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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민감증, 커피 한잔에 심장 쿵덕쿵덕 불면증 나비효과

라라윈 2018. 8. 24. 00:29

커피 카페인 민감증 증상

피곤한 날이었어요. 오후 무렵부터 피곤한데, 아직 저녁 일정이 남은 상태라 커피 한 모금이 간절했습니다. 커피 끊은지 1년 정도 되어, 웬만하면 커피 안 마시는데 이 날은 뭔가에 홀렸나봐요. 피곤하니 입맛은 없고 배는 더부룩하고 졸려, 머리를 짜낸 것이 에스프레소 한 잔 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이면 소주잔 하나 정도이니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냥 쌩 커피 원액을 마시면 속이 쓰라리고 잠이 안 올테니 생크림 좀 얹어서 에스프레소 꼰빠냐로 한 잔 마시면 딱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때까지는 저 좀 지혜로운 것 같다며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어요.


인심좋은 카페 사장님의 난감한 커피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보니 메뉴판에 에스프레소가 없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생크림 추가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니 OK 하셨습니다. 에스프레소 잔이 없으셔서 인지 아메리카노 잔 절반 정도 되도록 낭낭하게 커피를 담고 생크림을 듬뿍 올려 주셨습니다. 서비스로 시나몬 가루도 낭낭히 뿌려주셨어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지만, 스타벅스 숏 사이즈만큼 많은 커피를 주셨습니다.



사장님께 너무 감사해서 낭낭한 에스프레소 꼰빠냐 한 잔에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마시려고 보니 감사하긴 한데 곤란했습니다.


잔 절반 정도에 생크림으로 덮은 에스프레소가 있다보니 빨아 먹으면 쓴 커피만 나오고, 입대고 마시면 생크림에 막혀 아무 것도 안 나오고 계피가루만 얼굴로 떨어져 눈에 들어갔어요. (우엉 ㅠㅠ 커피를 마시고 싶다!!!)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에서 두루미가 여우에게 병에 식사 담아줬을 때의 심정을 체험했어요.

에스프레소를 괜히 소주잔만한 잔에 담아주는게 아니었어요. 커피가 나오질 않아 목을 제끼고 혀를 낼름대며 스틱으로 긁어 넣었습니다.


제가 상상한 것은..... 쬐그만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우아하고 빠르게 커피 한 모금 달달하게 들이키는 것이었는데....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아메리카노 잔에 담아서 긁어먹으니 전혀 우아하지 않았어요. 우아는 고사하고 커피가 안 나와 커피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모냥 빠지게 커피잔과 씨름을 했지만, 낭낭한 커피 양 만큼 카페인 효과는 빠르고 확실했어요.


눈이 말똥! 정신이 번떡! 기운이 빡!

우어어어어어어어! 정신이 돌아온다!!


카페인 파워로 충전하고 신나서 저녁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빠른 커피 카페인 부작용

눈이 말똥! 정신이 뽝! 돌아올만큼 카페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더니,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누가 제 심장에서 북을 치네요?????



만약 소개팅 자리였으면, 앞의 남자에게 반해서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줄 착각했을거에요. 하지만 어렵고 지루한 얘기 듣는데 심장이 둥둥둥둥둥두욷우두우두두두두둥 거리는 것을 보니, 100% 커피 부작용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심장이 미친듯이 뛰다가 몸 밖으로 나올 것 같았어요. 옆 사람에게 심장뛰는 소리가 들릴 것 같기도 하고요.

6시 무렵 커피를 마셨는데, 10시 무렵 집에 오는데도 심장이 둥둥둥둥 쿵덕쿵덕


집에 돌아와서도 심장이 쿵덕쿵덕 둥둥두둥둥두두두우둥둥

심장이 너무 미친듯이 뛰니까 괴로웠습니다. 속도 덩달아 울렁대는 기분이었어요.


결국 새벽 1시가 되어도 둥둥둥 둠칫둠칫. 발동걸린 심장은 도무지 잠잠해지지가 않았습니다. (망했어요 ㅠㅠ 잠은 다 잤ㅠㅠㅠㅠ)


일반적으로 카페인 효과와 부작용이 사라지는 카페인 반감기는 8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요.

전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카페인에 민감한 경우라, 커피 마시면 잠 못자고 심장 뛰는 사람들의 경우는 카페인 분해 효소가 남들보다 적은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처럼 카페인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8시간이 아니라 12시간, 24시간 정도가 걸릴 수도 있대요.

