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연애고자가 많은 이유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한국에 연애고자가 많은 이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한 두뇌에 뛰어난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놀라운 업무 능력 덕분에 한국이 세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만들고, 엄청난 부지런함으로 세계 각국에 발도장을 찍고 다녀서 어딜가나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 놀라운 경험도 선사해 줍니다. 더욱 놀라운건 이렇게 '다' 잘하는데 연애는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대체 왜 일까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머리가 좋으면 연애 및 결혼을 잘한다고요. 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연애 및 결혼생활에 뛰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리 비자발적 솔로, 연애고자가 많은걸까요?



연애는 저절로 된다는 잘못된 믿음

연애라는 것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아주 자연스레 다 되는 것처럼 말을 합니다. 마치 대학교 가면 젖살 빠지는 것처럼요.

그러나 이미 경험해 보신 분들은 그 말이 개뻥, 개구라, 완전 헛소리라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자연스럽기는 개뿔! 얼마나 노력해야 되는데!!!!!


연애고자


연애중이거나 결혼을 하고 나서, 기억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던 것 같은거지, 현실은 전혀 아닙니다. 간단하게 '소개 받았다. 일하다 알게 되었다' 같은 말을 하지만, 실상은 아주 미묘하고 복잡한 일들이 숨어 있습니다. 인상관리 하느라 그 사람 앞에서는 미간주름 안 쓰려고 노력했고, 계속 웃는 얼굴로 미소지었고, 자꾸 아이컨택 하려고도 했고, 그 사람이 쳐다보는 것을 느끼면 알면서도 모르는 채 하면서 무척 자연스러운 척 했고, 보고싶어 죽겠고 연락하고 싶고 답장을 기다리지만 태연한 척도 했고, 당장 히스테리를 드러내며 왜 답장 안하냐고 폭풍 퍼부음을 시전하고 싶지만, 정말 신경 안 쓰는 척 연기도 합니다. 즉, 사귀고 연이 되기까지 연기력과 참을성이 엄청나게 발휘되었습니다.

다들 비슷할겁니다.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에도 신경쓰고, 걱정도 하고, 기대도 하고,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쓰고 마음을 써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합니다. 그래놓고는 '어쩌다 만났다' '연이 있는거 같더라' 같은 소리를 합니다.


이는 천재에 열광하는 우리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상을 받았을 때, "내가 그 상 받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요?" 보다 "운이 좋았네요." 같은 말이 더 멋있게 보입니다. 시험 잘 보려고 노력해 놓고, "이번 시험에 진짜 신경 못 썼거든. 그 때 감기 걸려서 컨디션도 엉망이고. 그런데 합격한거야." 같은 말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노력이 아닌 재능이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노력했다고 하면 매력이 없거나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이 되는 것인지, "가만있었는데 상대가 적극적이었다" 거나 "인연이 있는 것 같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노력 부분은 생략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들의 '인연' '매력' 같은 것들이 더 부각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순진하게 거짓말을 믿거나, 이 거짓말이 계속 확대재생산되어 악용된다는 점 입니다.


"대학만 가면 다 생겨." (개구라인거 아시죠?)

"직장가면 다들 생겨서 결혼하더라고" (역시 개구라인거 아시죠?)

"차 사면 여친이 생기지" (흥. 진짜. 왜 차 동호회에 솔로 남성 비율이 90%일까요?)

"예쁘면 다 있어." "잘생기면 다 있어." (노노노노.예외사례가 주위에 꽤 있으실거에요...)


가족간에도 노력해야 관계가 유지됩니다. 아빠와 시간을 안 보내면, 아빠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서먹해요.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와도 이런데 생판 남과 연인이 되거나 부부가 되고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뭘 연애를 공부해?' 또는 '연애를 배운다고 되나? 해봐야 알지.' 등으로 일축하며 연애를 잘 해보려고 애쓰는 사람을 뭔가 부족한 사람 취급을 하기에 연애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연애관계에 대해 공부하면 모자라게 보면서, 직장 인간관계에 대해 연구하면 근사하게 본다는 것 입니다.......



기왕이면 연애도 하고 결혼도...

연애가 정말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망할놈의 결혼 때문입니다.

모태솔로가 되는 이유는 수두룩히 많지만, 제 경우는 연애할 남자가 아니라 결혼할 남자를 찾느라 연애를 못했습니다. ㅠㅠ 스무살 남짓한 남학생들이 결혼할 만한 재력이나 성품을 가졌을리가 없죠. 고학력자가 고연봉 직군에 취업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현재 학력과 학과를 보고, 다음으로 집안을 보게 됩니다. 취업이 안 될거 같은 학교와 학과라도 집이 잘 살면 결혼해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세를 위한 외모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 외에 가족관계도 봅니다. 시어머니가 될 수 있는 어머니 성격이 까탈스러워 보이면 곤란하고, 시아버지가 될 수 있는 분이 가부장적이거나 폭력적이면 그걸 보고 배웠을테니 곤란하고....가족중에 환자가 있으면 나중에 부양해야 될지도 모르니 곤란하고, 빚이 있어도 걸리고...


