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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대학원 진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변화 과정 4단계 (feat. 라라윈 석사 박사 과정)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직장인 대학원 진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변화 과정 4단계 (feat. 라라윈 석사 박사 과정)

대학생 때 직장생활 하면서 대학원 다니는 언니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 지우지 않고 자기가 벌어서 다니는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어요.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 다니는 언니들은 헐레벌떡 와서 밥도 못 먹고 수업을 들으며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ㅠㅠ" 라면서 죽는 소리를 했지만, 저는 그 마저도 근사해 보였습니다. 직장도 있고 대학원도 다니는 진짜 멋진 커리어우먼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대학원은 제가 벌어서 다니겠다며 학교 졸업하고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직장생활 좀 하면 금방 대학원 학비 정도는 모일 줄 알았는데, 몇 년을 일해도 대학원 학비를 목돈으로 모으기는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나이가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결혼 생각도 있고, 이래 저래 대학원 진학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학생 때와 달리 직장인이 됨과 동시에 신경써야 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계속 대학원 진학이 한 없이 멀어지던 상황에서, 어느 날 첫학기 등록금만 가지고서 사고를 쳤습니다. 사고를 치고 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벌어가면서 다녀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어렵사리 다시 돌아와서 인지 대학원 입학했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은 2년 안에 코스가 끝나는 만큼 학기마다 참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대학원은 학과, 교수님에 따라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다르다고 하니, 이 변화 4단계는 저만의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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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대학원 입학 첫 학기

대학원에 입학하고 첫 학기는 동남아 여행 온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나. 학교 앞은 정말 싸요!
직장인들이 학교에 돌아와서 학교 앞 물가를 보면 놀라 자빠집니다. 학교 식당이야 원래 싼 곳이라 생각했는데 3~4천원 되니까 감흥이 적은데, 학교 주변의 식당들이 5천원에 진수성찬, 파스타도 5천원 6천원이고, 안주는 16000원이면 파전에 묵무침에 오뎅탕에 골뱅이까지 줍니다. 정말 놀라워요. 사무실에서 밥 사면 2만원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일까 싶은데, 학교 근처에서는 2~3만원이면 "언니 사랑해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회사 다니노라면 바빠서 돈 쓸 시간도 없는데, 돈 쓸 시간도 생기고 물가는 싸니까 정말 여행객처럼 펑펑 씁니다. 직장인들의 대학원 입학 첫 학기에는 인심 최고 입니다. 학생들에 비해 행복도가 200%쯤 높습니다. 학교라는 세계는 완전히 다른 곳 같고, 너무 좋고, 공부를 다시 해서 감사하고.... 아주 아름다운 상태입니다.


직장인의 대학원 생활 두 번째 학기

첫 학기에 신나서 펑펑 써대다보니 6개월이 지나고 나면 통장 잔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입니다. 용돈을 많이 쓰지 않았더라도 두 학기 등록금이 천 만원이니 눈에 띠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죠. 거기에다가 학교 간다고 노트북 새로 사고, 직장에서 입던 세미 정장 말고 애들처럼 보이는 옷도 좀 사고, 책도 사고, 학교 앞 물가에 놀라며 신나게 쓰던 것, 모처럼 여가 시간이 생겨서 쓴 비용까지 합쳐지면 돈이 꽤 나가고 없습니다. 불과 한 학기가 지났을 뿐인데 첫 학기에 비해 여유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공부 스트레스도 커집니다. 대학은 4년이라 긴 것 같았는데, 석사는 2년이니 한 학기가 한 학년처럼 지나갑니다. 대학원 군기는 기수별로 따집니다. 한 학기 먼저 입학한 사람이 선배입니다. 그러다 보니 2기가 되어 벌써 벌써 신입생 시절이 지나가고 논문 쓸 날이 다가왔나 싶어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직 2기이고, 이제 조금 대학원 생활도 적응되고, 아직은 여유 있다 싶어서 행복합니다.


