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운세에 찜찜해 지는 이유는?

저는 점을 크게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편 입니다. 저는 천주교이나, 가까운 친척 할머니께서 역술에 무척 관심도 많으셨던 덕에 간단한 사주풀이도 어려서부터 배웠었습니다. 9~10살 쯤이다 보니, 생일에 따라 간지를 짚어가며 사주풀이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생일을 물어가면서 어줍잖은 사주풀이를 남발했었습니다.

"응.. 아줌마는 OO자리가 짚이니까 칼 자국이 생길거에요. 수술할 팔자인가봐요."
"같은 자리가 두 번 짚이면 바보래요. 팔자가 나쁜거랬어요."
"OO자리가 짚이면 귀염 받는데요. XX자리가 짚이면 고집이 세대요."

어린아이라서 사주풀이를 잘못했을 때 남는 무한 찝찝함도 모른 채, 마구 남발을 한 겁니다.
그 때, 아빠가 한 말씀 하셨습니다.

"점이라는 것은 그런 경우가 많았다는 확률이고 통계일 뿐이란다. 점괘와 사주풀이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본인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런 좋은 결과도 없는 것이고, 점괘나 사주풀이가 나쁘게 나왔다고 해도 본인이 노력을 하면 오히려 더 큰 복을 얻을 수 있는거란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사주풀이를 말할 때 이런 결과보다 본인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꼭 같이 말해주어야 한다. "

그 이야기에서 느낀 바가 있어 그 후로는 어줍잖은 풀이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어설픈 사주풀이를 하게 되면, 꼭 사주보다 그 사주를 살아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커서 알고보니 사주라는 것 자체도 일종의 통계로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지, 100% 그렇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정적으로 무슨 사주는 이렇고, 무슨 사주는 저렇고 하면서 단정지어 말하는 것이 참 위험한 것 같습니다. 결국 어떤 점괘가 나오던지 간에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에는 기분 좋아지지만, 나쁜 얘기라도 나오면....


그러나 아무리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점괘나 사주풀이를 접해도 늘상 뒤끝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러한 점괘의 결과들이 주는 예기불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몰랐을 일, 있지도 않을 일에 대해 지금부터 미리 걱정하고 불안하게 되는 겁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각종 자기계발서에서는 예기불안이야 말로 무서운 적이라고 합니다. 너무 심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오히려 그런 일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 입니다.
괜히 '오늘도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떡하지, 오늘 또 어떤 사람이 날 짜증나게 하면 어떻게 하지... 오늘 재수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데 무슨 재수없는 일이 생길까...' 등의 불안감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나는 내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 입니다.
무슨 일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늘상 긍정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한 연구결과에서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걱정의 80%는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단 20%만이 실제로 일어나는데, 그것도 대부분의 걱정은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즉 수많은 사람들이 기우(杞憂)를 하고 사는 것이지요.
기우에 대해 들으면야 하늘이 무너지는 웃기지도 않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우습다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우리들도 있지도 않을 수많은 기우들을 하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굳이 점괘에서까지 사람을 불안하게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을 일을 불안해 하며 걱정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많은 점괘들이 근심을 보태주는 것 입니다.
"올해는 운세가 너무 나쁘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겠다."라거나
"구설수가 있으니 말하는 것을 조심하라." 등의 말을 듣게 되면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던 사람도 의욕이 감퇴되며 '일이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저는 이런 점괘의 주의로 조심하여 잘 되는 경우도 간혹 보았지만, 이런 주의로 인해 일이 망쳐지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습니다.
제 친구 한 명이 예년에 운이 좋지 않으니 아무 것도 새로이 시작하지 말고 그냥 때를 기다리라는 점괘가 나왔었습니다. 그것을 꼭 믿었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어떤 일을 잘 시작하려고도 하지 않고, 시작을 해도 조금만 잘 안되면 그 이야기로 핑계를 삼았습니다.
"역시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더니 잘 안되나봐."
결국 그 친구는 그 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습니다.
글쎄요.. 정말 운세때문에 일이 잘 안 풀렸을 수도 있겠지만, 그 친구가 그런 나쁜 운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더 노력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점을 보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본인이 운세를 보지 않아도, 주위의 친절한 친구들이 잡지책에 나온 점괘를 대신 읽어주거나 가까운 분들이 "이번에 너 어떻다더라..."하는 말씀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게 좋은 내용을 전해들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갑작스럽게 안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악담스러운 내용을 전해주면 괜찮던 사람도 불안해집니다. 전해주는 사람의 의도는 안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좋은 뜻이겠지만, 전해 듣는 사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몰라도 될 내용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괜시리 찜찜합니다.
안 좋은 내용을 전하고 싶다면, 괜한 예기불안만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운세이든 너 스스로의 노력으로 더 큰 행운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도 꼭 덧붙여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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