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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대피 가방 꾸리기: 4인 가족 및 1인 재난 구호 물품 & 평소 비상식량 준비 요령

라라윈 2016. 9. 20. 01:11

라라윈 재난 대비 : 경주 지진 피해 상황 및 지진발생시 대피요령, 지진 대피 가방 꾸리기

어제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안와 새벽까지 말똥말똥했더니 몹시 피곤했습니다. 영혼은 집에 둔 채 혼자 출근했던 몸도 집에 데려와 청소하고 일찍 쉴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흔들. 집이 울립니다. 뭐지? 설마 또 지진인가, 싶어 부리나케 기상청에 들어가보니 방금 경주에서 진도 4.5 지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진도 4.5인데 서울에서도 느껴진다는 것도 무섭고, 제가 지진이라고 하자 오늘 낮에도 흔들림이 느껴졌다는 사람도 있어 더 무서워졌습니다. 지난 9월 12일에도 서울 사람들은 이제 멈췄다고 안심할 때, 진앙지 근처인 경주, 포항, 울산에 계신 분들은 여진이 100여회 이상 계속 되었다고 합니다. 그 날 갑자기 어디서 공감의식이 샘솟았는지 새벽까지 경주 인근의 지진 소식을 지켜보고 피해상황을 세세히 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주의 일인 것 같지만 곧 제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9월12일 경주 5.8 지진 피해 상황

지난 화요일 경주, 포항, 김해 일대의 지진 피해 상황 사진들 입니다. 지진대피요령(링크) 알아두면서 "진도 5.0~5.9 정도면 모든 사람이 느끼고,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고 회벽의 일부가 떨어질 수 있다" 라고 책으로 읽은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피해는 훨씬 커보였습니다.



사진을 보면서도 눈을 의심했습니다. 뜬금없이 저 벽돌은 어디서 쏟아져 내린걸까요? 위의 경주 동국대 병원 (상단좌측) 포항공대 기숙사 (하단우측) 사진을 보면 어디서 쏟아진 것인지 모를 벽돌이 무너져 있습니다. 홈플러스, 편의점의 상품은 전부 쏟아져 내려왔고, 아파트 복도, 사무실 내부 판때기들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보도블럭, 도로도 금이 간 곳들이 보입니다. 이중 무서웠던 것은 아파트 화장실 지진 피해 사진이었습니다.



벽면에 고정되어 있었을 거울이 떨어져 깨져있고, 타일들도 떨어져서 깨져 있습니다. 이 사진에 흠칫했던 이유는 지난 번에 한국 지진대피요령에 대해서 "한국은 콘크리트 건물이라 지진 재난 발생시 책상 밑으로 숨어도 안전하지 않다. 차라리 화장실로 숨으면 그나마 화장실 골조가 튼튼하며 물이 있어 구조될때까지 버틸 수 있다." 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런데 진도 5 정도의 지진에 화장실 거울과 타일이 떨어질 정도면 화장실이 과연 안전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자, 화장실로 뛰어들되, 머리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화장실로 피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화장실 타일, 벽돌로 쌓은 벽 같은 것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저는 한 번 흔들림을 느낀 뒤로 놀란 가슴이 가라앉지 않았을 뿐 더 이상의 지진은 못 느꼈는데, 당시 경주에서는 밤새도록 여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근에 살고 계신 분들 뿐 아니라,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갔다가 지진을 겪은 분들도 정말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공포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뉴스의 지역 편파성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밤새도록 지진 여파가 있었다면, 계속 속보로 때렸을텐데, 경주에서는 잠도 못자고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서울 일이 아니라며 태연히 정규방송을 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지진 강도가 더 세지면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 되었는데 대만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만에서 진도 6.4 지진 발생했을 때 아파트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원인은 아파트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하는데, 대만도 지진이 잦아서 누적된 피로도로 인해 이렇게 되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말로는 내진설계를 진도 6 정도까지 하기 때문에 진도 6이 넘어가면 속수무책이어서 아파트가 쓰러진 것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30여년 넘게 지진은 이웃나라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갑자기 우리나라 일이 되니 곳곳에서 지진 전문가가 나타나며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지진에 대해 뭘 알아야 정보를 걸러 듣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무섭기만 하니 뭐가 맞는 말인지 거를 수도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경주에서 지진이 나도 서울까지 울린다는 것 (오늘 보면 진도 4.5여도 서울이 울립니다), 진도 5.0 넘어가면 금이 가고 벽돌이 떨어진다는 것 입니다. 이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멘붕이 옵니다.



