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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판과정, 독자는 모르는 책 출판의 숨겨진 비밀?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이야기 : 책 출판과정, 독자는 모르는 책 출판의 숨겨진 비밀?

엄청나게 기다리는 택배 2개가 있습니다. 보름째 안 오고 있는 저의 아이허브 천연샴푸와 월요일에 출간되어 오고 있는 <여자, 서른>책 입니다.



요 며칠 계속 잠이 안 오고 머리고 아프고 가슴도 울렁거리는 것이 부정교합 때문이라 확신하고 있었는데, 책이 다가올수록, 책이 판매될 날이 다가올수록 울렁증이 심해지는 것을 보니... 이번만큼은 부정교합 때문만이 아니라 책 걱정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책 <여자, 서른> 공개에 유난히 몹시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이번 책 내용이 저의 이불 뻥뻥차고 싶은 흑역사를 적은 책이라 그렇습니다.  남 부끄러운 한심한 스물아홉살을 보낸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저만 입다물고 있으면 몇 몇만 알고 몰랐을 일을 책으로 세세히 적어 까발리는 것이 잘한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바람이라면, 저같이 열등감에 휩싸여 철 없이 스물아홉을 보낸 이도 있으니 보면서 티끌같은 힘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여자 서른, 라라윈 책,


어느덧 저의 세 번째 책이자, 제가 가장 처음에 쓰고자 했던 서른 살에 대한 책입니다. 이 시점에서 책 출판과정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책 출판 과정


저는 책 저자 입장에서 경험한 과정입니다. 실제 책이 만들어지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은 저에게는 블랙박스 입니다.


1. 우선 기획회의를 먼저 합니다. 편집자님이 기획하시는 방향이 있고, 그에 대해 저자인 저는 모두 이해한 것처럼 끄덕이고는 엉뚱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2. 출판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처음 출판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연예인들 노예계약이나 불공정계약 이야기를 들어서, 혹여 출판사에서 저를 속이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걱정을 하며 계약 전에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찾아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계약하고 출간한 곳들이 큰 출판사여서인지, 제가 만나 함께 한 편집자님들의 성격이 칼같으신 분들이신지, 계약 전에 저에게 불리한 부분, 유리한 부분, 쟁점 부분들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3. 책 원고를 집필합니다. 책을 쓰기로 한 이상 중간 중간 토막 원고는 모아 놓지만... 편집자님들이 틈틈히 연락을 하셔서 진행상황을 체크하지 않으시면... 진행이 잘 안 됩니다. ^^;;;


4. 원고 마감일이 다가옵니다. 연일 편집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를 못 지어 끙끙거립니다.


5. 초고를 넘깁니다. 편집자님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원고가 방향이 너무 잘못되었다거나, 분량이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들을 말씀해 주시고 수정 보완합니다.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저자는 초고를 넘기고 나서는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편집자님은 그 사이 말 안듣는 저자를 다독이며 이끄시느라 고생을 하시다가, 초고를 받으면 말이 안되는 글을 말이 되게 만드느라 고생을 하십니다. 웬만하면 편집자님께서 복원 마술로 어떻게든 초고를 살려주십니다.

조금 힘드실 것 같은 점은 저자라는 사람이 있다보니, 더 좋은 방향이 확실히 있다해도 저자의 의견을 많이 물어봐 주십니다. 저자가 고집을 부리거나 이해를 못하면 또 고생하십니다.


6. 회사 내부에서 여러 과정을 거치십니다. 이 부분은 저자가 할 일이 없습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출판사의 신비같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7. 최종 교정지가 나옵니다. 저자는 자기 원고이나 빨간펜 선생님이라도 된 듯이 곳곳에 빨간펜을 휘갈겨서 다시 원고를 편집자님께 보냅니다. 편집자님은 저자의 요청과 좀 더 나은 방향 사이에서 잘 조율하셔서 최종본을 만들어내십니다.


8. 책 표지가 나옵니다.


9. 저자 프로필을 적습니다.


10. 책 표지 최종본이 나옵니다.


11. 머지 않아 책이 출간됩니다.



위대한 스승, 편집자


어쩌면 제가 울렁증에 시달리며 걱정을 하는 것도 아주 약간 철이 든 덕분인지 모르겠습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책 낸다고 마냥 좋아했던 상황에서는 (그때도 약간 걱정은 했지만) 마냥 신이 났었습니다. 사실 우하하하하. 나도 책을 냈다. 이런 식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책'의 개념이 강했지요.


이런 저를 사람 만들어 주신 것은 그 사이 고생하신 편집자님들이십니다.

저는 책을 처음 내는 초보 저자였기 때문에, 책이라는 것이 온전히 작가의 역량 100%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마케팅이나 홍보 등의 영역에서는 출판사의 역량이 들어가겠지만 책 내용 자체는 당연히 저자 혼자 적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편집자님들의 역할은 맞춤법 검사기처럼 교정교열 보는 정도라고 알고 있었던 것 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출간해 보니, 저는 농부입니다. 요리사는 편집자님입니다.

독자가 읽게 되는 책이라는 완성된 요리는 저자라는 농부가 재배한 원재료로 편집자라는 요리사가 맛을 내고 접시에 담아 데코레이션까지 해서 내 놓는 음식이었습니다.

