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꿨다고 전화 해주는 일, 정말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일까?

라라윈 하루하루 사노라면 : 내 꿈 꿨다고 전화해주는 일, 도움이 되는 걸까?

저는 꿈을 잘 안 꿉니다. 저희 엄마는 저와 달리 꿈을 잘 꾸십니다. 그리고 엄마의 꿈은 예지몽처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십니다. 그래서 흉흉한 꿈을 꾸면, 전화를 해서라도 꿈 이야기를 하시곤 합니다.


'꿈에 니가 나왔는데 울면서 사기 당했다고 했다, 엉엉 울던데 무슨 일 있니?'


이런 전화 입니다. ㅡ,,ㅡ;;;


엄마 마음을 충분히 알겠는데, 이런 전화를 받고 나면 무척 찝찝합니다.

그 날 아침부터 기분 좋았다가도 이런 전화 한 통이면 기분이 확 다운이 됩니다. 그리고 불안해집니다. 분명 아침에 기분 좋은 일 전화를 받았고 다 좋았는데도 다소 신기 있는 엄마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습니다.


그나마 엄마는 엄마이니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엄마나 걸러서 전달을 해 주십니다.

제가 가고 싶던 대학 떨어질 때도 이런 재수없는 꿈을 꾸셨는데 그 때는 제가 시험도 보기 전에 기운 빠질까봐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전화를 해서 나쁜 꿈 이야기를 하면 제가 하루를 잡칠까봐 웬만하면 오후에 전화를 하십니다.


그러나 간혹 오지랖넓게 제 걱정을 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나잇을 즐기던 상사로 소개한 적이 있는,,, 구(舊) 상사입니다.


어느 날인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대뜸 저에게


"나 어제 니 꿈 꿨어. 니가 재수없게 다치는 꿈을 꿨어. 암튼 꿈에 뭔가 되게 안 좋았어. 너 오늘 운전 하지마. 오늘 니 차는 쟤 한테 운전하라고 해. 내가 진짜 재수 없는 꿈을 꿨다니까."


라며 저주인지 걱정인지 모를 말을 늘어 놓았습니다. 결국 그날 미팅을 가는데, 재수없는 꿈을 꿨으니 저는 운전도 하지 말라며, 제가 운전을 하면 큰 사고가 나서 죽을지도 모른다며 제 차 키를 뺏어서 다른 직원에게 주었습니다.



더욱이 그 직원과 친한 다른 직원이 조수석에 앉겠다며 저더러 사장님 석에 앉으라고 하여, 뒷자리에 앉아 제 차를 남이 운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소위 사장님석이라고 하는 뒷자리에 앉으니, 운전을 하는 것이 너무 잘 보였습니다. 엑셀 잘못 밟아서 계기판의 지표들이 출렁출렁 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타 들어갔습니다.

차라리 제가 운전을 하고 말지, 남이 (더욱이 운전도 잘 못하는 애가) 제 차를 운전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 길까지 막혀서 2시간 가량 지켜보노라니, 그 상황 때문에 저의 일진이 사나워졌습니다.


그 상사는 자기가 미리 흉흉한 꿈 얘기를 해주고 제 차를 뺏어서 운전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그 상사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 잡치고, 남이 제 차를 운전하는 스트레스에 미쳐 죽을 것 같은, 정말로 일진이 사나운 하루였습니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꿈 꿨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 맞은걸까요?


"너 오늘 일진 더러워. 조심해. 동쪽으로 가지마."


이런 식으로 내 뱉으면, 그 사람이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만 사로 잡혀 일이 더 안 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돌려서 '요즘은 가능하면 내근을 하는 편이 좋겠네요' 같은 식으로 말을 한다거나, 그나마 팔자의 영향을 덜 받을 일을 하라고 해 준다고 합니다.


꿈 이야기를 해줘서, 재수없는 일을 피하게 해주고픈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면, 별 탈 없이 지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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