당사자부터 검열을 하느라 연애를 못하는 모태솔로가 있는가 하면, 연애를 해도 주위에서 대신 검열을 해주기도 합니다.

'집에 빚이 많고, 아버지도 일을 안하시고 어머니도 아프시다며? 그러면 결혼하고 진짜 고생할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갈아타는게 나을거 같은데...'

같은 말이 쉬이 나옵니다. 결국 연애와 결혼은 둘이 좋은거 아니냐며 순수한 마음을 외치면서도, 사회적 시선이 이렇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시금 검열이 시작됩니다.


'이런 사람과 결혼한다고 하면 엄마 아빠가 싫어하겠지?'


라는 검열입니다. 아니, 결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달가워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쳐내다 보면 연애 시작조차 못하고 끝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혹시라도 사귀다가 정말 좋아져서, 결혼을 하게 되면 곤란하잖아요. 나중에 걸림돌 때문에 고민하느니 새싹부터 잘라버리는 지혜(?)를 발휘하는 겁니다.


이것은 한국적 문화가 여러 모로 작용을 합니다. 얼마 전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에 서글펐습니다. 스몰 웨딩, 카페 웨딩, 지인만 부르는 작은 결혼식이 하고 싶어도 결혼식은 부모님 뜻대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에게는 아무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양가 부모님들을 설득해서 자기 뜻대로 하려면 난관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냥 따르는 편이 무난하고 지혜로운 길이라는 것 입니다. 30분짜리 결혼식 하나도 이러니, 30년 이상 봐야 될 며느리 사위 고르는 것에는 더 합니다. 우리는 다 압니다. "너만 좋으면 됐지." 라고 하시는 말씀에 숨은 전제를요....


너만 좋으면 된다고 하셨어도 이혼경험이 있는 사람 데려가면 싫어하실테고, 외모가 떨어져도 조금 서운하실테고, 직업이나 학력이 떨어져도 아쉬워하실테고, 어디 아프면 진짜 싫어하실 것이고, 기타 등등 너만 좋으면 된다고 해 놓고 안 되는 부분들이 꽤나 많을 것을 압니다. 물론 실제로 정말로 괜찮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떨지 모르니 미리 예선탈락 시키는거죠.



실패는 낙오자? 연애 경험 실패는 싫어

저희 부모님 세대는 연애경험이 흉이 되었습니다.


"결혼한 사람 말고 사귀던 사람이 있었어..."


라고 하면 흠이 되고, 성적으로 처녀총각이 아닌 경우 파혼 사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전혀 그런 시대가 아니나, 시대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연애경험을 늘리는 것에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전처럼 사람들 시선 때문은 아닐터이나, 여전히 연애 실패의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썸타다 끝나도 마음이 툭 떨어지며 아픈데, 사귀다가 헤어지면 정말 아픕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예쁘게 말하지만 너무 아파서 싫습니다.


실패를 감수한다는 것은 힘든 일 입니다.

만원짜리 화장품이나 차 하나 구입할 때도 실패하는 것이 싫어 후기를 보고 구입합니다. 만원짜리 하나도 후기를 본 다음에 실패 확률을 줄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연애는 후기가 없습니다. 저 사람과 사귀어서 행복할지 안할지, 다른 사람과는 맞았어도 나와 잘 맞을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있거나 불안하면 쳐 내 버립니다.

지금 밀쳐내는 비용이 나중에 더 사랑하게 되었을 때 헤어지는 비용보다는 싸다고 보는 겁니다.


연애를 즐겁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니, 연애를 가볍게 생각합니다. 사귀어보고 아니면 말지 뭐. 이럽니다. 이런 접근의 단점도 있겠지만, 사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친구 사귀듯 그냥 사귀어보고, 친구와 잠시 친했다 멀어지듯 잠시 붙어다녔으나 뭔가 맞지 않아 멀어진다는 것처럼,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집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사람보는 눈도 좋아집니다.

반면 연애 한 번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그만큼 실패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더욱 더 조심스러워져 연애가 힘들어 집니다.




실패하기는 싫고, 경험해보지 않아서 예측력은 그다지 좋지 않고, 결혼까지도 가능한 사람을 골라야 되니....

이건 너무나 어려운 미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꿋꿋이 연애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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