극과극 지진 대피 방법, "가만히 있어라" vs "대피 + 지진 대피 가방까지"

이번 지진에 저처럼 멘붕이 와서 인터넷만 뒤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세월호 때처럼 "가만히 있어라" 라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가 잊혀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야자를 강요하며 못 움직이게 한 학교들이 많아 충격이었습니다.



세월호 재연처럼, 1차 지진이 오자마자 교장교감선생님은 귀가하고 애들만 남겨놓은 학교 이야기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벌점이나 선생님 지시 무시하고, 집에 귀가했다는 학생도 있었고, 다음날 시말서 쓰고 까이면서도 아이들 대피시킨 선생님도 계셨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전부 나와서 대피한 기숙사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이때 인터넷에서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귀가시키면 더 위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잠깐 있었으나, 한국의 학교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이 10% 될까말까 하기 때문에 교실에 있으면 위험하고 재빨리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 지진만 나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다운되어 있습니다. 정말 각자도생해야 되는 분위기라 갑갑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고구마 먹다 목이 메이는 듯한 상황에서 상큼한 열무김치같은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안동의 한 학교는 지진 발생하자마자 운동장으로 대피하여 있다가 집에 귀가했다고 합니다. 한 초등학생은 어른들보다 침착하게 지난 대피 가방을 꾸렸다고 합니다.


출처: 초6 딸 지진 났을 때 대처법


초등학교 6학년이 침착하게 가스 잠그고 현관문 열어둔 다음에 야무지게 비상약, 담요, 라면, 물티슈, 배터리 같은 것을 챙겨서 대피를 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학교는 변한게 없다고 욕하고 있었는데, 어떤 학교들은 철저하게 지진 재난 대피요령을 가르치고 실습도 시켰나 봅니다. 제가 지진대피요령, 재난 대비 방법 같은 것에 너무나 무지하다보니, 학교에서 그런거 안 가르친다고, 다른 사람들도 모를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지진났을때 대피요령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제가 지진났을때 대피가방을 뭘 싸야 될지 멘붕이라는 거지요...



지진 대피 가방 꾸리기, 생존배낭에 꼭 들어가야 되는 재난 구호 물품은?

만약 다시금 지진이 온다면, 저는 멘붕이 와서 어버버 거리다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착하게 짐 꾸려서 대피를 해야 될텐데, 뭘 가지고 나가야 될지도 머리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하는 폭풍 검색을 하여 대피가방에 꼭 들어가야 되는 재난 구호물품 목록 정리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슬로워크님 생존배낭 물품 목록

출처: 슬로워크: 당신이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 생존가방


보기 좋은 인포그래픽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슬로워크님의 재난 대비 가방 물품은 다소 어려웠습니다. 전문 산악인 또는 캠핑인들이 가지고 계실법한 느낌이었고, 저는 대부분 다 구입해야 되는 것들이라 이건 따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좀 더 간단하고 실용적인 거 없을까 궁리하던 중,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극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책에서 재난 구호 용품을 현관 옆에 마련해 두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제목처럼 어지간한 것은 다 버리고 없는 분이라서, 구호용품도 상당히 간단했던 기억이 나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미니멀리스트 지진대비가방 

출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유루리 마이 블로그


좌측이 옛날 버전의 지진 대비 가방이고, 우측이 최근의 지진 대비 가방이라고 합니다. 안전모를 식구 수 만큼 준비해 둔 것, 잠금장치 있는 트렁크를 준비해 둔 것은 똑같은데, 좌측에 있던 비상식량함을 없앤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고양이 이동장 3개가 늘고, 차를 이용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한 수레가 생겼습니다. (지진 발생시 차에 잠시 피하는 것은 괜찮지만 차를 타고 어디로 가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지진대비 용품에는 휴대용 가스렌지, 부탄가스, 라디오, 손전등, 우의, 세면도구, 비상식량, 물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상식량이나 배터리 등을 여기에 두게 되면, 유통기한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유통기한이 다 된 비상식량 처리도 곤란해서 지금은 식품 구입할 때 비상식량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은 조금 더 채워두는 롤링스톡 방식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한켠에 비상식량으로도 쓸 수 있는 물, 분유 등을 조금 넉넉히 비축해 두는 것으로 재난 대비를 한다고 합니다. 별도로 재난 구호 용품이라고 해서 물, 라면, 분유, 에너지바 등을 가방에 넣어두면 깜빡하고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음식이 상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것도 일본인들의 지진 대피 요령이겠죠.


