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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교정 양악수술 후 3주간 쉬면서 느낀점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건강 탐구: 턱교정 양악수술 후 3주간 느낀 점

꿀휴가가 끝났습니다. 추석연휴가 끝난 것도 아쉽지만, 저는 추석 전에 턱수술을 하고 3주 가량 쉬었던 터라 길고 행복했던 꿀 휴가의 끝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수술받고 회복을 위해 쉰 거지만, 저의 어떤 휴가보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쉬는 날이면 뭘 해야 할 것 같고, 이번 주는 정말로 미드, 애니만 보면서 늘어지게 쉴거라고 다짐을 해도 '그래도 주말에 시간 날 때 이걸 좀 해놔야 되지 않을까' '저녁 먹고라도 일 좀 할까' 같은 일에 쩔은 생각으로 편히 쉬지를 못했습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강박적으로 불안했던 겁니다. 1분이라도 짬이 나면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하루 5분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가르치는 나라에서 강박적으로 자란 성인이니까요.. 흐흐흐흐...


그러다가 이번 만큼은 턱수술 환자치고는 고령이고, 저질체력이므로 정말 잘 쉬어야 된다는 생각에 푹 쉬었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었어요..

몇 주를 명탐정 코난 1화부터 정주행하고, 미드 로마 (ROME) 다시보고, 하우스오브카드도 보고, 노블레스도 첫화부터 다 보고, 영화도 실컷 보며 아주 잘 놀았습니다. 아무 때나 자고 싶으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요.. 충실히 본능과 내키는 것에 따라...

이렇게 지내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한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지 알게 된다


수술 후 마취가 깨자 목이 말랐습니다. 그러나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숨쉬는 근육, 물을 삼킬 수 있는 근육도 마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 마취가 깬 직후에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마취를 빨리 깨려고 열심히 심호흡을 한 뒤, 마취 깨고 3시간 정도 후에 주사기로 물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세상에나.... 물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입원해 있는 동안 간호사 선생님과 엄마가 물을 먹여 주었는데, 주사기로 몇 모금 마시는 물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꿀물이에요.


물, 녹즙, 우유, 죽 같은 것을 먹다가 사르르 녹는 것들을 먹을 수 있게 되고, 부드러운 것들은 잘게 잘라서 먹을 수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짜짜로니 끓여 먹는 것을 보다가 한 젓가락 얻어서 먹었습니다. 세상에나.... 짜짜로니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한 젓가락 얻어 먹은 것으로는 너무 아쉬워 짜짜로니 하나 새로 끓여서 반 개를 더 먹었습니다.


흔한 물, 흔한 라면, 흔한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요. 그동안은 귀한 줄 몰랐는데, 못 먹다가 먹으니까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던가 싶도록 맛있습니다.



이가 있다는 것, 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능력인지 깨닫게 된다


수술 후 여섯 째날부터 연어를 구워 먹을 정도였으니, 저는 수술 환자치고 잘 먹는 편이라고 칭찬 받았습니다. 수술 후 환자 식단 책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잘 챙겨 먹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매주 병원에 가면 "원장님, 저 국수가 너무 먹고 싶은데요. 언제쯤 국수를 잘 먹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지나야 더 잘 씹어먹게 되나요?" 같이 먹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물으면, 원장님은 걱정없이 먹을 수 있으면 먹으라고 해주십니다. 어차피 먹으라고 해도, 부정교합이던 환자들은 씹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턱을 세게 움직일 수 없어 큰 무리가 되지 않을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힘입어 더 잘 먹었습니다. 갈아 먹고, 잘라먹고, 불려먹다보니 먹을 수 있는 종류가 꽤 많긴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특히 저의 식욕은 끝이 없는지라, 지금도 라면, 칼국수, 국수, 파스타 정도는 잘라 먹을 수 있음에도, 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잘게 잘라 떠 먹는 거 말고 후루룩 빨아들이며 씹어 먹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라하는 퍼 하노이 스어의 진한 쌀국수가 너무 먹고 싶습니다. 국수 못지않게 먹고 싶은 것은 떡볶이랑 튀김이 정말 정말 먹고 싶습니다.


