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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라도 된듯한 착각에 신이났던 인터뷰

· 댓글개 · 라라윈
2009년 3월 14일 오전 : 인터뷰 약속

너무나 영광스럽게도 신문사의 기자님께서 제게 인터뷰를 요청해주셨습니다. 이런 영광이 또 있을까 싶어  덥썩 약속시간을 정해놓고 보니, 온갖 생각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틀 뒤인 월요일 오전에 만나뵙기로 했는데.... 주말 내내 기쁨과 걱정이 뒤섞인 흥분상태에서 잠도 설쳤습니다. 토요일은 꼬박 밤을 샜고, 만나뵙기로 한 당일에도 4시간 밖에 못잤습니다. (아.. 화면발을 위해 피부관리를 하려고 했는데, 실패..ㅜㅜ)
인터넷으로 '인터뷰 잘하는 법'을 찾아보니, 입사면접 잘보는 방법은 나오는데 이런 인터뷰에 대한 글은 몇개 없었습니다. 그 내용은 모두 같았습니다.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평소대로 하면 된다는 뻔한 조언들만 있었습니다. 누가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걸 모르냐고요. 생각처럼 안되고 긴장이 되는 것이 문제죠...ㅠㅠ



2009년 3월 16일 오전 10시: 인터뷰 시간

잠 설치던 주말이 후딱 흘러가고, 드디어 인터뷰 당일이 되었습니다. 결국 주말내내 잠 설치다 빠듯한 시간에 일어나 부리나케 준비하고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몇 시간 전에 일어나서 신부화장이라도 했어야 했는데...ㅠㅠ)

앞에 인터뷰를 진행하시는 기자님께서 앉으시고, 영상취재를 하시는 기자님께서 카메라를 보고 계십니다. 저는 블로거로서 인터뷰를 한 것이라, 노트북을 펼쳐놓고 블로그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녹음기겸 카메라를 먼저 올려놓으셨습니다.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고,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건 실례일거 같아서 꾹 참았습니다... ^^;;;


저도 기자님들을 뵙고 여쭤보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바쁘시다보니 다른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만나뵙기로 한 기자님의 기사도 다 읽고 블로그와 사진도 다 찾아보고 갔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할 틈은 없었고, 그저 저 혼자 마음속으로 '사진에서 뵌 분이구나!' 하면서 반가워했습니다. 기자님들께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네주셔서, 떨리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제 잘난척을 실컷하였습니다. ^^;;;

심리학과 처세술에서 '듣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됩니다. 사람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실제로 온전하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큰 기쁨을 느끼고 엄청난 호감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인터뷰 시간이 제게는 책에서 나오던 그 말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동안 저만이 주인공이 되어, 제 이야기만을 하고, 그런 재미없는 잘난척을 집중하여 들어주시는 분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제가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기분이 들고, 무척 행복했습니다. 더욱이 기자님은 혼자가 아닌 많은 이를 대변하는 분이시기에, 기자님이 저에게 해주시는 질문 하나하나가 기자님 혼자의 관심이 아닌 많은 분들을 대변하는 관심같이 들려, 제가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라도 된 듯한 착각에 무척 우쭐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2009년 3월 16일 오전 11시 30분 : 인터뷰가 끝나고..

인터뷰를 마치고, 혼자 우쭐한 기분에 어깨에 힘을 주고 걷다가 생각하니, 제 모습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 우스운 사람 중 하나가, 자신이 방송이나 매체에 한 번 소개되었다고 유명인사인 척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사실 누구인지도 모르겠는데, 본인 입으로 자신이 유명하고 모르면 간첩이라는 식으로 우쭐해서 거들먹거리는 꼴이 우습게 느껴졌던  것 입니다. 방송에 수 천번도 넘게 나오고 엄청난 팬을 거느린 아이돌 그룹도 잘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아이돌 그룹 얼굴 구분 못하는 1人 입니다...ㅠㅠ)
저 개인에게는 인터뷰가 엄청나게 특별한 경험이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지만, 기자님이나 기사를 읽는 분들께는 수없이 많은 기사 중 하나일 뿐 입니다. 그런데, 기사에 딱 한 번 나온 저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런 생각이 들자, 어깨에 들어갔던 힘과 우쭐했던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마음속을 가득채웠던 우쭐함이 사라지고 나니, 그 자리에 걱정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바보같은 대답만 잔뜩했는데  어떡하지, 잘난척만 해댄거 같은데...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지껄인걸까.. 등등 수많은 생각이 듭니다. 기자님의 여러가지 질문에.."다 좋아요..헤헤.." "특별한거 없는데요..헤헤" "감사합니다..헤헤" 이런 대답만 한 것 같습니다. ㅠㅠ  인터뷰를 기사로 쓰시려면 내용이 있어야 할 텐데, 저런 대답들만 해댔으니, 기자님은 제 기사를 위해 소설을 쓰셔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님께서 알아서 잘 편집해주실거라는 믿음으로,  제 부족함을 떠맡기며  기사를 기다렸습니다.



2009년 3월 18일 오후2시: 기사가 나온날

몇 시간 동안 새로고침을 계속 누르며 기다렸는데 기사가 올라오지 않아, 출근해서 핸폰으로 기사를 읽었습니다. 모바일인터넷이 되니 이럴 때 아주 유용했습니다. 쿨한 척, 무심한 척 하려해도 제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해서 도저히 못 견디겠더군요...^^;;;
기사를 보는 첫 느낌은 "넌 누구냐?" 였습니다. 제 사진과 제 이야기를 제3자의 입장처럼 보니 너무도 어색했습니다. 특히 영상에 나오는 제 목소리는 적응이 안되더군요. 원래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는 잘 몰라서 녹음해서 들으면 어색한 기분이 든다고 하더니만, 정말 어색합니다. 분명 제 이름이 써있고, 제가 한 이야기이고, 제 사진인데... 너무나 낯선 이상한 여자가 있습니다.
원래 사진볼 때 자신은 결점만 눈에 띄어서인지... 잘 나온 사진인데도, 머리카락 몇 가닥이 뻗쳐있는것, 어색하게 웃는 것, 손동작이 이상한 것...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흠잡을 것 없는 미모의 여자연예인분들도 자신의 사진을 보면 안예쁘게 나온 것 같아 마음에 안들기도 한다고 하는데, 흠잡을 것 투성이인 외모의 제가 사진에서 결점들만 눈에 들어와 마음에 안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ㅜㅜ  싸이월드 사진처럼 누구인지 못알아 볼정도로 뽀샤시 효과를 팍팍 넣어주셨어야 제가 만족했을지도.....^^;;;;;




긴장되고, 행복하고, 걱정되고, 들떴다, 우울했다, 멋진 편집에 좋았다가, 이상하게 생긴 제 얼굴에 창피했다가...오만가지 감정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

이런 특별한 경험과 신문에 실리는 영광을 주신 기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어설픈 제 이야기를 너무 멋진 기사로 편집해 주심에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__________________^
(정말 힘드셨을거 같아요...^^;;;; 기사 멋지고 좋게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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