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심리/연애질에 관한 고찰

데이트할때 자기 먹고 싶은것만 주문하는 여친

라라윈 2019. 5. 30. 21:30

데이트 독단적 메뉴 선택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주문을 하면 즉시 구워주는 곳이 아니라, 식당 입구 석쇠에 이미 생선을 구워 놓고, 그 냄새로 사람을 홀리는 집이었습니다.



먹는 중에 커플이 들어왔어요.


남: 맛있겠다. 뭐 먹을까?

여: 그러게, 뭐 먹지

남: 여긴 생선구이 맛집이니까, 생선구이 먹을까? 뭐가 좋을까.

여: 뭐 먹고 싶은지 골라봐.


(각자 메뉴판을 보더니)


여: 이모, 여기 오징어 볶음 두 개 주세요.


남: ????? (여자가 남자에게 묻지 않고 제멋대로 오징어 2인분 시킨 상황)


식당이 조용하다보니 다 들렸는데, 뭐 먹을까 하고 남자가 메뉴 고르고 있는 중이었는데 여자가 자기 먹고싶은대로 오징어를 주문해 버리는 것을 보고 저도 조콤 당황했습니다. 보통은 "나는 오징어 볶음 먹을래. 자긴 뭐 먹을래?" 이런 대화가 오가야 정상인 것 같은데... 저 커플 독특하다 싶었어요. 남자가 말이 없길래 원래 저런 커플인가보다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좀 짜증이 났나 봅니다.


남: 생선구이 집에 왔는데 왜 오징어를 시킨거야?

여: (대꾸 안하고 물 따름)


제가 보기에는 오징어가 포인트가 아니라, 같이 식사하는데 묻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메뉴 주문을 한 것부터가 문제인 것 같은데 남자는 조곤조곤 따져 들어 갔습니다.


남: 오징어 볶음은 2인분을 시켜야 되는거야?

여: 몰라.


메뉴판에 오징어 볶음은 1인분 가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미 남자도 확인한 듯 했으나, 이모에게 물으며 한 번 더 확인사살을 했습니다.


남: 이모, 오징어 볶음이 2인 이상 주문해야 되는거에요? 

아줌마 : 아니요. 오징어 하나도 주문 돼요


남: 아니 대체 왜 오징어 2인분을 시킨거야? 생선구이집에 와서. 생선구이에는 밥이 안 나와? 이모 생선구이 주문하면 밥이 안 나와요?

아줌마 : 아니오. 생선구이에도 밥 나와요.


남자는 조곤조곤 여자를 나무라고는 결국 제가 다 먹고 나올 무렵, 생선구이를 추가 주문했습니다.



남자도 주문 잘 하는 시대

수 년 전에는 남자분들 중에 복잡한 주문을 여자친구에게 맡기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커피숍에 가거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에 가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니가 알아서 시켜." 라면서 메뉴판을 건네 주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분위기는 복잡한 외국어의 메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남자답지 않은 것으로 비춰졌던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은 남자들도 주문 잘 합니다. 남자가 "에디오피아 모카 시다모 한 잔 주세요." 라거나 "엔초비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주세요."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예전의 파스타집은 데이트 하러 오는 커플 아니면 여자들만 오던 곳이라 남자 둘이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것이 초큼 이상했는데, 요즘은 점심 시간에 남자 직장인들끼리 오는 이들도 흔합니다. 과거의 데이트 메뉴 또는 여성들의 전유물 같던 메뉴들도 남녀 가릴 것 없이 잘 먹는 메뉴가 되었고요. 한 마디로 세상이 바뀌었고, 남자는 이런 곳이 익숙치 않을테니 여자가 메뉴를 골라줘야 하는 그런 시기가 아닙니다. 남자도 메뉴 잘 골라요.

남자가 메뉴판 보고 있는데 여자가 묻지도 않고 오징어 볶음 시켜도 괜찮은 세상은 지나간 것 같습니다...



나눠먹자는 핑계로 독단적 주문

메뉴판 보고 있을 때 주문하는 경우보다는 나으나, 데이트 할 때 나눠 먹자는 핑계로 자기 먹고 싶은 것만 주문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럼 우리 이거랑 이거 시켜서 나눠 먹을까?" 라고 하면, 상대를 배려하면서 센스있게 들리지만, 실상은 그냥 지 혼자 먹고 싶은 것을 다 고르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해요.


A: "난 봉골레 파스타 먹을래. 넌?"

B: "음, 그래, 그럼 피자는 고르곤 졸라 먹을까?"

A: "그래."

B: "피자를 고르곤졸라를 시켰으니까 파스타는 매콤한게 낫지 않겠어?"

A: "그럼 매콤한 것도 하나 시켜."

B: "아니. 그럼 너무 많을거 같고. 피자 하나랑 파스타 하나 시키는게 나을거 같은데." "여기요. 고르곤졸라 피자 하나랑 매콤 볼로네즈 파스타 하나 주세요."

A: ???


이런 느낌입니다. 애초에 먹고 싶은 것은 정해져 있었고, 형식적 질문 후에 한 명이 먹고 싶은대로 다 주문하는겁니다. 매우 강하게 자기 먹고 싶은 것을 주장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쉽게 반복됩니다.


A: "난 비빔냉면."

B: "음, 비빔도 먹고 싶고 물도 먹고 싶고."

A: "난 비빔냉면 먹을거니까 넌 너 먹고 싶은 거 시켜."

B: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자."

A: "난 한 그릇 그냥 먹을거니까 넌 너 먹고 싶은거 시키라고."


이 정도로 이야기를 해야, 나눠먹자는 핑계로 혼자 주문하는 것을 자제시킬 수 있어요... (물론 분명하게 말해도 제 멋대로 자기 먹고 싶은것만 주문하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


나눠먹는 것은 여러 가지를 맛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나, 때때로 불편한 식사가 됩니다. 각자 자기 음식을 하나씩 먹으면 편하게 다 먹으면 되는데, 나눠 먹기로 하면 상대방 먹는 것을 신경 써가면서 먹어야 하니까요. 특히 데이트 상황에서는 양의 차이 때문에도 피곤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혼자 곱배기 한 그릇 먹어야 되는데, 여자친구가 비냉 하나 물냉 하나 시켜서 나눠 먹자고 하면, 여자친구가 얼마나 먹을 지 몰라서 여자친구가 양껏 먹기를 기다렸다가 배부르다고 젓가락 내려 놓으면 그제서야 먹기도 합니다. 원하는 대로 물냉과 비냉을 다 먹은 여자친구는 즐거웠을지 몰라도, 남자친구에게는 짜증나는 데이트 식사죠.


데이트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먹는 것인데, 음식 주문할 때마다 자기 먹고 싶은 것만 시키고, 의견을 듣는 척하면서 혼자 다 결정해서 독단적으로 메뉴 주문을 하면 차곡차곡 짜증이 적립될 수 있어요. 상대방이 말없이 잘 맞춰준다고 해서 정말로 취향도 식욕도 없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냥 제발 각자 먹고 싶은 거 시키세요.... 자기 먹고 싶은거 강요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