새우와 버섯도 먹고 싶습니다. 새우와 버섯을 좋아해서 제가 만드는 대부분의 음식에 넣어 먹었는데, 새우와 버섯은 혀에서 녹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못 먹고 있습니다. 먹고 싶어서 몇 번 넣어서 음식을 만들어 봤는데 완전히 갈지 않는 한, 아직은 새우와 버섯 정도의 식재료는 못 먹습니다. 푹 익힌 감자, 양파, 호박, 푹 구운 마늘 정도 먹을 수 있어요...

그동안 이가 있어서 좋아하는 것을 맘껏 먹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큰 행복이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떡볶이를 맘껏 먹을 수 있는 치아가 있는 것 만으로도 복 받은 거였어요...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은 "골골 100세"라고 골골대면서도 크게 아픈 적이 없어서 의사 선생님께 눈물나게 감사할 일이 없었습니다. 감사할 일보다는 의사들에게 분노할 일이 더 많았지요. 아파서 병원가면 스트레스라고 하고, 쉬라고 하고, 운동이나 좀 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할 것 같으면 나도 의사 하겠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검사비용은 몇 십만원 내고 의사랑 2분 이상 대화해 본 적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치아교정하면서 박창진 원장님을 만나게 되면서 의사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랑 친목이 아닌 의료 목적으로 한 시간 넘게 대화해 본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처음 간 날, 제가 그 병원에서 교정치료를 할 지 안 할지도 모르시면서 치아 관리법, 교정치료의 원리, 제 치아의 상태, 권하고 싶은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 날만 열성적이신 것이 아니라, 이후에 교정치료를 시작하게 된 뒤에 한 두 달에 한 번씩 뵐 때도 늘 마음을 다해 봐주셨습니다. '대충 환자가 원하는대로 치아배열을 맞춰주고 말자'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남은 평생 건강한 치아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자' 라는 마음으로 치료해 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양치질 잘 못하면 "지금은 괜찮아요. 저희가 계속 잔소리도 할거고, 치과에서 닦아드리면 되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교정치료 다 끝난 다음에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지면 금방 관리가 잘 안 될거에요. 그러니까 지금 습관을 딱 붙여놔야돼요." 라며 걱정을 해 주셨습니다.


수술 후에도 그랬습니다. 저처럼 교정치과 따로 수술치과도 따로인 경우, 서로 치료를 떠 미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에는 양쪽 치과에서 2배의 챙김을 받았습니다.

교정치과 원장님은 "수술 하고 수술치과 가는 날마다 들르세요. 외과 선생님은 소독을 해주시고, 치아 안쪽 세척까지는 안 해주실 수도 있거든요. 관심사가 달라서... 그러니까 귀찮더라도 수술치과 갔다 집에 가는길에 들러서 시원하게 양치하고 가세요." 라면서 수술 직후부터 관리를 같이 해주셨습니다. 수술 직후부터 매주 봐 준다고 해서 선생님이 진료비를 더 받으시는 것도 아니고, 치아 세척해주려면 귀찮기만 한 일 입니다. 그러나 수술 후 양치를 잘 못해서 이가 상할까봐 마음을 써 주시는 것을 보며 정말 감사했습니다.

교정치과 원장님을 만나며 '주치의'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술 치과에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술 전에 여러 차례 상담을 해주려면 몹시 귀찮으셨을텐데, 수술 치과에서는 "시간만 괜찮으시면 자주 들르세요. 원장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록 수술 후 만족도가 높아져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술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도움이 많이 돼요."라며 상담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원장님은 치아, 턱 구조의 원리부터 상세히 가르쳐 주시면서, 질문을 많이해도 귀찮아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이 적다며 더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질문이 적은 편도 아니었습니다.

