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남양주 살이
라라윈 생각거리 : 남양주 살기 1년 반 풍경
남양주에 산 지도 일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1. 하늘이 예쁘다
남양주에 이사 와서는 하늘에 반한 날이 많아요. 하늘 빛이 너무 예뻐서, 구름이 너무 예뻐서 감탄해요. (종종 길에서 차 세우고 하늘 찍는 분도 봐요..)
2. 마트에 우유사러 가는 길의 흔한 풍경
남양주의 흔한 슈퍼가는 길 이에요. 예전에도 집에서 마트나 시장까지 1km 남짓이었고, 여기도 거리는 7~800m 가면 마트가 있는데, 가는 풍경이 많이 달라요.
3. 폐지 줍는 노인이 없다
꽂아 놓기 무섭게 폐지 주우시는 노인분들께서 수거해 가셔서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던 교차로, 벼룩시장이 있습니다. 집앞에 폐지와 고물 내 놔도 가져가는 분이 없어, 전문 수거 업체에서 가져갑니다.
폐지 주우러 다니시기 보다, 텃밭을 가꾸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으신 듯 합니다.
4. 낯선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곳곳에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이 '농작물 재배 금지' '경작 금지'에요. 여긴 사유지니 작물 키우지 마세요. 여긴 코레일 땅이에요. 이런 안내판 들을 수시로 볼 수 있어요.
올해는 장수말벌 또는 말벌을 발견하면 연락하라는 표지판도 있었어요. '쓰레기 투기 금지' '주차 금지' 이런 표지판만 보다가 농작물 재배 금지, 장수 말벌 발견시 연락바람 이런 것을 보니 새로워요.
5. 신호 없어도 차들이 잘 다닌다.
여기는 신호등이 있어도 대체로 점멸등입니다. 그냥 알아서 다녀요. 건너는 사람도 눈치껏, 차도 눈치껏.
언젠가 로터리 교차로 신호등이 고장나서 며칠간 빨간등과 파란등이 같이 켜져 있었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요.
6. 식물의 일생을 지켜본다.
제가 살고 있는 남양주 근처는 논은 없고 밭만 있어요. 밭에 이것저것 심으시는데 1년 동안 식물들 씨 뿌리고, 싹이 나고, 자라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어른들처럼 "이야, ㅇㅇ이 잘 자랐네" 같은 감탄을 하고 싶은데, 저는 동식물 까막눈이라 열매가 열릴 때까지 뭔지 몰라요. 가지가 열려야 가지였구나, 고추가 열려야 고추였구나 이래요. 그래서 열매가 열리기 전까지 오랫동안 굉장히 궁금해요. 저게 뭔데 저렇게 잘 자라는지.
하지만 사람이 없기에 여쭤볼 수도 없어서, 지나면서 보다가 열매가 열려서 드디어 호기심이 해결될 때 굉장히 기뻤어요. (가끔은 열매가 열려도 뭔지 모름)
배추가 꽃같이 피는 것, 무가 자라면서 땅 위로 올라와서 윗부분만 파랗게 되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식물 뿐 아니라 꽃도 못 알아보는 것은 똑같아요. 예쁜 꽃이 참 많은데 이름을 몰라요. 다행히 꽃은 꽃 사진을 찍으면 꽃이름 알려주는 어플이 있어서 무슨 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백일홍이 피고 열매 맺는 과정도 지켜보며 신기했어요.
7. 사계절이 느껴진다
봄이 되면 아기자기한 꽃들이 피고, 연두잎이 돋고, 경춘선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심은 (아직은 비리비리한)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초록이 가득하고요.
가을이 되면 잎사귀들이 떨어지고, 대추, 밤 같은 것이 떨어져 있을 때도 있고, 산에 단풍이 듭니다.
겨울이 되면 눈이 와서 새하얗게 덮고요. (- 지난 해 남양주 눈오는날)
아직 자연에는 사계절이 남아 있었어요. 체감온도는 봄 여어어어어어어름 가을 겨어어어어어어울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