정리하자면, 유루리 마이 방식은 안전모 (식구 수 만큼), 고양이 이동장 (고양이 키우시므로), 수레를 문 옆 창고에 넣어두고, 지진 대비 상자에 라디오, 가스버너, 손전등, 우의 등의 썩지 않는 것을 넣어두고, 비상식량은 평소 먹는 것을 조금 넉넉히 구비하고 있다가 들고 나가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분의 경우 4인 가족 (할머니, 남편, 본인, 아이)와 고양이 3마리를 기준으로 준비한 것이라 1인 대피가방은 아닙니다. 저 혼자 들고 나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 같아, 좀 더 줄일 수 있는지 일본 지진 대피 안내 책자를 보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도쿄방재 추천 지진대비가방 물품 목록

▶︎ 도쿄방재 재난 대피 안내 책자 한국어판 http://www.metro.tokyo.jp/KOREAN/GUIDE/BOSAI/



가장 기본적인 생존 물품은 물, 간이 화장실 (일본은 간이 화장실 비닐로 된것을 구호물품으로 판매하는 듯 합니다), 충전식 라디오, 가스버너, 가스, 손전등, 비상약, 비닐봉투, 식품 포장용 랩 등이라고 합니다.

생활용품으로 생리용품, 지병약, 상비약, 구급약, 티슈, 화장지, 물티슈, 쓰레기봉투, 대형 비닐봉투, 라이터, 손난로(핫팩), 위생장갑, 손전등, 라디오, 휴대폰 배터리 등을 챙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식품은 물, 레토르트 식품, 햇반, 통조림 반찬, 통조림 과일, 야채주스, 초코바, 가열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치즈 같은 것, 영양보조식품, 간장, 소금 등이 적혀 있습니다. 간이 화장실 빼고는 집에 있는 생활용품들이라 챙기기가 쉽습니다.



특히 놀랐던 것은 노인, 유아, 여성, 남성에 따라 필요한 물품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보청기용 배터리, 틀니 세정제나 생리대를 챙겨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도쿄방재에 나와 있는 재난 대비 물품은 평소 생활할 때 쓰는 것을 조금 더 구비해 두는 방식이라, 당장 지진대피가방을 꾸릴 수도 있고, 따로 돈을 들여서 구호 물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상용 반출가방은 하나 싸 둘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손전등, 담요, 식품, 젖병, 휴대용 라디오, 건전지, 라면, 현금, 헬멧, 라이터, 통조림따개 (만능칼 하나 있으면 될듯합니다), 구급함, 방재두건, 양초, 적금통장, 면장갑, 물, 의류, 인감 등 아주 깨알같이 꼼꼼하게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두면 좋은 소중한 물건으로 가족사진, 면허증, 연금수첩, 주민등록증/여권 등도 한 곳에 두었다가 바로 들고 나가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적혀 있는 것들이 아주 깨알같으면서도 대부분 집에 있는 것들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선은 제가 지진 대피 가방에 뭘 싸야 될지 너무 백지 상태라 참고를 해서 준비했는데,  "각자에게 소중하고 꼭 필요한 물건은 다르니, 잘 생각하여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라는 이야기를 보니 우선은 시키는대로 꾸려보고 생각하면서 하나 둘 제게 필요한대로 바꿔나가면 될 듯 합니다.


유루리 마이 지진 대비 가방이나, 도쿄 방재 지진 대피 가방에 꾸릴 목록을 보면 별도로 쇼핑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으나.... 지진대피가방에도 장비병이 찾아오면서 몇 가지 사고 싶은 것들이 생겼습니다.


- 안전모 (왠지 자전거 헬맷보다 튼튼할 것 같아서..)

- 구조 담요 (금박, 은박으로 된 담요가 생존에 도움이 된다길래, 게다가 검색해보니 2천원 밖에 안 하길래...)

- 휴대용 라디오 (작은거 하나 사고 싶어집니다)

- 휴대용 정수기 (더러운 물, 흙탕물도 정수해 준다는 빨대가 있어서..)

- 대용량 캠핑 배터리 (1만mAh짜리 보조 배터리로는 얼마 못 버틸거 같아서 노트북, 휴대폰을 여러차례 충전할 수 있는것이 사고싶어졌어요)


이제 지진대피가방에 뭘 싸면 되는지와 재난 구호 물품으로 사고 싶은 것들의 목록은 다 추렸으니... 주말쯤 대피가방 하나 꾸려놔야겠습니다.



- 1년만에 마련한 재난가방 준비물

- 지진 대피 방법, 꼭 알아두어야할 지진 해일 비상시 행동요령

 - 내 위치 위도경도 포함된 긴급 구조 요청 문자 보내는 법 - 갤럭시s5 안전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