한 번 설명을 듣는다고 제가 단박에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교정하기 전, 교정하는 중간, 수술 직전에 생각나고 걱정되는 것이 달라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했습니다. 턱수술 부작용에 대한 질문은 대 여섯 번 한 것 같고, 수술계획 다 설명해 주셨는데 다음에 가서 또 물어보며 턱끝은 왜 수술을 해야 하는지, 여기는 왜 회전을 하는지, 코와는 무슨 상관인지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곤 했습니다. 저같은 환자가 저 하나도 아니고, 수 십 명의 환자가 이렇게 같은 질문을 또 하고 또 하면 짜증날 법도 한데, 한 번도 짜증내신 적 없이 또 물어보면 또 다시 턱의 구조, 다른 기관과의 상호작용, 원리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수술 전에 상담받으며 많이 배워서 턱과 입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수술에 대해 계획하시면서도 치아만 제자리에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수술 받고 나서 숨쉬기도 편해지고, 좀 더 건강해지고,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예뻐질 수 있도록 신경도 많이 써주셨습니다.


입원 기간에는 간호사 선생님들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몸 안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피, 소변, 콧물, 침 등이 밖으로 나오면 더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전혀 개의치 않고 콧물 빼 주시고, 소변통 비워주시고, 피통 비워주시며 챙겨주시는데 왜 간호사를 일컬어 '천사'라고 하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 엄마가 오셨다가 2박 3일동안 같이 계셔주셨는데도, 간호사 샘은 보호자 없는 환자 챙기듯 새벽에도 1~2시간 간격으로 와서 들여다 봐 주시며 살뜰히 챙겨주셨습니다. 제가 남자였다면 덜컥 청혼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감사했습니다.


그동안은 의료진의 전문적인 역량과 직업을 넘어서는 숭고한 마음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 몰랐는데, 이번에 치아교정하고 턱수술하면서 "세상에는 이런 의사선생님도 있구나..." "의사선생님이 이래서 선생님이구나..", "간호사 선생님을 이래서 천사라고 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감사함을 느낀다


수술을 한 달 남겨 놓고야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제 주위 사람들의 인격이 아주 훌륭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정도의 주걱턱, 부정교합인데, 친구들이 놀려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20세가 되기 전에 수술을 강행한 친구들의 사례를 보며 저는 참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친구들은 '예쁘다 예쁘다' 해주었지, '턱 좀 고쳐라'거나 '이가 이상하다'며 놀리지 않았습니다. 되레 합죽합죽 먹는 것을 보며 '오물오물 먹는게 귀엽다'며 칭찬까지 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30대 중반이 되도록 외모 스트레스 때문에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은 교정치과 원장님이 턱수술을 꼭 해야 한다고 할 때까지도 수술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절세미녀는 아니어도 이 정도 생긴게 어디냐며 평화롭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턱수술 상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례들을 보노라니, 저보다 심각하지 않은데도 주위에서 하도 뭐라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수술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제 주변 사람들이 외모 지적을 하지 않는 훌륭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술 직전과 수술 후에 챙겨주는 것에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수술 앞두고 앞으로 한동안 잘 못 먹을거라며 맛있는 것을 사준 일, 수술 잘 되었냐고 걱정해 주시고 이 기회에 잘 쉬라고 응원해주는 것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새삼 가족에게도 감사했습니다.

병원에서 다 챙겨주신다고 하길래, 엄마 아빠에게는 안 와도 된다며 수술 날짜만 말씀드렸는데, 오셔서 2박 3일간 간호해 주시고, 먹고 싶다고 말하면 이 것 저 것 만들어 주시며 챙겨주셨습니다. 이제는 머리 커졌다고 엄마 아빠 없이도 저 혼자 커서 잘 살고 있는 것처럼 굴었는데, 결국 힘들면 가장 먼저 기대고 찾게 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 제가 못되게 굴어도 엄마 아빠는 한결같으신 것에 새삼 감사했습니다.


흔한 일중독 도시여자처럼 살고 있을 때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고, 다 제가 잘나서 잘살고 있는 것 같거나, 노력하는데 왜 뜻대로 안되는지 원망만 가득했는데, 수술 전후로 쉬면서 돌아보니 이제야 주변 사람들 '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술은 나의 몫이나, 어색함은 가까운 사람의 몫이다


수술 후, 턱 뼈를 맞춰 놓았어도 근육이나 살은 예전 상태라서 따로 놉니다. 뼈와 살과 근육이 따로 노는 상태라서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어색합니다. 게다가 수술 직후에는 꽤나 부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에 자주 보던 사람들은 몹시 어색해 합니다.