직장인의 대학원 생활 3학기

불과 1년만에 체력, 경제력, 지구력 등의 한계가 (벌써) 찾아옵니다. 대학교 다니던 시절까지만 해도 똘똘했던 것 같은데, 대학원에 오니 천하제일 멍충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종종 듭니다. 내용을 이해 못하겠거나 수업을 따라가기가 허덕이는 날이 자꾸 많아집니다. ㅠㅠ
3학기가 되면 낭만은 없고 현실만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석사 3학기 초에 졸업 자격 시험을 봅니다. 졸업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논문 예비 심사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수업 따라가기도 힘들고, 졸업 자격 종합 시험, 논문 쓰기 시작하면, 매일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신세 한탄입니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라면서 힘들어 합니다.

이 시기에는 학교 밖 지인들의 시선도 힘이 듭니다. 대학원 다니느라 힘들다고 하면, "그거 그냥 회사 끝나고 저녁에 가는거 아냐? 금방 석사 학위 따던데." 라고 하기 때문에.... 엄살 부리는 사람 취급 받기 십상입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 못해준다는 그런 외로움에 시달립니다. (사실 누구나 자기 손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라 엄살 맞을지도...^^;;)

더불어 등록금 3번을 내고 나면 손익분기점(?) 같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벌써 1년 반, 1500만원을 들였는데 석사 학위 있다고 월급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요즘 대학원 졸업한 사람이 한 둘도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보자면 손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학원 졸업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고 왔음에도, 몸도 힘들고, 돈도 점점 떨어져가고, 졸업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니까 한탄만 늘어납니다.

이 쯤에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온 사람과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 생활 하는 사람의 입장이 갈리기 시작합니다. '돈으로 때울 것인가?' '몸으로 때울 것인가?'의 기로에 선 것 입니다.
돈으로 때우는 길을 택하면, 2년 이내에 코스워크를 끝내는 것을 포기하고 5학기나 6학기를 다니면서 졸업 필수 학점을 천천히 이수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 입니다. 5백만원에서 천만원 정도 더 깨지는 대신 회사에서 빠져나오는 스트레스와 학기 내에 과정을 마쳐야 되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몸으로 때우는 길을 택하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돈을 더 내기 부담되는 상황이면 이를 악물고 학점 채우고 때 맞춰서 졸업 자격 시험 보고, 논문 쓰려고 노력을 합니다. 3학기에는 공부도 공부지만 마음이 참 고된 시기 같습니다. 대학 3학년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학교 졸업도 걱정이고 취업과 미래도 걱정인 딱 그런 상태 같습니다.


직장인의 대학원 생활 4학기

직장 재직 여부에 따라 4학기의 스트레스 수준은 확연히 다릅니다.
우선 직장을 때려 치우고 대학원에 왔던 사람들은 재취업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더욱이 지난 2년간 등록금으로 2천만원, 생활비로 어지간히 썼기 때문에 모아 둔 돈도 훅 닳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했던 경우에는 안도감을 크게 느낍니다. 어쨌거나 끝이 났다는 것에 무척 기뻐합니다. 보통 이 경우 논문은 포기하고 코스를 마쳤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학위에 대해 어느 정도 중요시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데, 석사 학위에 미련이 없고 우선 수료에 만족하는 경우에는 학기가 끝난 것에 기뻐합니다. 그러나 수료로 만족하지 못하고 졸업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불안감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대학원 졸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뿐 아니라, 석사 과정 마칠 때는 박사까지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도 큽니다.


직장인의 대학원 생활 5학기

논문을 쓰고 학위를 따기 위해서 직장생활을 병행했던 사람이라도 휴직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휴직하고 한 학기나 1년 정도 논문에 매진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못 딸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지면 5학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승부수를 띄우는 다른 이유는 직업 특성에 따라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더 몸값을 올려 갈 수 있는 경우에 반년에서 1년 휴직하고 졸업장을 따는 편이 낫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는 학업 하나라도 깨끗하게 마무리 짓고 싶어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4학기 수료와 함께 직장으로 되돌아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시 직장생활이 시작되면 첫 달, 둘째 달 월급 받을 때는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그동안 학교 다니면서 돈 때문에 쪼들렸던 생각하면 돈을 다시 손에 거머쥐면서 너무 좋은 것이죠. 그러나 회사생활은 100만원을 주면 200만원 어치를 뽑으려 드는 곳들이 대부분인지라, 너무 바쁩니다. 또 학생과 직장인에 대한 인식 때문에 직장인들은 안 바빠도 바쁘다고 거짓말을 하기가 좋습니다. "나 오늘 회사에 일 생겨서 세미나 못 갈 것 같아."라며 둘러대기 좋기 때문에, 피곤하면 빠지고 진짜 일 있어서 빠지고 그냥 빠지고 하다 보면 서서히 학업과 멀어지지요.


