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는 없지만, 추억은 많은 선물

데보라님 블로그에서 "발렌타인선물 이런것은 싫어요"라는 글을 읽다가 저의 과거 연애사가 떠올랐습니다..

우선은 이 이야기를 하려면 저의 멋없이 말라붙은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참으로 감성적이라는 순수회화전공입니다. 제 베스트 프렌드는 이성이 지배적일 듯한 컴퓨터 공학 전공이었구요.
저희 둘이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며 하는 이야기는 참으로 다릅니다.
 친구(컴공) : 떨어지는 낙엽좀 봐.. 너무 아름답다.. 노오란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저 길에 떨어진 낙엽 소복소복 밟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기분일 것 같아...
 저 (미술) :  저거 치우려면 정말 힘들겠다.
친구는 꽃을 참 좋아했습니다. 저도 꽃을 좋아는 합니다만, 금새 시드는 꽃은 아까운 마음이 듭니다.  
친구(컴공) : 꽃이 너무 아름답다... 꽃선물은 언제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아..
 저  (미술) :  아웅.. 돈 아까워. 몇 일 가지도 않는 걸 왜이리 비싼 돈을 주고 사오는지..
                   이럴거면 화분을 사오던가. 먹을 걸 사오던가..  제일 쓸모없는 선물같아..
물론 어떤 전공이 어떻다 하는 것은  편견에서 비롯된 부분입니다만, 저희 둘은 보통 그렇다 하는 특성과는 반대되는 감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문제는 제가 자연물의 낭만이나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 하는 스타일이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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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저를 처음 만나면서 예전의 남친이 매일 같이 장미를 한 송이씩 사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만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일 사준다는데, 그런 낭만적이어 보이는 남자에게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며 '돈 아까우니 딴거 사와!' 할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울며 겨자먹기 같은 심정으로 매일같이 장미를 선물 받았습니다. 날마다 다른 포장에 예쁜 장미는 참 예뻤지만, 역시 목잘린 꽃답게 며칠이면 시들어서 포장만 화려하게 남았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꽃 선물을 우아하게 즐기는 낭만은 없지만, 무엇이든 잘 모아두는 수집의 취미는 있는 덕분에 시든 장미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었습니다. 만나면서 꽤 오랜기간 동안 그렇게 꽃을 사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정식으로 사귀고, 점차 공동재산 개념이 형성되면서 부터  꽃 선물이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만나고 탐색하는 시기에는 서로 잘보이려고 애쓰지만, 점차 가까워지게 되면서  "니것도 내것, 내것도 니것"이라는 마음에 서로 아끼려는 알뜰한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선물도 둘 다에게 실용적이고 쓸모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남친이  제게 해주었던 선물도 꽃에서  실용적인 용품들로 바뀌었습니다. 저 역시 실용적인 것들을 많이 선물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보니 당시에 참 실용적이긴 했는데, 오랜 기억이 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로 크고 작은 선물들 많이 했는데, 다쓰고 나면 잊어버리는 실용적 필요물품이어서 처음의 말라버린 두 상자 꽃과 같은 추억은 남지 않는 것 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와서 그런 쓸모없는(?) 선물이 그리워졌습니다.
화분은 혼자서도  사는데, 제가 절 위해 꽃다발은 정말 안 사게 됩니다. 후리지아나 소국은 꽂아 두려고  혼자 사본 적이 있는데, 선물용 장미꽃 한송이를 혼자 사서 집에 꽂는 것은 왠지  어색했습니다.

예전의 장미꽃 한송이의  낭만이 그리워지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낭만을 다시 느끼려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과  꽃값의 기회비용을 떨쳐버릴 수 있는 두뇌구조 개편이 필요할텐데...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꽃이 그립다 하고도 꽃다발 만원어치 사다주면,
'저 돈이면 내가 좋아하는 다른 용품 이만큼을 살 수 있는데...'
하는 기회비용 생각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대체 제 낭만은 어디로 출장가서 이런 실용적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인지...
이러면서 낭만 운운하는 모순가득한  저를 어쩌면 좋습니까.

여러분에게 이렇게 쓸모는 없지만 추억은 많은 선물은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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