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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미니홈피, 블로그, 메신저 친구가 되는 것은 의부증의 시작? - 디지털 연애 심리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각종 인터넷 (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메신저 ) 연애에 득일까 독일까?

핸드폰을 일컬어서도 연인들의 축복이라고도 하고, 연인들의 족쇄라고도 합니다.
과거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하루에 문자 몇 번을 보냈느냐, 왜 나만 먼저 보내느냐 너는 먼저 연락을 안해서 서운하다 는 등의 이유로 싸울 일이 없었을테니까요. (연인에게 얼마나 연락해야 사랑하는 걸까?) 하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 연락을 할 길이 없어 서로의 집앞에서 통금시간까지 기다리다가 엇갈린 인연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면, 지금처럼 아무때나 보고싶다고 전화할 수 있고, 연락할 수 있는 핸드폰은 진정한 축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핸드폰처럼 연애의 축복인지 족쇄인지 헷갈리는 매체들이 참 많습니다.
하루 종일 정말로 애인과 접속상태로 지낼 수 있는 메신저, 남자친구 (여자친구)의 사생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미니홈피, 생각을 스캔할 수 있는 블로그, 실시간 수다까지 알 수 있는 트위터, 페이스 북 등 더 많은 매체가 생겼으니까요.
인터넷은 모태솔로 엘리트 풀 코스를 나온 사람도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되어주는 참 고마운 수단이기도 하고, 사귀는 사람과 더 끈끈한 애정을 과시할 수 있는 축복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의처증과 의부증을 돕는 사설탐정같은 역할도 합니다. 사용하기에 따라 연애의 축복도 족쇄도 될 수 있는 인터넷인데, 오늘은 슬프게도 인터넷이 연애의 족쇄가 되는 경우를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연애에 도움이 되는 인터넷 활용은 수요일에..^^)



처음 시작은 그냥 좋으니까, 좋아하면 더 알고 싶으니까, 어디서 무얼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니까 상대와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매체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됩니다. 가볍게 미니홈피, 블로그, 네이트온, 메신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친구가 되고, 그렇게 인터넷에서도 또 친구가 되면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처음에는 좋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미니홈피,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메신저 로그인 상태 등을 뒤지면 그 사람의 하루 행적이 나옵니다. 어디서 어느 여자에게 뻘짓을 하고 말을 걸었는지 알 수 있으며, 누구와 술 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지도 미리 알 수 있고, 나에게 뭘 숨기고 말하지 않았는지도 추리해 낼 수 있게 됩니다. 굳이 명탐정 코난의 추리력을 빌리지 않아도, 친절하게 상대와 댓글이 남긴 시간, 내용 등을 확인하고 알 수 있는 인터넷 소통도구들 덕분에 두 자리 아이큐만 있어도 남자친구의 하루에 대한 에세이 한 편을 쓸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그는 어제 밤 8시에 미니홈피에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온 사진을 업로드했고, 새벽까지 친구들 미니홈피 파도타기 답방을 다녔으며, 새벽 4시에는 블로그에 인생무상에 대한 글을 남겼다.
분명히 내가 있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는데..) 뭐가 그리도 허전하고 인생무상을 한 것인지, 갑자기 마음 한 켠이 휑해진다. 이어서 새벽4시부터는 그 시간에 깨어있는 여자들과 트위터에서 작업질을 했다.
이새뀌. 허전하다고 블로그에 삽질하더니 바람을 피우네. ㅡㅡ;; 남자친구와 대화한 여자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프로필만 보면 구하라에 소녀시대다. 이 자식. 이제보니 트위터에서도 예쁜 여자라면 정신 못차리고 찝적대나보다."

벌써 이쯤 소설을 썼으면, 여자친구의 마음 상태는 파도가 요동치기 시작했을 겁니다.
이미 의처증에 대한 알람이 경보를 발하였고, 네티즌 수사대로 빙의하여 제대로 남자친구의 인터넷 사생활을 뒤지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나한테는 연락도 없고, 수상쩍다. 다시 그의 미니홈피와 친구의 미니홈피를 보았다.
내일 모레 저녁에 동창인 근우와 술을 먹기로 했으며, 그 자리에는 대학교 동창인 여자 혜진이도 나올 모양이다. 신경쓰이는 계집애가 나온다기에 조금 더 조사해보니, 남자친구는 나 모르게 혜진이라는 계집과 방명록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으며, 혜진이라는 계집이 남자친구에게 “지난 번에 커피 마시던 데도 가자”라고 한 것을 보니 나 모르게 둘이 만나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던 모양 이다. 그래서 혜진이라는 계집의 미니홈피를 더 뒤져보니, 스타벅스에서 내 남친과 카라멜 마끼아또를 먹었고, 남친은 그 계집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무슨 컴퓨터 작업을 해준 것 같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지금 메신저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중이면서 나에게는 게임을 한다고 뻥을 치고 말을 씹고 있다. 게임 한 판 하고 오느라고 그랬다며 30분에 한 번 정도 와서 두 마디 하고 사라지고 있는데, 남자친구와 함께 아는 친구와 메신저로 얘기하다보니 지금 내 남자친구와 대화 중이라고 한다. 이 자식이 점점 가관이다.“

라는 남자친구 탐구생활 보고서를 쓸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인터넷 친구가 되기로 한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엄청나죠.

