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랑 안 싸우는 법을 아는 남자의 지혜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여자친구랑 안 싸우는 법을 아는 남자의 지혜

제가 예전에 열심히 싸우던 때에는 커플 사이의 싸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남의 커플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니, 다 저희 커플처럼 싸우고 지지고 볶아가면서 지낼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커플들에게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노라니, 여자친구랑 안 싸우는 법을 아는 지혜로운 남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원래 연애라는 것이 다들 싸우고 지지고 볶는 것 아니냐는 말을 비껴가는 분들이었습니다. 딱히 여자친구에게 간 빠지게 잘 해줘서 안 싸우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고, 연애를 많이 해서 여자의 심리에 도가 터서 여친이랑 안 싸우는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분들의 특징을 가만히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타인에게 여친 흉을 보지 않는다


여자친구랑 안 싸우는 분들을 보니, 여자친구와 속상한 일에 대해서 타인에게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여자친구와 싸우고 와서 여자친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레 뒷담화가 시작이 됩니다. 뒷담화의 특성 상, 누군가 자기 여자친구를 신나게 욕을 했으면, 거들면서 같이 욕을 해야 제 맛(?) 입니다.

그런데 여친이랑 안 싸우는 분들은 그냥 앵무새처럼 "제 여친도 그럴 때 있어요 ㅎㅎㅎ" 가 끝일 뿐, 구체적으로 자기 여자친구의 결함이나 정말 짜증났던 에피소드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여친 흉을 드러내지 않으니 장점이 두 가지 있어 보였습니다.


첫 째는 다른 사람들의 말실수를 예방하는 것이었습니다. 커플의 경우 우연찮게 만나게 되거나 잠깐 마주치며 인사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꼭 말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OO이 한테 좀 잘 해줘요 ㅋㅋㅋㅋ 애가 맨날 힘들어 죽겠다고 하잖아요~~ 자꾸 사무실 나와서 나한테 하소연 해 ㅋㅋㅋ"


라며 농담이랍시고 엄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지나는 말처럼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말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집에 초대해 준다고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수씨가 요리해 주시는건 아니죠? OO이가 재수씨 요리 솜씨 정말 형편없다고 ㅋㅋㅋㅋㅋ"


라는 식으로 처음 본 사람에게 할 말 못 할 말을 가리지 못하고 말을 하는 것 입니다. 애초에 남에게 여친의 단점이나 약점을 말을 하지 않으니 이렇게 남의 헛소리 때문에 싸울 소지가 없어집니다.


두 번째 장점은 생각의 극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친구를 붙잡고 애인 흉을 보다보면 시작은 사소한 일이었으나 이야기할 수록 치명적인 단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 흉을 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사람 조금 이상하던데.."

"어머, 너만 느낀게 아니었구나. 난 이런 적이 있어서.."

"어머, 나한테도 그랬었는데...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라면서 점점 이야기에 살이 붙어 정말 몹쓸 사람이 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아예 여친의 허물에 대해 말 자체를 꺼내지 않으니 이런 부정적인 극화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같아 보였습니다.



생색내지 않는다


여자친구에 대해 흉만 안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 준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먼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 옷 내가 사줬지. 이번에 여친 생일이라 카드 좀 긁었지. 자기야. 한 번 보여줘 봐. 내가 사준거."

"내가 얼마 전에 여친 아이패드 사줬는데, 그거 오늘 갔고 왔어? 꺼내 봐봐."

라면서 셀프 과시를 해버리면 여자친구가 은근슬쩍 남자친구 자랑을 할 기회를 뺏겨 버립니다. 여자의 은근한 과시욕과 허영에 대해 남자분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겁니다. 나가서 남자친구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이거 오빠가 나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사준건데." "울 남친이 내 생일날.." 이라면서 자랑을 해야 되는데, 그 역할을 남자가 하면 기분 상합니다.

남들 앞에서도 그렇지만, 둘이 있을 때도 이런 생색은 불편합니다.

"지난 번에 내가 사준거 왜 안 입고 왔어?"
"왜 옷이 없어? 지난 번에 내가 사줬잖아."

라고 하면, "내가 교복있는 고딩이야? 매일 똑같은 티셔츠만 입고 다닐 수는 없잖아! 티 쪼가리 하나 사주고 더럽게 생색내네."라며 퉁명스러운 소리가 튀어 나갑니다.


여자친구랑 안 싸우는 분들을 보니 그런 생색을 내지 않았습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것처럼, 여자친구에게 뭘 해줘도 말이 없었습니다. 



싸움이 날 만한 소재는 피한다.


또 다른 특징은 애초에 싸움이 날만한 부분에 대한 말을 정말 아낀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엄마의 전화로 속상해서 투덜거릴 때 보니, 여친이랑 안 싸우는 분들과 잘 싸우는 분들의 반응도 사뭇 달랐습니다.


'난 지금 학교에 있는데 나한테 전화해서 어쩌라고 이러시는거야?'


라며 제가 짜증을 부리자, 여친이랑 자주 싸우다가 깨진 남자는 "나이 드셔서 그러지. 우리 어머니도 그러신다." 라며 맞장구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묘하게 저희 엄마를 같이 욕하고 있었습니다. 웃긴 것이 제가 성질이 났어도 제가 '우리 엄마 왜 그러는거야?' 라고 하는 것과 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기분이 매우 달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씩씩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친구랑 안 싸우는 지혜로운 남자분들은 못 들은 척 하거나, '집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이상의 말을 하지를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러니까 싸움을 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랑 싸우지 않는 방법의 핵심은 싸움 날 만한 꺼리가 있는 소재에 대해서는 아예 피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싸움해서 이기려는 생각이 없다.


보통 여자들이 화가 났거나 기분이 나쁘면, 평소보다 말을 더 잘합니다. 그 때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말싸움해서 덤비면 대체로 전투력이 10배 정도는 상승되어 분이 풀릴때까지 퍼붓습니다.

여기에서 남자가 말을 더 잘해서 다다다다 하는 경우에는 여자가 자기 성질에 못 이겨서 울어 버리거나, 남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자는 자신의 감성과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자를 미궁으로 몰아 넣습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남자가 따박따박 응대를 하면서 이겨 먹으면 정말 분노합니다.

그런데 여친이랑 안 싸우는 분들을 보니, 애초에 싸움을 피했습니다.

싸움도 서로 상대를 해야 이루어지는데, 여자친구가 조금 까칠하게 싸우자는 듯한 말을 해도, 덤덤하게 받아줘 버리니 싸움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한 여자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정말 화가 나서 말을 막 하면, 거기에 뭐라고 해야 싸움이 되는데, 반응이 없어! 내가 막 말을 하면 덤덤히 듣고 있다가 한참 생각하다가 자신이 잘못한 것 같대. 그러니까 싸움이 안 돼."라며, 자랑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말을 했습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나 봅니다...



말이 없고 반응을 아끼는 남자를 보면, 때로는 답답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돌이켜 보면 참 지혜로운 분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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