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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쓰는 삶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생각거리 : 빌려쓰는 삶

한 켠에 쌓아두었던 패딩들을 껴안고 빨래방에 갔습니다. 6월까지는 밤에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잤는데, 이제 더워서 얇은 이불을 꺼내고 두툼한 이불도 빨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불과 패딩, 양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2번씩 왔다갔다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이불을 가져가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고, 집에 와서 다시 패딩을 들고 가서 세탁기에 집어 넣은 뒤, 의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빨래방에서 한 시간 가량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겠다며 들고간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부피 큰 빨래를 들고 오가는 것이 버거워 책 한 권 더 들고가는 것도 귀찮았습니다. 책도 없고, 멍하니 기다리다 보니 빌려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빌려쓰는 삶


빨래방에서 작은 세탁기 1번 쓰는 것 3500원이고, 큰 세탁기는 5천원입니다. 건조는 4분에 500원씩인데 2~30분 정도 돌려주면 제법 뜨끈뜨끈하게 마릅니다. 큰 빨래를 모아서 한 번에 가져오다보니, 두 통 씩 돌리곤 합니다. 그러면 한 번 올 때 15,000원 정도 쓰는 듯 합니다. 이걸 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3분 가량 해보지만, 단번에 빨래방이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큰 세탁기 가격이 약 5~60만원 정도 될 것 같고, 빨래방처럼 뽀송하게 건조하려면 전기 건조기가 아닌 가스 건조기를 사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약 80만원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그보다 문제는 가스 건조기는 가스 보일러처럼 배관을 빼야 되는 것이라서, 설치가 까다로워보였습니다. 세들어 사는 집에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설치비용도 문제이고, 덩치 큰 물건이 많아질수록 이사할 때 힘들어 집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산다고 끝이 아니라, 쓸 때마다 전기세와 가스비 등이 들어갑니다. 그냥 1년에 3~4만원 들여서 빨래방에 와야겠다는 것으로 금방 결론이 났습니다.

빌려서 쓰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1년에 몇 번 안 쓰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고,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어 홀가분해집니다. 책은 빌려서 읽으면 무료이고, 도서관에 오가며 운동도 되니 좋았습니다. 집, 자동차, 세탁기, 건조기 등은 빌려 쓸 때 돈을 내지만, 소유하고 있을 때 들어가는 세금이나 관리 비용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 입니다.


다만, 빌려쓰는 것은 소유하지 않은 홀가분 함은 있으나, 내 것이 아닌 불편함과 귀찮음은 큽니다.

내 집이 아니니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도 없고, 가구 구입도 망설이게 됩니다. 처음 집에 맞게 가구를 구입했더니, 이사가서는 놓을 곳이 없어 애 먹었습니다. 제 집이라면 이사 갈 생각없이 편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만, 빌려쓰는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빨래도 집에 커다란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면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데, 귀찮습니다. 빨래방의 대형 건조기에 말려도 완전히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것은 아니라서 집에 와서 한 번 더 널어야 되는 것도 귀찮고요.

책도 빌리러 가야되고, 예약이 길면 기다려야 되고, 읽고 다시 반납하러 가야되니 귀찮고요.

렌트카 신경쓰이는거야, 뭐... 제 차야 사고나도 제가 알아서 처리하면 되었지만, 렌트카는 훨씬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렇다고 사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을 때도 많습니다.

책을 사면, 아무 때나 읽을 수 있고, 소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은 한 번 읽은 뒤, 다시 읽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책장에서 '나 이런 책도 읽는다' 또는 '난 이런 책들을 가지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일 뿐 입니다. (이사할 때 책 많으면 정말 힘듭니다)

한복 올림머리할 때 가발 대여는 2만원, 구입은 3만원이길래, 구입을 했는데, 서랍 정리를 하면서 잘한 짓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2년에 한 번 정도 쓸려고 구입을 했고, 계속해서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비용은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차 가지고 있을 때의 편리함과 달리 신경쓰임은 말할 것도 없고요. 주차된 차 걱정도 해야 되고, 주차할 자리 걱정도 해야 되고, 차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나면 수리 받으러 가야 됩니다. 차는 타고 있을 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참 신경쓰이는 소유물 입니다.


작년에 어디선가 보니, 이제 소유가 아니라 공유, 대여하는 시대라는 말을 합니다. 예전에는 빌려쓰고 싶어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았고,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빌리느니 사는 것이 편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는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돈 내고 빌려서 쓸 수 있는 렌탈 서비스들이 다채롭게 많아 이런 고민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공유의 시대, 대여의 시대 이걸 어디서 봤더라, 하면서 찾아봤더니...

이미 2011년도에 <소유의 종말> <위 제너레이션> 이라는 책이 나왔고, '공유경제'라고 해서 많이 다뤄졌나 봅니다. 저는 이제서야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얻은 양, 소유가 아닌 빌려쓰는 삶에 대해 생각하며 좋아했는데.... ;;;

아니면 저 같은 사람까지 느끼면서, 서서히 이렇게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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