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땐 꿈많은 어린이였다는 착각, 그 때도 꿈은 없었다
삶의 주인의식, 어릴적 꿈이란...
오대체 난 뭐가 하고 싶은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문득 ‘어릴 땐 나도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는 꿈많은 어린이였거든요.
잠깐,
정말로 어릴 적에는 꿈이 많았을까요?
그럴리가요.
어릴 때는 지금에 비해 알고 있는 직업의 숫자와 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 및 개수가 현저히 적었습니다.
전 어릴 때 꿈을 물으면 화가나 대학교수를 적었는데, 제가 그림을 잘 그리니까 주위 어른들이 "화가 하면 되겠다"고 하기에 그대로 적은 것 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더니 "그럼 대학교수 하면 좋겠다"고 엄마가 말해서 대학교수라고 적었던 것 뿐이고요.
어린이의 꿈은 그런 식입니다. 어린애가 뭘 좋아하면 어른들은 냉큼 직업과 연관짓습니다. 노래를 잘하면 가수하라 하고, 병원놀이를 좋아하면 의사를 하라고 합니다. 주방놀이 좋아하면 요리연구가나 쉐프가 되라 합니다. 그러면 어린이는 그게 꿈 인줄 알고 “나의 꿈은 ㅇㅇ이에요.” 라고 합니다.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잘 몰랐고,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습니다.
어른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어른들이 아는 직업이라는 것도 자신이나 친구 친척, 주변 사람의 직업 정도를 알 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하며, 자꾸 넌 커서 뭐가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어른들은 꿈을 크게 가질수록 좋다며, 대통령, UN총장 같은 것을 꿈꾸라고 합니다.
그러다 TV에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이 나오면 외과의사로 꿈이 바뀌고, 표창원 의원이나 이수정 교수님이 자주 나오면 범죄심리학자로 꿈이 바뀝니다. 꿈이란 직업 인줄 알고, 새로운 직업을 하나 알게 될 때마다 쉽게 바뀌었던 것 입니다.
어릴 때는 꿈이 많았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직업에 대해 무지하니, 새로운 직업을 하나 알게 되면 '쉽게' 저거 하겠다며 바꾸었던 것 뿐 입니다.
커서도 비슷합니다. 누가 쉽게 돈 많이 번다고 하면 솔깃하고, 어떤 직업이 정년보장도 되고 안정적인 땡보직이라고 하면 흔들립니다. 지금보다 일을 적게 하고 돈은 더 많이 벌며, 명예롭기까지 한 직업이 있다면 언제든 옮겨 갈 마음이 있습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릴 때도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똑같았습니다. 어릴 때는 꿈 많았는데, 크니까 꿈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꿈이 없는 것입니다.
어릴 때나 커서나 한결같이 꿈이 없다는 일관성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일관되기도 힘드니까요.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어릴 때도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랐고 커서도 모르는데, 지금은 적어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