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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연애세포가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영화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이 본 영화: 500일의 썸머,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

500일의 썸머는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닙니다."라고 광고를 하는데, 딱 봐도 로맨틱 코미디같아 보입니다. 게다가 골든글러브 뮤지컬-코미디의 여러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는데, 그럼 이 영화는 뮤지컬-코미디 이되 로맨틱 코미디는 아닌 연애영화인 걸까요? 
도대체 이 영화의 장르가 뭐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순된 광고때문에 궁금했고, 연애질에 관련된 영화라서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정말로 코미디는 맞지만,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주인공이 500일간 썸머라는 여자를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너무나 공감되었습니다. 피부색과 생김은 다른 외국인이지만, 마치 제 자신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주변의 친한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우선 주인공들의 인물부터 참 정겹습니다. 일상 속 로맨스를 이야기 하면서 늘 주인공들은 평균이상의 외모와 조건에 일반적인 직장인이라고 하면서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던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주인공 남자나 여자 모두 정말 우리 주위의 직장인 같습니다. 무난한 옷차림으로 출근하고, 전체 회식이면 좋든 싫든 가라오케에 집합하고, 술 취해서 노래도 하고, 새로 온 여직원에게 가슴 설레여 하고.... 참 우리네 생활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연애사는 정말 마음 깊숙이 우러나오는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
평범하지만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는 매력있는 상대로 꼽히는 이성에게 관심이 가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면 관심있는 걸까 착각하고, 좀 가까워 진 것 같았는데 멀어지는 것 같으면 어장관리 당한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확실히 연인이 되고 싶지만 그나마 친한 관계마저 깨질까봐 그냥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도 좋다고 하고.....
영화는 보면 볼 수록 내 얘기처럼, 내 친구 얘기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영화의 이런 특징 때문에 호오가 많이 갈리는 듯 합니다.
너무나 공감되는 내용으로 인해서 영화다운 강렬함이 없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잔잔하더라도 세세한 심리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영화 자체로서 편집방식, 영화 음악, 미장센 등을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사랑받을 듯한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잔 재미가 많아서 큭큭 거리게 되는 장면이 많은데, 웃음에 엄격하신 분들은 그런 잔 재미 정도로는 재미있다고 못 느끼기도 하고, 교차편집 되어 오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정신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의 잔 재미나 교차편집 등에 대한 호오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는 사랑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고, 남녀가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에 대해 고민이 많이 남아있는 사람이나 연애세포가 말라 죽어 버린 사람에게 연애세포를 되 살려 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는 것 입니다.


연애 한 번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 좋아서 설레여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주인공들의 연애에 죽었던 세포가 되살아 나는 것 입니다.
여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고 도끼병에 걸려 설려였다가, 금세 풀 죽어 하다가, 그러다가 다시 그녀와 잘 되자 들떠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어설프게 연애하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됩니다. (연애고수님들은 공감이 안 될지도...^^;;) 그리고 뽀샤시한 영상으로 주인공들의 웃는 모습, 행복한 순간 모음집 처럼 좋은 시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처음 손 잡았을 때의 설레임, 사이가 좋을 때 주고 받게 되는 대화들, 누구나 해 봤을 법한 무난한 데이트 (극장가기, 서점 가기 같은..)에서 연애할 때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려 보게 만들어 주면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그러나 연애를 못하고 (안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연애의 시작은 달콤하지만 중간의 권태기가 무서워서, 이별이 두려워서 연애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애의 설레임은 딱 3개월이라 단정 짓기도 하고, 좋을 때는 잠깐이며, 고뇌의 순간은 길다는 겁니다. 영화에서는 연애 초반과 중반의 변화기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연애 초기에는 말도 안되는 장난도 너무 재미있지만, 권태기에 접어들거나 한 쪽이 마음이 식게 되면 리액션이 달라집니다. 반응이 없거나 뚱 합니다. 연애 초기에는 대형마트 가구점에서 자기 집인 것처럼 "우리 집 인테리어 어때?" 하면 "멋진데~" 하던 남녀가 식상해지면서 "우리 집 인테리어 어때?" 하는 질문에 무시해 버리거나, "미쳤어? 매장이 니네 집이야?" 하고 쏘아붙여 버리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 쪽이 변해도 아직 사랑이 더 많이 남은 한 쪽은 속상하면서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마음이 되 돌아 오기만을 바래보고... 그러나 그렇게 이별의 수순은 정해진 일정처럼 진행됩니다.
그러한 이별의 과정에서 더 좋아한 쪽은 더 큰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너무 두려운 사람도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조금은 덤덤하게 내 얘기 같지만, 영화 속 이야기로 한 발짝 떨어져서 그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면서 그러한 두려움을 한 풀 벗게 합니다. 또 다시 사랑해야 겠다는, 운명을 만날거라는 용기도 줍니다.
여름이 가도, 가을은 옵니다. 사랑이 가도, 사랑은 옵니다.


연인끼리 봐도 좋겠지만, 사랑에 아프고 고민많은 솔로나 이제는 고민하다 지쳐 연애 세포가 말라 죽어버린 것 같은 솔로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 이별을 생각할 때 볼만한 영화 The Break-Up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 라라윈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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