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샤워하는데 왜 오래걸릴까?

라라윈의 일상: 여자의 샤워시간이 긴 이유, 여자 목욕탕에서 하는 일

한참 부모님과 온천을 다니는데 재미가 붙어 잘 다녔습니다. 그리고 온천, 찜질방, 목욕탕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진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대기실에 쪼르륵 앉아계신 남자분들의 모습입니다.
가족이 함께 목욕탕에 가면 2시간 후에 만나자며 손 흔들고 아빠와 헤어져, 엄마와 나름 빛의 속도(?)로 씼고 나오는데, 나와보면 늘 아빠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계시거나, 졸고 계십니다. ㅡㅡ;;;
그리고 그 옆에 진풍경이 펼쳐져있습니다. 여자 목욕탕 앞 대기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남자분들.
대부분 기다리다 지쳐 짜증게이지가 폭발 일보직전이거나, 이제는 초월하여 졸거나 아예 주무시는 남자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희 아빠는 엄마와 두 분이 찜질방을 다니시며 초월의 경지에 접어드신것 같은데, 보통은 이 상황때문에 남녀사이에 싸움이 많이 나기도 합니다. 한 시간이면 된다더니 여탕앞에서 헤어진지 한 시간, 두 시간이 다 되어가도 나올 기미가 없고 당연히 전화도 안 받는 여자친구때문에 분노게이지가 상승하여 싸우는 경우도 있고, 어쨌거나 남자와 여자의 씼는 속도 차이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도대체 여탕에서는 뭘 하길래 그렇게 오래걸리냐는 훈훈한 질문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여탕에서 여자들이 하는 일을 초큼 공개해 볼까 합니다.



여탕에서 목욕을 하는 코스도 수준과 레벨이 아주 다채롭습니다.
10분이면 샤워를 완료하는 남자분 입장에서는 한 시간 걸리는 여자도 정말 뭘 하길래 그렇게 오래걸리나 싶을 수 있지만, 한 시간 걸리는 여자도 참기 힘든 하루 코스를 하시는 여탕의 목욕고수님들도 많거든요. 대략 아침에 목욕탕 가신다고 나가시면 저녁쯔음에 돌아오시는 아주머님을 떠올리시면 될 듯...
아침에 가서 저녁까지는 아니더라도, 목욕이란 대략 3~4시간을 의미하는 분만 따라가도 쉽지 않은 코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여탕의 초급자: 한 시간

1. 모든 과정의 기본: 가벼운 샤워 (10분~ 30분)

이 과정은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 가릴 것 없이 비슷합니다.
우선 탕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하는 것은 기본 센스니까요. 가볍게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몸을 닦습니다.
가벼운 샤워는 남자분들처럼 10분 내외로 가능하신 능력자 여자도 있긴 한데, 우선 머리가 길면 힘들어집니다.
머리에 샴푸 칠하는 속도가 더뎌지고, 긴 머리는 린스도 해야하고, 특히나 목욕탕까지 가면 트리트먼트같은 특별관리도 해줘야 하거든요.


2. 탕에 몸 담그기 (5~10분 X 탕의 종류 )

집에서는 매번 욕조에 물 받아놓고 목욕하기가 쉽지 않은데, 목욕탕에 왔으니 몸 한 번 담가줘야 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목욕탕에 탕이 워낙 많아서, 이벤트탕, 녹차탕, 자스민탕, 석류탕... 등등이 있습니다. 모든 탕 앞에는 "여자의 피부미용에 특히 좋으며.." "여자의 건강에 좋으며.." 와 같은 솔깃한 문구와 알록달록한 빛깔이 유혹을 하기 때문에 한 번씩은 다 들어가 봅니다.
이 과정에서 탕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립니다.
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지럽기 때문에, 탕에서 탕을 이동하는데 약간의 휴식시간도 포함되면 시간이 상당히 늘어납니다. 여기에서 중급자, 고급자 분들은 5~10분이 아닌 장시간 포스를 뽐내십니다.


3. 다시 샤워 (10~30분)

여럿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탕에 몸을 담갔으니, 다시 샤워를 해 줍니다.
초반에 했던 가벼운 샤워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씻어줍니다.


4. 나와서: 피부관리,(10분~20분) 머리말리기,(5분~20분), 화장(10분~∞ )

목욕탕에서 나왔다고 해서, 바로 옷 입고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목욕탕에서 잘 씼었을 때가 절호의 피부관리 기회로 보기 때문에, 나와서 온갖 피부에 좋다는 것들을 발라줍니다. 그리고 남자분과 함께 왔으면 다시 꽃단장을 해야 합니다. 벌겋고 번들대는 얼굴로 나갈 수 없으니 화장을 다시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머리는 말려야죠. 머리 길이에 따라 드라이 시간도 많이 달라지는데, 머리가 짧으면 짧은대로 스타일링하면서 머리를 말려야 해서 좀 걸리고, 머리가 길면 길어서 오래걸립니다...


여탕의 중급자: 3~4시간

중급자 코스에서는 초급자 코스에 두 가지가 추가됩니다.