수술 후 일주일 뒤 수술치과에 갔을 때는 원장님조차 "인상이 너무 변해서...." 라며 낯설어 하셨습니다. 같은 날 교정치과에 가자 역시 원장님이 "주위에 턱수술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안 했으면 못 알아보거나 놀랄텐데..." 라며 걱정을 해주셨고, 실장님도 "인상이 너무 많이 변하셔서...." 라며 낯설어 하셨습니다. 그 때는 왜 그러시는지 몰랐는데, 지금 1주차 때 사진을 보니, 흔히 연예인 성형 의혹 사진에 나오듯 퉁퉁 붓고 어색했습니다.


집에 가면 아빠도 약간 낯설어 하십니다. 엄마는 매의 눈으로 "입이 조금 삐뚤어 진거 같은데, 여기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라며 수술결과를 뜯어 보시면서 적응을 하고 계시고요.

출근했더니 "누구세요?"라고 합니다.


수술 전에 이야기해주시길, 인중 부위가 어색하고, 근육이 새로 적응해야 해서 몇 달간 주변 사람들이 어색해 할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저는 제가 말할 때나 웃을 때 제 얼굴을 쳐다보고 있지 않으니까요. 저와 얼굴을 마주봐야 하는 사람이 낯설고 어색해 할 뿐 저는 상관없습니다.


어색함은 오롯이 지인들의 몫일 뿐, 처음보는 사람들은 수술한 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원래 볼살이 좀 있는지, 턱살이 좀 있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인중 부분이 자연스러워지는데 몇 달 걸리고, 근육이 자리잡기까지 적어도 6개월 정도 걸린다는데, 그 기간동안 안구테러를 당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동 발달을 체험하게 된다


턱수술을 하고 나면 먹는 것을 새로 배우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사기로 물을 빨아들이는 것도 잘 못 했습니다. 주사기를 5~6일 정도 쓰다가, 작은 숟가락으로 떠 먹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젖병 빨아 먹다가 이유식으로 바꾸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물도 주사기로 먹다가 일주일 쯤 지나서 컵으로 물을 마시게 되었을 때, 감격했습니다. 아기가 기다가 걷기라도 한 듯이, '드디어 물을 컵으로 마실 수 있게 되었어!' 라며 감격하게 됩니다.

숟가락으로 먹게 되었어도 처음에는 미음, 곱게 간 이유식같은 정도 밖에 못 먹습니다. 간이 거의 없는 것들을 먹다보니 시판 스프나 죽은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못 먹게 됩니다. 완전히 아가 입맛이지요. 그러다 서서히 간이 있는 것도 먹게 되고, 곱게 갈지 않고 성글게 간 것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식구들이 먹는 음식을 갈아서 밥 말아서 먹을 수 있게 되고, 서서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잘 못 먹으니 배가 고파서 아이처럼 2~3시간에 한 번씩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간격이 늘어났습니다.
초반에 이유식처럼 만들 때 뭐든 갈아야 되니 꽤나 귀찮았습니다. 진득한 것들은 설거지하기도 힘들고요.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아이를 키웠을 엄마들의 노고를 간접체험 했습니다.


더불어 예전에 하던 것들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몹시 기쁩니다. 처음에는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도 하고, 17kg 남짓한 자전거를 들 정도의 기운은 없어서 자전거를 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주 정도 지나고 불광천 자전거 대여해서 탈 수 있었고, 2주 정도 지나자 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3층까지 들고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별 것 아닌 일들이지만, 예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할 만한 컨디션이 되었을 때 몹시 기쁩니다. 수술 후, 사소한 많은 것들이 기뻐지는 것 같습니다.....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다


턱수술 후 얼굴 좌우대칭이 잘 맞게 되자, 이걸 유지하기 위해 자세도 바르게 하고 요가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자세를 반듯히 한 적이 별로 없고, 시간 난다고 요가를 한 적도 없던 사람인지라... 시간이 남아 돌아도 절대로 안 합니다.