요리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은 농부인 저자가 모든 영광을 차지하는 독특한 구조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사람 만들어가면서 진행하는 과정

맨 처음 기획 회의를 하고, 결국 제 멋대로 적기는 적습니다. 그러나 편집자님이 첫번째 독자가 되어 오그라듬과 역겨움을 다 감수해주십니다. 김순란 편집자님과 만들다가 아직 출간하지 못한 <여자 심리>책이 있는데, 이 책은 쓰면서 제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선 책의 목적 자체가 '여자'라서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끌다가 얼렁뚱땅 초고를 보여드렸는데... 정말 제 삶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정말 예리하게 당시에 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편집자님의 시선으로, 언니같은 마음으로, 인생 선배로 따뜻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여자면서, 여자들은 이래서 문제야. 라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나는 안 그러는데. 흥' '이런 여자들도 있더라. 나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썼었어요. 그 때 제 삶의 태도가 딱 그렇기도 했습니다. 서른 두 살 쯤에 대학원에 다시 입학하고, 제가 별볼일이 없어 무시를 당하자, 무시 당하기 싫어서 나와 남을 구분하고 나는 안 그런 척을 많이 했었어요. 그 모습이 훤히 보이셨나 봅니다. 책도 책이지만 편집자님 말씀 덕분에 제가 살아가는 것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송병규 편집자님과 첫 번째 책 <우라질 연애질>을 출간했을 때는, 생초보 저자인 저를 출판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정말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편집자님이 책을 통해 제가 강연도 하고 방송출연도 할 수 있게 해주시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꽝...;;;;;

더불어 앞으로 제 인생에서 책을 출간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 기회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떤 자세로 접해야 할지도 많이 알려주셨어요. 이 번 책을 쓰면서 걱정도 많이 하고 신경도 많이 썼던 것은 그 때 배운 것들 덕분입니다.


박정현 편집자님과 <지속가능한 연애질>을 출간할 때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빨리 제가 결혼을 해서 편집자님께 배운 것들을 실전에서 활용한 후기를 다음 책으로 써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아직 저의 결혼이 요원하네요.. ㅠ_ㅠ


이번 <여자 서른>을 만들면서는... 유능한 편집자님을 몹시 괴롭혔습니다....

입이 열 개여도 드릴 말이 없게 참.. 많이 애를 먹였어요... ^^;;;


매 번 책을 쓰면서 편집자님들께 많은 것을 배웁니다. 

편집자 님들과 함께 책을 쓰다보면... 편집자님이란 인생의 스승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식한 저자의 맞춤법 문법 교정

반토막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곳곳의 맞춤법과 문법이 틀린 것이 티가 나는데, 책과 같은 100 페이지 넘는 글에서는 그 무식함이 폭발합니다. 아무리 한글의 자동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에 의지해도, 부정확한 표현을 남발합니다...;;;


이제와서 고백하자면, 첫번째 책 <우라질 연애질> 최종 교정지를 받아보고, 매의 눈으로 살펴보면서 열 곳 정도의 틀린 곳들을 찾아냈다며 당당하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송병규 과장님께서 채점하듯(?) 하나하나 봐 주셨는데, 성적은...



              (이 중간에도 맞춤법 틀린 것 엄청 많음...ㅜㅜ)



네... 제가 지적한 것은 제가 맞춤법을 몰라서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딱 하나 칭찬 받은 것이 3번 다음에 또 3번이 나온 것을 찾아냈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


이런 상황이니 편집자님들이 초고를 받아보시고, 빨간펜선생님처럼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눈에 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님들이 수 백 곳의 틀린 문법과 맞춤법을 수정한 노력은 별로 티가 나지 않고, 딱 한 곳만 놓쳤어도 편집자가 한 일이 없어 보이지요...;;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하

책을 읽다가 무슨 책이 이래? 라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책 편집은 기가 막힌데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있고, 편집 자체도 이상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은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그나마 호박에 줄을 그어 놓은 상태입니다.


원 글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하에요.. ^^;;;;;

편집자님만 아시는 부분이지만, <우라질 연애질> 초고와 출판된 <우라질 연애질>은 매우 다릅니다. 환골탈태 수준이지요.. <지속가능한 연애질> 책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의 <여자, 서른>도 그렇습니다.


편집자님들의 편집 마법 이후의 책은 정말 놀랍게 변합니다.

다만 초고에서 어마어마하게 변했다 해도 원재료가 호박이면 줄을 그어도 수박이 안 된다는 점 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보낸 초고의 상태를 아니까, 편집자님의 매직에 감탄을 금치 못하지만, 이 상황을 모르실 독자분들은 무슨 책이 이러냐고 하시지요... 후후후.


그나마도 용된거라는...

초고는 무엇을 상상하셨던 그 이하일거라는... ^^;;;


고생은 편집자님이... 영광은 저자가...


정말 책은 편집자님의 땀 입니다.

그러나 영광은 제가 차지 하지요.

알고 보면.. 우리가 보는 책이 표지에 적혀있는 그 저자가 아니라,

편집자님 디자이너님 마케팅 담당자님의 엄청난 노고로 이루어진 산물입니다.

내용은 다 저자가 적고, 나머지 거죽만 출판사 담당자님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책 토시 어느 한 구석에도 편집자님과 담당자님들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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