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철학/생각거리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20년째 붙어있는 현수막의 진실

라라윈 2018. 1. 13. 07:00

라라윈 생각거리 : 송혜희 실종, 아직도 찾고 계신 아버님 현황

알라딘에서 문유석 판사의 <전국의 개인주의자들에게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주어 냉큼 받아서 읽었습니다. 부장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칼럼으로 엄청난 공감을 얻으셨는데, 글들이 참 찰지게 착착 와 닿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 길에, 오랜 만에 그 분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가볍고 술술 재미나게 잘 읽히거든요. 책을 다시 읽다가....



"한남대교를 지날때마다 십 년 넘도록 마주치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라는 현수막은 여전히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그 현수막을16년째 아버지가 새 것으로 바꿔 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라는 구절에서 먹먹했습니다. 한남대교 뿐 아니라, 바로 지난 달 남산 아래에서, 장충동에서, 종로2가에서도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달라는 현수막을 봤거든요. 참 대단한 아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년 넘게 현수막을 달만큼 부자라고 생각하고, 끝이었습니다.

이북리더기를 가방에 넣으며 송혜희에 대한 생각도 잊은 채, 청량리역 개찰구를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실종된 사람들 찾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고,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도와주세요"라며 전단지를 쑥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굳어버렸습니다.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소름이 돋았습니다. 조금 전 책에서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현수막 이야기를 읽고 먹먹했어도 거기서 끝이었고, 열차에서 내리며 롯데마트가서 커피 살 생각에 들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손에 이 전단지가 있다니...

평소라면 받지도 않거나, 무심히 쓰레기통에 넣었을 터이나, 그냥 쓰레기통에 넣을 수 없어 앞 뒷면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심장이라도 팔아 보답하겠다는 아버지 말씀이 절절합니다.

이제서야 관심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죄송한 이야기이나, 저는 20여년 가까이 송혜희 현수막 사진을 보며 좀 모자란 아이를 찾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가 집을 잃어 부모가 찾는 줄 알았죠. 오랜 시간 현수막을 보며 '지금쯤이면 죽었을 수도 있는데 포기 하시지' 같은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일이 아니니까요.



실종된 송혜희가 누구길래

실종된 송혜희 사건의 전모는 나무위키를 읽으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 송혜희 실종 사건)


길에서 흐릿하게 빛바랜 현수막 사진을 보면서, 쪼금 모자란 따님이 집을 못 찾아와서 실종이 된 줄 알았습니다. 저의 무심한 추측과 달리, 송혜희 양은 전교 1~2등을 하던 똑부러진 소녀로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다고 합니다. 전교 1~2등의 성적 뿐 아니라, 교우 관계도 좋아 실종된 당일에 3학년 반 배정받고 남자친구와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늘 서울에서 현수막을 봐서 서울에서 잃어버려 어느 섬에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실종 지역은 평택의 시골마을이라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사람도 없고 논밭만 있는 휑한 곳이라고 합니다.


서울여자인 제 입장에서는 '살인의 추억에 나올법한 그런 곳이면 애가 온다고 할 때 데리러 나가야지, 왜 그냥 둬?' 라고 생각했다가, 정서 차이를 느꼈습니다. 남양주에 와 보니 여기도 사람이 없어요. 애들이 혼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거나 버스 타고 내려서 오는데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서인지 서울처럼 부모님들이 픽업하시지 않았습니다. 되레 서울은 '사람'이 무서우니 조심하는데 이곳은 사람이 없으니 덜 조심하는 느낌이랄까요. 더욱이 전교 1~2등 하고 성격이 밝고 똑부러진 딸래미가 늘 타고 오던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걱정을 하시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종된 송혜희 다른 사진

설령 제게 약간의 눈썰미가 있다 한들, 현수막의 흐릿한 사진을 보고는 알아볼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을 인지하는 것은 이목구비 뿐 아니라 표정 특징도 있는데 현수막 사진을 봐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딸만 찾아준다면 심장을 팔아서라도 보답하겠다고, 20여년 가까이 찾고 계신 아버님

어머님은 결국 못 견디시고 농약으로 숨을 끊으셨고, 아버님도 뒤따라 가고 싶었지만 아내가 가면서도 딸 좀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남아 있는 큰 딸 때문에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저는 거의 20년째 현수막을 걸고 전단지를 뿌리셔서 굉장한 자산가 이신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합니다. 딸을 찾느라 이미 재산은 다 없어져 신용불량자가 되셨고 국가에서 주는 기초생활자금 60만원 중 40만원으로 현수막을 바꿔 걸고 전단지를 만들고 계신다고 합니다. 제가 받은 전단지를 보니, 아버님을 도와 함께 전단지를 만들고 돕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송혜희양 실종자가족 후원계좌  농협 205030-56-194211 송길용 

출처 : 브레이크 뉴스(링크)에서 보았는데 이 계좌가 맞는지 교차 확인을 하진 못했습니다.



작은 도움 방법

네티즌 특공대라 할 정도로, 작은 단서로도 엄청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자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 분들께서 나서주신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봅니다. 저는 사진보고 사람을 척 알아볼 정도로 눈썰미가 좋지 않지만 눈썰미가 좋은 분들도 계시잖아요...



인스타그램 태그에 #실종된송혜희좀찾아주세요 는 제가 올린 하나 밖에 없습니다. #송혜희 #송혜희양을 포함해도 20건이 채 안 됩니다. 페이스북에도 딱 2건 나왔어요. #실종된송혜희좀찾아주세요 로 사진 공유라도 해드리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이 20여년 가까이 현수막을 바꿔 달면서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라고 외치시는 것은, 정말로 딸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보다도 아버님 마저 찾지 않으면 정말로 송혜희 양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까봐 두렵기 때문이시라고 합니다. 공유를 하는 것으로 따님 찾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송혜희라는 사람이 존재하게 한다는 의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실종된송혜희좀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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