직장인 박사 과정 대학원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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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고통을 잊고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비유가 적절할 지 모르겠으나, 석사 과정에서 개고생했던 것은 어느덧 잊고 다시 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물스물 들곤 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똑같은 턴을 반복합니다. 첫 학기에 신나하다가 서서히 피폐하고 예민해지면 턴을 종료합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요......

박사 과정에 들어오면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으나...
학사 때는 코끼리에 대해 알게 되고, 
석사 때는 코끼리 앞다리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박사 때는 남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코끼리 발톱의 미생물에 대해 잘 알게 된다는 것처럼...
결국 몰라도 세상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은 사소한 것에 대해 약간 알게 되면서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직장인 대학원생들이 문득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 걱정 안하고 공부만 했음 좋겠다...'

입니다. 돈 걱정 안하고 공부에만 매진하면서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다음 날 생각 안하고 연구가 재미있으면 계속 그것만 붙잡고 있는 그런 환경이 그리운 겁니다.
이번 주, 저의 박사과정 마지막 수업을 듣고 나서, 저의 동기와 또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돈 안 벌고 정말 다른 스트레스 안 받고 공부만 하라고 했다고 달라졌을까?"

"아니. 공부에 들이는 투입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은데. 대신 노는 데 조금 더 여유롭게 놀았겠지."
"결국 돈 걱정 안 하고 공부만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해서.. 공부를 더 한다는 보장은 없지.."

결론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 다시 첫 학기로 되돌아 간다고 달라질 것 없으니 후회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석사 생활, 박사 생활이 끝이 났네요.

그리고 저의 마지막 학기는 사회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덕분에 몇 가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수업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지만, 등록금은 분납해서 5월 14일에 마지막 등록금을 이체했습니다. 그 날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제가 선택해서 온 학교이기는 하지만 한 학기 한 학기가 지날수록 등록금내는 부담은 조금씩 더 커져갔거든요. 그 날 너무 좋아서, 오랫만에 만난 티리포터 이웃 분들께도 저 등록금 다 냈다고 하며 좋아하고, 친구들을 붙잡고도 등록금 다 냈다며 신나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육성회비부터 직접 벌어서 다닌 분들도 계시는데, 다 커서 직장생활하면서 등록금 몇 번 낸 것을 가지고도 저 스스로 엄청 큰 일 했던 것 같았던 겁니다.
저 학교 졸업했을 때 아빠 엄마 기분이 이러셨을까요. 그리고 순간 떠오른 분들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1년 앞둔 세월호 학생들의 부모님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고작 대학원 등록금 몇 번 내고 미친듯이 기뻐 날뛰었는데, 배 아파 낳은 아이를 고등학생까지 다 키워놓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부모님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키웠네' 라면서 홀가분함에 기분 좋게 약주 한 잔 할 수 있는 날을 불과 일년여 앞두고 꽃 같은 아이들이 숨졌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기뻐 날뛰다가 조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님 말씀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 돈 내고 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학교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을 뿐, 학교나 사회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님이 빚이 생긴 이유에 대해 말씀하실 때 보니 사회 덕분에 공부했고 그에 대해 갚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듣고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이런 시기 덕분에 두고 두고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에 대해 회고할 거리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적다 보니.... 아직 시험도 남았고, 논문도 써야 되어 끝나려면 멀었는데, 마치 대학원은 지구상에서 저 혼자 다닌 위대한 곳인양 회고록을 적어 놓았네요. 이상 시험 한 과목 남겨 놓고 시험 공부가 하기 싫은 (여전히 철없는) 대학원생의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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