에서 즐기는 성북동 최고의 데이트 코스

최근 : 수연산방, 운치있던 곳이 이제는 도떼기 시장


정말로 슬펐어요. 수연산방이 단체관광객이 찍고 가는 코스가 되어서... ㅠㅠ



손님 기다리거나 말거나, 원조 춘천 닭갈비집 : 원조 춘천 닭불고기

예전에 춘천에 가서 원조 춘천 닭불고기집에 가서 정말 맛있게 먹고 왔거든요. 남양주에 이사 왔으니, 집 앞에서 전철타고 춘천에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전철타고 춘천가서 닭불고기 먹고싶다' 였습니다.

몇 달 전, 그 꿈을 이루었어요. 여전히 손님이 많아 일찌감치 같으나 줄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줄이 길었던 것은 식탁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귀찮아서 손님이 나가도 다음 손님을 안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땡볕에서 한참 기다려서 안에 들어갔더니 테이블이 군데 군데 비어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몇 팀이나 더 받아? 둘만?"

"...." (대답 안함)

(물어본 아줌마도 신경 안씀)


한 10분 딴 짓 하시며 그냥 있습니다. 그러다 한 두 팀 들어오라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 귀찮음이 역력히 느껴져서인지 식당 안 분위기는 숨막히게 고요했습니다. 바깥에서 줄 서있을 때는 재잘재잘 이 맛집에 대한 자신들만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신났던 사람들인데, 안에 들어와서는 드문 드문 앉혀져서 빨리 주문하고 빨리 먹어야 되는 눈치에 조용히 고기 구워먹고 광속으로 나갑니다. 보통 고기집에서 나오기 힘든 30분 회전율이 나오고 있었어요. 아, 손님이 눈치보며 30분만에 후다닥 먹고 나간다해도 다음 손님을 안 받으시니 회전율은 아니네요. 아무튼 30분에서 한 시간 기다려서 안에 들어간 뒤에 30분 만에 닭불고기를 후다닥 구워먹고 나옵니다.


4년 전 : 진짜 원조 춘천 닭갈비 맛집

최근 : 춘천 닭갈비 원조집, 초심잃은 유명 맛집

아주 좋은, 맛있는 집으로 기억에 남아 있던 집이라 속상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춘천가도 이 집 안 갈거에요.



동네 커피만도 못한 한국 최초의 로스팅 카페

춘천에 가서 원조 춘천 닭불고기집에 실망한 뒤에 춘천의 명소 에디오파이 벳에 갔습니다. 한국 최초의 로스팅카페로 유명한 곳 입니다. 지난 번에 갔을 때는 원조 이디오피아벳과 새로 생긴 곳을 헷갈려서 원조 이디오피아벳 커피를 못 마셨기 때문에 기대가 컸어요.



우선 핸드드립커피 가격은 놀라웠습니다. 하라르 12,000원, 시다모 만원이고, 드립커피 종류는 딱 세 종류였습니다. 저는 더 많은 종류를 기대했는데, 손님이 많으니 세 가지만 정해놓고 빨리 파는 듯 했습니다. 이 곳에 대해 후기를 읽었을 때는 테이블에서 바로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가 일품이라는 평을 많이 봤는데, 이제는 흔한 커피 체인점처럼 진동벨을 주고, 진동벨 울리면 공장에서 뽑듯 계속 바리스타가 내리고 있는 커피를 받아옵니다.


첫번쨰로 놀란 것은, 수많은 손님, 계속 핸드드립커피를 내리고 있지만 커피향이 그다지 안 납니다. 가게 내부에서 커피향이 진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 커피에 코를 박고 킁킁거려도 향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껏 제가 경험한 로스팅카페는 우선 카페 들어서면 커피향이 진동을 하고, 커피를 딱 받는 순간 향에 취하곤 했습니다. 커피를 잘 몰라도 향은 좋았어요. 이 곳 커피는 아니었습니다.


다음으로 놀란 것은 쓰기만 한 맛이었습니다. 핸드드립커피 좋아했던 이유가 유리알처럼 넘어가는 질감이 좋았거든요. 풍부한 맛도 좋고요. 여기 커피는 그냥 에스프레소로 찍 내린 별 맛 없이 쓰기만한 커피 같았어요.


4년전 : 한국 원조 로스팅 카페, 춘천 이디오피아 집 vs 더 클래식 이디오피아

최근 :  실망스러운 원조 로스팅카페 핸드드립커피


참 속상했어요. ㅠㅠ



예전에 느꼈던 맛, 기분을 추억하며 다시 찾았다가, 속상한 마음만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다시 찾아도 실망하지 않게 해주는 것, 유명해지고 손님들이 몰아닥쳐도 처음의 맛과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