1. 때밀이 (1시간~2시간)

목욕탕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모처럼 때를 미는 것이죠.
때밀이 코스가 포함되면 시간이 확 늘어납니다. 때를 밀기 위해서는 몸을 충분히 불리고, 구석구석 꼼꼼히 밀어주는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목욕관리사 (때밀이 아줌마)에게 세신을 해도 비슷합니다. "때 좀 밀어주세요." 하면 번호표를 받고서는 30여 분 지나기 전까지는 부르지도 않습니다. 몸 불리고 있으라고요. 현기증 날때까지 탕에 들어가 있노라면, 때밀이 아줌마가 부르시는데, 그래서 때밀이를 시작해도 보통 30분 정도는 걸립니다.
남자분들은 때밀이할 때, 앞, 뒤, 옆 이런 식으로 10분 내로 끝나신다는 소문이 있는데, 여탕에서는 그렇게 때밀어 주면 손님 다 떨어집니다. 꼼꼼하게 30분 정도 때밀어주고, 가벼운 마사지해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옵션으로 손님 명수에 따라서 세신비용에서 받으시면서 자기 손님을 관리하시는 목욕관리사 분들은 경락에, 머리감겨주기에, 각질관리 서비스까지 해주십니다. 한 번 때밀이 서비스를 받아도 꼼꼼히 잘해주시면 좋긴한데,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죠.


2. 마사지 (1~2시간)

목욕은 단순히 씼는 것 이상의 미용으로서의 의미도 커서인지, 여탕에서는 마사지 하는 모습도 흔합니다.
소금 마사지, 우유 마사지, 황토마사지 등등 종류도 아주 다채로워요.
특히 집에서 하기에는 번잡하고 복잡한 마사지 재료들을 싸들고 와서, 목욕탕에서 편안히 시술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마사지 코스 들으가면 또 시간이 기약없죠. 얼굴만 하면 그나마 금방 끝나겠지만, 헤어마사지, 전신마사지 들어가면 시간은 흘러흘러갑니다.



여탕의 고급자: 하루 종일 목욕탕에

1. 사우나 찜질방 (10분~ 온종일)

초급, 중급, 고급자와 시간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사우나 찜질방 옵션입니다.
목욕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초급자라해도 사우나 찜질방도 들어가기는 하는데, 초급자는 들어가도 3분~10분 이내로 들어갔다 땀 한번 빼는 정도나, 모공 열어주는 효과 정도만 이용합니다. 그러나 중급자 부터는 점점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리고, 여탕이용의 고수, 고급자 정도 되면 사우나 찜질방을 온 종일 하십니다. 거기서 잠도 주무시고, 나와서 쉬다가 초급코스 한 번 돌아주었다가 다시 사우나 하시고, 씼고, 탕 들어가고, 사우나 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면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2. 숙면

고급자 코스에는 숙면옵션이 들어갑니다. 여탕에도 보통 한 켠에 잠자는 적외선 마루같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 누워서 주무십니다. 목욕하다가 중간에 한 숨 자고, 다시 목욕하는 코스.
잠자는 시간에 따라 목욕시간도 늘어납니다.


3. 수다 및 친목도모

고급자의 가장 큰 특징은 목욕고수가 될 정도로 목욕탕에 자주 가셨기 때문에 목욕탕 패밀리가 있으신 경우가 많습니다. 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목욕하는 패밀리가 있어서, 목욕하다 중간에 밥도 같이 먹고 수다 및 친목도모를 하노라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사람에 따라 다채로운 옵션들이 많기 때문에 남자분들처럼 초고속으로 씼고 나오지를 못 합니다. 정말 급한 상황이면 여자도 10분 이내로 씼을 수 있기는 있는데, 그러면 뭔가 씼다 만 기분처럼 찝찝합니다. 10분 내의 초간단 샤워는 마치 해수욕장에서 짠물 씼어내기 위해 수도물 끼얹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ㅡㅡ;;
오래 오래 씼는다고 더 깨끗하거나, 효율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뭏든 여자는 샤워하고 목욕할 때 할 일도 옵션도 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목욕가서 여자분을 기다리는 남자분들께는 우울한 소식이지만, 요즘은 점점 더 목욕탕의 시설이 너무나 좋아지기 때문에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시설이 좋아질수록, 목욕탕 안에 안마시설이나, 운동시설, 탕의 종류, 각종 여성을 위한 옵션 등이 많아지거든요. 그러면 원래는 초급자 수준이라해도 신기해서 한 번씩 해보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훌쩍 가버립니다.



목욕탕에서 여자분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남자분이라면?

가장 좋은 건, 남자분들은 여자와 목욕탕이나 찜질방을 안 가시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목적이 여자친구 쌩얼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같이 가서 남자분이 짜증날 가능성 78% 입니다. 여자친구가 기다리는 남자친구를 생각해서 나름 빛의 속도로 씼었다 해도, 절대로 남자분 속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특히나 머리길고, 행동 굼뜬 여자라면 불가능.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셨다면, 차라리 시간을 넉넉히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남자분 입장에서는 넉넉히 자신이 10분 걸리기에 30분 정도 주었다거나, 한 시간 정도 주었다 해도, 머리말리고, 스킨 하나 찍어바르는데도 그보다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자분이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나올 것은 불보듯 뻔 합니다.
차라리 두 시간을 준다거나, 여자에게 물어보고 본인이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말하게 하는 것이 피차 얼굴 붉히지 않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기다릴거 다 기다려 놓고도, 여자친구 나왔을 때 늦었다고 성질내면 고마움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역으로 여자친구와 싸우기만 할 수 있는데, 차라리 시간 넉넉히 주고 기다려주면 감사라도 받을 수 있다는..

또,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것처럼 상황이 여자친구나 아내와 목욕을 꼭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이 기회에 목욕의 각종 옵션에 취미를 붙여보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찜질도 좀 오래 하시고, 사우나 즐기시듯 차라리 한숨 자고 나오면 밖에서 의자에서 기다리다 지쳐서 조는 것보다는 덜 짜증스러우실 겁니다.. ^^;;;;

그리고 남자분께 목욕이 단순히 씼는 일이라면, 여자분들에게는 목욕이 씼는 것 이상의 목욕, 휴식, (+ 친목도모, 스트레스 해소) 등의 의미가 더 많이 담기기에 그렇다는 점을 이해해 주셔도 좀 덜 갑갑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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