다른 분들의 수술 후기를 보니 기운이 없어서 요가 하기도 힘들었다는 분도 있었는데, 저는 기운은 있었습니다. 퇴원하고 다음날 부터 매일같이 쇼핑하러 한 두시간씩 걸어다닐 수 있었거든요. 주로 먹고 싶은거 다 먹겠다며 장보러 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기운이 있음에도 집에서 요가하거나 운동을 하는 습관이 전혀 없다보니, 쉬는 동안 집에서 운동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수술하고 집에서 쉬면서 요가를 할거야!

수술하고 부터는 자세를 바르게 할거야!

수술하고 부터는 건강식만 먹을테야!


이런 결심은 무척 헛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가하려고 매트 편 다음에 거기 누워서 명탐정 코난을 보다가 잠들 지언정 요가는 한 적이 없습니다. 지형지물에 밀착하여 늘어져 있던 습관도 그대로이고요, 건강식은 개뿔, 라면 먹을 수 있게 되면서는 라면에 만두에 이 것 저 것 시판 제품 막 먹었습니다.

수술 전에 자전거 타던 습관 덕에 자전거는 몇 번 탈 수 있었고, 걷던 습관 덕분에 북한산 둘레길은 갈 수 있었습니다. 습관은 무섭습니다.



논다고 큰 일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술 전에는 몇 주간 쉰다는 것이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업무 공백, 인간관계 단절 등등 별의별 걱정이 다 되었습니다.

그러나 놀아도 하루 하루 잘 굴러갔습니다.


이메일 확인하고 재깍재깍 답장 안 보내면 큰일 날 것 같았는데, 컴퓨터를 켜지 않고 지내고 이메일 확인도 안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면 너무 한심한 것 같고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았는데,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루 하루 보내며, 드디어 주사기가 아닌 컵으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며 신나하는 것도 행복한 삶이었습니다. 눈떠서 코난보고, 배고프면 뭐 먹고, 졸리면 자고, 또 코난보고, 새벽까지 코난 보고 아침에 자고 오후에 일어나기도 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분명히 백수 시절에도 이렇게 잉여롭게 미드 애니만 줄창 보면서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보면서도 '빨리 일 다시 해야 되는데...' 하는 걱정을 하고, '남들은 내 나이에 잘 나가고 있는데 나는 이게 뭐야, 잉여처럼 미드나 보고 있고...' 라며 뭔가 생산적인 일을 시작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는 것이 한심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더니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오늘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잔 것 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마음대로 사는 삶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비 절약을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참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에 매일같이 먹고 싶은 것, 내키는 것을 사 먹어보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간 매일 생선을 사다 먹었는데, 처음에 연어회는 2만원이었고, 아직 회는 못 먹겠길래 연어 스테이크용을 샀더니 한 토막에 5천원 밖에 안 했습니다. 매일같이 구워 먹을 수 있는 연한 생선을 사 먹고, 갈아먹을 과일 한 봉지, 케잌도 한 조각씩 샀는데 1~2만원 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리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먹고 싶지만 참아야 돼. 생활비 아껴야 돼' 라고 생각하던 때에는 마트에 가면 다 먹고 싶었는데, '이럴 때 쓰려고 돈 벌었지, 언제 쓰나, 먹고 싶은건 다 사먹자!' 라고 마음 먹으니 막상 먹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오늘 뿐 아니라 내일도 먹고 싶은거 다 사 먹을거고, 내일모레도 사 먹을거고, 내일모레 글피도 사 먹을거라고 마음을 먹으니, 굳이 오늘 한꺼번에 욕심낼 이유도 없어져 마트에 가서 실컷 둘러보고 땡기는 것들을 담아도 1~2만원이면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기도 했고요.

"어떻게 사람이 매일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살 수 있냐,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루 1~2만원이면 매일같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허무해지기도 했습니다.




쉬면서 갑자기 행복이 참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탐정 코난 보면서 먹고 싶은거 먹고 막 어지르면서 노는 것 만으로도 몹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쉬면 안 되는데.. 뭔가 해야되는데..' 라면서 달달 볶지만 않으면요..

쉬니까, 이제서야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어...' '마음에 있었어..' 같은 생각도 듭니다.

살면서 큰 수술을 안 하면 훨씬 더 좋겠지만, 큰 수술 덕분에 잠시 쉬어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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