술 마시고 난 뒤에 누구는 한 시간 자고 일어나면 술이 싹 깨고, 누구는 맥주 한 모금 마셨는데 2박 3일간 골이 띵한 것처럼 카페인도 사람에 따라 분해하는 시간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카페인 민감증 발동 걸렸을 때 대처 방법

커피 마시면 잠 못자고, 커피를 심하게 센 것을 마시면 식도가 타들어가는 기분이 들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저녁에 커피를 마셨는지;;; 사람이 피곤하면 바보짓을 합니다 ㅠㅠ)


초반에는 커피 마시고 잠 안 올 때 대처법을 열심히 찾았어요.

술 깰 때처럼 꿀차도 마셔보고, 물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열심히 들락거려 보기도 하고요. 커피 마시고 잠이 안 올 뿐 심장이 안 뛸 때는 응급처치가 효과가 있는데, 심장이 뛸 정도로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상황에서는 응급처치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럴 땐 포기하는 것이 나았어요.


잠을 포기하고, 멍한 상태에서 하면 좋을 만한 일을 합니다. 이 날은 데이터 분석을 했어요. 단순반복 작업 부분이 남아있었는데, 멍하고 잠 안 올 때 하니까 좋았습니다. 카페인 민감증이 극도로 심할 때는 포기하는 것이 그나마 정신 건강을 지키는 길 입니다. 자야겠다고 스트레스 받으면 카페인 때문에 몸도 괴로운데 마음도 괴로워요.


카페인 민감증 불면의 나비효과

아침 해가 뜨도록 그러고 있다가 잠깐 눈 붙이고 10시 무렵 다시 일어나 일을 했어요. 아침 10시가 되도록 카페인 각성효과가 있는지 일 잘 되었습니다. 다만 잠을 못 잤더니 입맛이 없었습니다. 이 날은 생각보다 버틸만 했습니다. (아직은 하루 쯤 밤새도 버틸 수 있다며 좋아했어요)


다음 날, 전날 불면의 효과 + 잠 못자서 대충 먹은 효과 + 피곤, 무기력, 찌뿌드드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밤 새고 괜찮을리 엄써요)


다다음날, 피곤, 무기력, 찌뿌드드 상태가 지속되며 기력이 떨어지자,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커피 마신 날에는 심장에서 북을 치더니 이번엔 머리와 위에서 북을 칩니다.



결국 GG 치고 누워서 쉬면서, 월요일 아침에 병원 문 열 시간만 기다렸어요.


월요일 아침, 병원 문 열기만 기다렸다가 냉큼 갔습니다. 죽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의사샘은 저와 함께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주셨습니다. (이래서 좋아해요) 저의 식습관, 두통의 주기, 두통이 나타나기 전후의 특이점 등을 함께 따지다 보니, 아침에 두유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으나, 커피를 세게 마시는 경우는 100% 탈이 났습니다. 그런 것을 알면서 왜 마셨냐는 당연한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피곤한데 일은 해야겠고, 못 버티겠으니 카페인 민감증 때문에 고생할 것을 알고도 마신 것이었다는 바보같은 답을 하자, 의사샘은 카페인 민감증이 없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서 커피를 오후에 마시면 잠이 안 오는 증세가 나타나곤 하는데, 애초에 민감한 사람은 더 할 수 있으니 몸에 맞는 음식과 안 맞는 음식을 구분해서 취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다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너무 괴롭다고...


이 의사선생님은 '쉬세요. 스트레스 안 받게 조심하세요' 같은 소리를 안 하시는데,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저처럼 카페인 과다 섭취하면 몸에 무리가 심하게 오는 사람들은 카페인이 필요한 상황 (피곤해도 버티고 일해야 되는 상황)에 뭘 먹어야 하는지 묻자, 보약이라는 답을 해주셨습니다. 몸 자체에 기력을 보충해줘서 버텨야지, 빤짝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없다고요.


그러나, 역시나 보약을 지으라는 이야기는 안 하시고 치료받고 몸관리 잘하라는 말씀만 해주셨습니다.


보약!!

왜 보약을 생각 못했을까 싶었습니다. 작년부터 힘들었는데 작년에 먹을껄...


지나치게 부담을 안 주시는 의사샘은 보약을 권하지도 않으셨어요. 환자가 이렇게 기력이 없고 주기적으로 골골대며 찾아오면 한 번쯤 권하실 만도 하건만...

보약 한 재 지어 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보약 먹을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분을 지어 주신다고 하셔서, 한 달을 보약을 먹으면 기력이 불끈 솟을 것 같았어요. (이미 플라시보 효과 충만)



보약 지어와서 햄복하게 보약 쪽쪽 빨아 먹었더니 급 기운이 나는 것 같습니다.



보약을 먹었더니 힘이 솟구친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서 시작해서 보약으로 끝나는 카페인 민감증의 으마으마한 나비효과 입니다.



- 잠 오는 음료 &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