그러나 여기서 여자친구가 놓친 것이 있습니다.
남자친구도 똑같이 여자친구의 인터넷 행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자친구 역시 여자친구가 아무 의미없이 다른 남자에게 남긴 댓글 “멋지다. 여자친구한테 그런 것도 해주고.” 한 마디에 자격지심을 느끼며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고, 남자동창이 오랜만에 남긴 방명록에 “정말 반갑다. 우리 술 한잔 또 해야지. ㅋㅋ”이라고 남긴 글을 보며 여자친구 못지않은 막장 소설을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눈 뜨면 바로 컴퓨터부터 켜고, 컴퓨터를 켜면 인터넷부터 하는 사람도 많고, 그것도 모자라 눈 뜨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친절한 스마트폰이 24시간 인터넷 생활을 무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순간 그것은 공공의 것이라는 말처럼, 인터넷에 발자국을 남기는 모든 것은 맥락도 의미도 없이 조각조각 정보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애인의 인터넷 행적을 통해 보는 미심쩍은 부분을 대놓고 물어보기도 곤란합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잠자는 시간 외에 거의 인터넷을 하고 사는데, 수시로 “너 왜 그 남자한테 댓글 그렇게 남겨?” “왜 자꾸 그 여자한테 찝적대는 트위터 보내?” 하면서 따지고 감시하는 인상을 주면, 너무 섬찟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다 물어보지도 못하고, 맥락도 없이 덜렁 보는 그 글 하나에 소설만 쓰며, 남자친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인터넷 소설 수 백권을 지어내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맥락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댓글이나 소통이라는 것은 분명 맥락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남기는 블로그 댓글을 보면, 남자친구가 남긴 글에 대해 어떤 여자가 “ㅋㅋㅋ 이거 사주세요.” 라고 남겼고, 남자친구가 답글로 “네. 다음에 사드릴게요.” 라는 말만 봐도 여자친구는 퐈이어로 변신해 네티즌 수사대로 빙의한 채 두 사람의 관계를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찾게되는 것은 미심쩍은 단서의 연속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먼먼 옛날 그 여자가 올린 맛집 포스팅에 농담삼아 “저 이거 사주세요.” 라고 했고, 여자는 예의로 “네 사드릴게요. ㅋ”이었던 것을 재현했던 것 뿐일 수도 있는데,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상황에 눈이 뒤집혀 네티즌 수사대 놀이를 했던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둘의 대화는 대화 이상의 맥락이 항상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인터넷에 남긴 족적만을 가지고 하는 추리는 맥락을 알 수 없기에 잘못 해석되기도 쉽습니다. 

과거 수능 출제위원을 하시던 교수님께서 방송 인터뷰의 당황스러움을 토로하신 적이 있습니다.
방송되는 내용은 인터뷰 내용과 안드로이드만큼 떨어져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분명히 “이번 수능 출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라는 질문에 “왜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수능을 출제하면서 다양한 도시, 농어촌 지역의 교육 여건과 상황을 다 고려해야지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도 교육여건이 다를 수 있고, 수능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고려하고자 애씁니다.”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인 “족집게 과외나 사교육에 의해서 실제 수학능력이 아닌 단순히 수능만 잘보는 학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실제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출제과정에서 폭넓은 이해를 하지 않으면 풀 수 없도록 장기간 학습과정이 반영되는 것을 냈습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송에 나온 것은 .....
수능출제위원도 사교육으로 인해 수능 점수 높아지는 것 인정.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여건이 다를 수 있고,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죠.”

분명 그 수능출제위원 선생님이 한 말은 맞습니다. 그 분의 얼굴에서 그 분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맥락을 없애고 중간에서 원하는 구절만 한 토막씩 이어붙이면 전혀 다른 소설이 탄생합니다.
인터넷에서 비춰지는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 조각모음을 이어붙이면, 실제 그 사람이 한 말도 맞고, 그 사람이 남긴 사진도 맞다고 하더라도 전혀 엉뚱한 나만의 해석이 첨가된 소설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주지만, 손쉽게 너무 많은 조각정보를 주기 때문에 의처증 의부증으로 가는 쉬운 첫걸음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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